feature image
미투 브랜딩

브랜딩 세계에는 두 종류의 브랜드가 있습니다.

트렌드를 만드는 선도 브랜드, 그리고 그 트렌드를 "따라가는" 브랜드.


후자에 속하는 전략이 바로 미투 브랜딩(Me-too Branding)입니다.

이미 성공한 브랜드의 네임, 로고, 패키지, 포지셔닝을 유사하게 설계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익숙한 인상을 심고,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방식이죠.

특히 스타트업이나 후발 브랜드에게는 리스크를 줄이고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전략으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유사성이 너무 가까워지면 표절 논란이나 브랜드 자산 훼손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죠.

그렇다면 미투 브랜딩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요?





미투 브랜딩의 4가지 유형


미투 브랜딩은 단순한 모방이 아닙니다.

잘 설계된 미투 전략은 기존 브랜드의 구조를 참조하되, 자신만의 문법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브랜드 개발 관점에서 자주 사용되는 미투 전략은 다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네이밍 유사 (Name-Lookalike)


기존 브랜드의 어감, 철자, 접두어 등을 차용해 익숙함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음운 구조, 단어 리듬, 카테고리 내 공통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왼쪽: 일본 아사히의 16차 vs. 오른쪽: 남양의 17차>


예전부터 식품 분야에서는 미투 브랜딩 전략이 빈번했습니다. 특히 일본의 성공사례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 대표 사례 중 하나가 바로 17차입니다. 일본 브랜드 네임에 숫자 1을 더해 런칭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남양은 상표 방어를 위해 18차 부터 25차까지 상표 출원을 했습니다.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라고 할 수 있죠.




<왼쪽: 더바디샵 vs. 오른쪽: 더페이스샵>


또다른 미투 브랜딩 대표 사례입니다. 당시 더페이스샵 런칭 시 네임 유사성으로 상표권 분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오래되어서 확실치는 않습니다.), 결국은 비유사성을 인정받아 상표등록이 되었습니다.





<왼쪽: 더노스페이스 vs. 오른쪽: 더레드페이스>


더레드페이스는 더페이스샵과 유사한 미투 네이밍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간 단어를 비유사 단어로 변경함으로서 식별성을 확보했죠.

하지만 누구나 오리지널 브랜드를 연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왼쪽 : 노네임 vs. 오른쪽: 노브랜드>


캐나다의 노네임과 이마트의 노브랜드는 아직까지도 종종 표절이냐 아니냐로 이슈가 되는 사례입니다.

벤치마킹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만, 국내 상표권을 확보하였기에 브랜드를 사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왼쪽: 프라다 vs. 오른쪽: 푸라닭(옛 로고)>


푸라닭은 대놓고 명품 브랜드 프라다를 연상시키는 전략을 채택했죠. 사실 네임 유사성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만, 상품군이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상표권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로고 디자인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현재는 다른 로고 디자인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왼쪽: 봉구비어 vs. 오른쪽: 봉쥬비어>


한 때 스몰비어가 엄청 핫했던 적이 있죠. 봉구비어는 원조라고 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상표권 등록을 하지 않아, 유사 네임의 스몰비어 전문점이 우후죽순 격으로 론칭되었습니다. 그러나 스몰비어 유행이 사그러짐에 따라 미투 브랜드들도 함께 자취를 감췄죠. 또 봉구비어는 선등록된 불고기 프랜차이즈 상표 봉구네와 상표권 침해 소송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최종 승리했으나 약 3년의 시간이 소요되었죠. 브랜드 네임 상표권 확보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법적 유의사항

상표 등록 여부와 소비자 혼동 가능성은 매우 민감한 영역입니다.

유사한 네임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사전 조사와 검토가 필요합니다.






2. 로고 유사 (Logo-Lookalike)


심볼 구조, 컬러 조합, 타이포그래피 스타일 등에서 유사한 인상을 주는 방식입니다.

소비자의 시각적 기억을 활용해 빠른 브랜드 인지를 유도할 수 있지만, Trade Dress(브랜드의 전체적인 디자인 이미지 - 색상, 형태, 배치 등)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왼쪽: 이베이(1999년) vs. 다음(2000년)>


아마 젊은 디자이너들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벌써 25년 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사실 당시만 해도 해외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을 베끼는 일이 공공연한 비밀이었죠. 한 때 국민포털 사이트였던 다음의 로고 리뉴얼이 당시 너무나 핫했던 이베이의 로고를 "벤치마킹"했음은 누구나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음 뿐 아니라 2000년 초반에 발표된 많은 로고 디자인들이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했었어요.




<왼쪽: 쉐이크쉑 vs. 오른쪽: 프랭크버거>


쉐이크쉑과 프랭크버거의 디자인 유사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주변에도 쉐이크쉑과 동일한 가게로 착각한 사람이 무척 많아요.

하지만 놀랍게도 상표등록을 받았는데요, 이는 브랜드 네임의 비유사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추측해 봅니다.




<왼쪽: 퍼센트 아라비카 커피 vs. 오른쪽: 텐퍼센트 커피>


일명 '응 커피'로 불리우는 퍼센트 아라비카와 텐퍼센트 역시 미투 브랜딩의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퍼센트 아라비카의 국내 진출이 다소 늦었기에, 텐퍼센트를 '응 커피'로 인지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텐퍼센트 커피 역시 상표권을 확보했기에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왼쪽: 헤이티 vs. 오른쪽: 디저트39>


또다른 디자인 미투 사례입니다. 완전히 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오리지널 브랜드를 연상하지 않을 수가 없죠? 이 브랜드 역시 브랜드 네임의 차별성으로 상표권을 확보했습니다.




주의할 점

단순한 형태 유사성이 아닌, 브랜드의 시각 언어 전체를 모방하면 부정경쟁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3. 패키지 유사 (Package-Lookalike)


용기 형태, 컬러, 라벨 배치, 재질감 등에서 유사한 패키지를 구성해 오프라인 매장 혹은 온라인 썸네일에서의 착시 효과를 노리는 전략입니다.




<왼쪽: 아사히 수퍼드라이 vs. 오른쪽: 필라이트 클리어>


같은 맥주 제품이라고 하기엔 약간 애매합니다. 필라이트는 발포주 브랜드로 '기타주류'에 속하거든요.

패키지 디자인을 나란히 두고 보면 그 유사성은 누구나 인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브랜드 네임과 로고 디자인이 현저히 다르기에 법적 분쟁은 빠져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왼쪽: 필라이트 프레쉬 vs 오른쪽: 필굿>


아이러니하게도 필라이트는 론칭 시 미투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네임 및 패키지 디자인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지만, 두 브랜드를 착각할 정도로 유사한 것은 아닙니다. 이 미묘한 유사성의 줄타기가 미투 브랜딩 전략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죠.



<왼쪽: 곰표 맥주 vs. 오른쪽: 대표 맥주>


곰표 맥주와 대표 맥주 사례는 브랜드비가 이전에 Special Feature로 다루었기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유사와 비유사, 부정경쟁 방지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사례입니다.




<왼쪽: 덴티스테 vs. 오른쪽: 2080 덴티리프>


태국의 치약 브랜드 덴티스테와 최근 애경산업이 론칭한 2080 덴티리프는 얼핏 보면 "덴티스테가 패키지 리뉴얼을 했네?"라고 생각할 정도로 유사한 이미지를 줍니다. 하지만 구성 요소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르죠. 이건 확실히 의도한 미투 브랜딩 디자인입니다.




<왼쪽: 디올 vs. 중간: 차지 vs. 오른쪽: 노와>


중국의 밀크티 브랜드 차지는 명품 브랜드 디올의 가방을 연상케 하는 패키지 디자인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차지 브랜드를 현재의 위상으로 올려놓은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최근 중국의 커피 브랜드 노와가 유사한 패키지 디자인을 출시했습니다. 미투 브랜딩의 또 다른 미투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죠.




<위: 메로나 vs. 아래: 메론바>


메로나와 메론바의 사례는 미투 브랜딩의 리스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표절 소송의 2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요, 메론바의 손을 들어주었던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메로나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 소송이 3심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미투 브랜딩 전략 채택 시 법적 분쟁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소송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은 두말할 것도 없죠.




주의할 점

실질적 차별성이 없고 단순 유사만 존재하는 경우, 상표법보다도 디자인보호법, 표시광고법의 영역에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4. 포지셔닝 유사 (Positioning-Lookalike)


브랜드의 태도, 언어, 문제 해결 방식 등을 유사하게 설계해 동일한 시장 내 유사한 포지션을 차지하려는 전략입니다.

명확한 네임 및 시각적 유사성은 없지만, 감성적 및 전략적 접근 방식이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왼쪽: 무지 vs. 오른쪽: 자주>


미투 브랜딩 전략에서도 포지셔닝 유사는 법적 판단을 내리기가 가장 애매하고 까다로운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임과 로고는 분명히 다른데, 은연 중에 오리지널 브랜드를 연상케 하거든요. 유사성과 비유사성의 판단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왼쪽: 무지 vs. 오른쪽: 단순생활>


무지와 단순생활은 포지셔닝 유사의 또다른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할께요.




<유니클로, 다이소, 무지 vs. 미니소>


미투 브랜딩의 대상이 1개가 아닌 여러 개인 경우는 어떠할까요? 여기, 무려 3개의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미투 브랜딩 전략의 스마트한 응용이라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갈 데까지 갔다고 봐야 할까요?




<왼쪽: 돈키호테 vs. 오른쪽: 삐에로쇼핑>


돈키호테와 삐에로쇼핑의 브랜드 네임과 로고 디자인은 확연히 다르지만, 매장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오리지널 브랜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2년만에 브랜드를 종료한 것을 보면, 미투 브랜딩이 무조건적인 브랜드의 성공 내지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왼쪽: 런던베이글뮤지엄 vs. 오른쪽: 뉴욕베이글러스뮤지엄>


최근 가장 핫한 브랜드 중 하나인 런던베이글뮤지엄인데요, 상해 여행을 해 본 분들은 "우와, 런베뮤가 상해에도 진출했어?"라고 오해한 적이 한 번 쯤 있을 것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네임이 확연히 다릅니다만, 미투 브랜딩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예요.




차별화의 핵심은 표현 방식

포지셔닝 유사는 흔히 보이는 전략이지만, 같은 가치를 전달하더라도 브랜드만의 고유성이 없다면 결국 잊혀지는 브랜드가 됩니다.






미투 브랜딩, 법적으로 괜찮을까?


미투 전략은 전략일 뿐, 반드시 법 위반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음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게 된다면,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두 브랜드를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가?”

이 질문은 상표권, 부정경쟁방지법, 디자인보호법 등 거의 모든 판단의 핵심입니다.



법적 리스크를 피하는 기본 전략


  • 상표 등록 가능성 체크
  • 로고 및 패키지의 디테일 차별화
  • Trade Dress 침해 회피
  • 시장 포지션 및 메시지의 거리두기
  • 의도된 차별점 삽입 (예: 카피의 톤앤매너, 유머, 문화적 코드 차용 등)


이러한 전략적 장치는 단순한 디자인 차이가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미투 브랜딩의 장단점 요약



미투 브랜딩을 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낮은 비용으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죠. 하지만 그로 인해 무릅써야 할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절감 내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유의 브랜드 자산 구축의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훨씬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 수 있어요!


또 미투 브랜딩의 대상이 되는 선도 브랜드들이 바로 법적 소송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해요.






내 브랜드가 미투 대상이 되었다면?


누군가 내 브랜드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면,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성공의 증명, 혹은 위기의 시작.

대응 방식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무대응 전략

  • 소비자가 명확히 차이를 인지할 경우, 오히려 대응하지 않는 것이 더 전략적일 수 있습니다.
  • 누군가 당신을 모방한다는 것은, 결국 당신의 브랜드가 시장에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모방'이 가장 진심 어린 찬사일 수 있습니다.


공식 대응

  • 상표권 침해, 디자인권 침해, 부정경쟁행위 등을 근거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는 긴 대응 기간상당한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할 수 있으므로, 브랜드의 입장과 자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브랜드 정체성 강화

  • 브랜드 정체성을 단순히 유지하는 것을 넘어, 더 강하고 명확하게 재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투 브랜드가 감히 따라올 수 없는 고유한 감성, 메시지, 경험을 통해 브랜드의 '격'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추억의 하나로통신 광고 및 카피>


브랜드비의 연식이 드러나는 옛날 광고 이미지를 하나 가져왔습니다. 수많은 미투 브랜드들이 생기더라도 "따라올테면 따라와!"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선도 브랜드, 지리한 법적 다툼보다도 더 효과적인 방법은 지속적인 브랜드 강화입니다.





마무리하며


미투 브랜딩은 때론 빠르고 효율적인 진입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만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에 깊이 남을 수 없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수많은 브랜드 속에서, 소비자는 '진짜'만을 기억하기 때문이죠.


미투 전략의 가장 큰 한계는, 브랜드의 서사가 자신에게서 출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언젠가 '닮음'에서 '다름'으로 넘어서는 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전환의 중심에는 정교하게 설계된 브랜딩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왼쪽: 브라운 라디오 vs. 오른쪽: 애플 아이팟>


디터 람스의 브라운 라디오는 수많은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주었고, 조너선 아이브는 그 디자인 언어를 아이팟에 재해석해 완전히 새로운 애플의 정체성을 구축해냈습니다.

참조로 시작했지만, 결코 모방으로 끝나지 않았던 브랜드화의 정석이죠.


따라가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영리한 모방'을 넘어 '의미 있는 해석'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때,

브랜드는 비로소 시장 안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게 됩니다.

2025 AU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