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뉴트로 트렌드를 배경으로 마케팅 업계를 휩쓸었던 브랜드 콜라보 열풍의 중심에는 대한제분의 '곰표'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수많은 콜라보 제품 중에서도 화제성 및 매출은 단연코 '곰표 밀맥주' 였는데요, 제조사인 세븐브로이와 계약이 종료된 후 치열한 브랜드 싸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콜라보 제품, 또는 라이센스 브랜드 제품의 운영 전략에 대해 한 번 쯤 고민하게 하는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브랜드 전쟁 스토리를 함께 살펴 보아요.
1. 70여년 장수 브랜드, 곰표
우리나라의 장수 브랜드는 대부분이 식품 브랜드인데요, 그 중에서도 '곰표'는 고연령에 속합니다. 또 기업브랜드인 '대한제분' 보다도 더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죠. '곰표'를 CI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예요.
곰표 브랜드는 2019년 리뉴얼을 하면서 초록색을 버리고, 민트블루의 미니멀한 로고로 재탄생되었는데요, 솔직히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는 않는 변화입니다. (곰을 심볼로 사용하는 다른 브랜드가 생각나요.) 요리를 전혀 하지 않는 1인으로서 제 의견은 큰 의미가 없어보입니다만, 실제 소비자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2. 레트로 트렌드에 힘입어 시작된 '곰표' 콜라보 전성 시대
사실 '곰표'는 B2B사업을 주력으로 했기에, 요리하는 주부들에게나 익숙한 브랜드였지, 젊은 세대에게는 다소 생소했는데요, 2018년 MZ세대에 '뉴트로 New-tro' 즉, 복고 열풍이 불면서 뜻밖에 주목을 받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작은 한 패션 브랜드의 상표 도용이었어요. 한 의류 쇼핑몰에서 대한제분과 사전 협의 없이 '곰표' 브랜드로 티셔츠를 제작하여 판매한 것이죠. 이를 알게 된 대한제분은 이를 문제삼아 소송을 하기 보다는 협업을 선택했어요. 이후로 출시된 수많은 곰표 콜라보 제품들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워낙 유명한 마케팅 사례라 관련 기사들도 넘쳐나고요. (관심있는 분은 맨 아래에 링크한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세요.)
3. 최고의 히트작, 곰표 밀맥주
수많은 곰표 콜라보 제품 중 가장 성공한 제품은 바로 '곰표 밀맥주'입니다. 출시 사흘만에 10만 개가 팔렸을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이뤘죠. 제조사인 '세븐브로이'는 이에 힘입어 공장도 증설하고, 기업 상장까지 준비할 정도였으니까요.
여러 아류 콜라보 브랜드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곰표 밀맥주는 수제맥주 전성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곰표 밀맥주의 성공요소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트렌드에 따른 반짝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우리나라 대표 장수 브랜드인 곰표의 브랜드 파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제품의 맛이 훌륭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예요. 개인적으로는 '스위트하게~ 위트있게~'라는 카피와 귀여운 패키지 디자인도 한 몫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이 브랜드 성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각자의 판단에 맡길 수 밖에요.
4. 브랜드 전쟁의 시작, 라이센스 계약 종료
2023년 3월 말,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곰표' 브랜드 사용에 대한 계약이 종료됩니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세븐브로이 측은 재계약을 희망하고, 또 확신했지만, 결국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가 아닌 다른 수제맥주 제조사 '제주 맥주'를 선택했습니다. 제조사 변경에는 여러 이유가 추측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양 사가 생각하는 '성공 기여도'가 다른 데서 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브랜드 소유주인 대한제분은 '곰표'의 브랜드 파워가 성공에 더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제조사인 세븐브로이는 뛰어난 제품력이 더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예요.
계약 종료 후, 세븐브로이는 부랴부랴 '대표'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변경한 제품을 발표합니다.
세븐브로이의 기존 고객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이해가지만, 솔직히 말할께요. 아닌 건 아닌 겁니다. 엄연히 '미투 전략', '카피캣 전략'이 있긴 하지만 장기적 브랜딩 관점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될 행위예요. 스스로를 '짝퉁'으로 깎아내리는 행위입니다.
아니나다를까 당연히 디자인 표절에 대한 이슈가 발생했고, 세븐브로이는 다시 부랴부랴 2주만에 변경 디자인을 발표합니다.
이번에는 색상과 캐릭터를 변경해 유사성을 피했습니다. 2주만에 디자인을 만들어낸 디자이너가 얼마나 고생했을지 상상이 가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솔직히 말할께요. 브랜드 네임, 캐릭터, 색상 모두 '밀맥주'라는 제품과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과연 '대표'로 브랜드를 변경하게 된 스토리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진열대에 놓인 이 패키지 디자인을 보고 선뜻 제품을 구매할까요?
이 후로도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싸움은 2차전으로 이어졌어요.
라이센스 재계약과 관련된 이슈 외에도 재고 판매, 레시피 유출 등으로 법정 소송이 발생했습니다.
관련기사 : 곰표밀맥주 어쩌다 이지경...볼썽사나운 대한제분·세븐브로이 싸움 by 매일경제
향후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현재로는 알 수 없지만, 세븐브로이는 약 2개월이 채 안되어 다시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변경합니다.
위 세 가지 디자인이 무려 2개월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의 변화라는 것이 믿어지시나요?
또 솔직히 말씀드릴께요. 이건 '브랜딩'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세븐브로이는 대표 밀맥주의 패키지 변경과 함께 다른 제품군에도 '대표'를 적용하여 발표했습니다.
맥주 뿐 아니라, 하이볼 까지 '대표' 브랜드를 확장한 것이 특이합니다. 맥주 맛이 나는 하이볼인 것일까요?
색상 및 캐릭터 응용도 제품과 다소 매치가 되지 않고, 딱히 별도의 전략도 없어 보입니다.
또 이번 변화를 통해 살펴보면 세븐브로이는 '대표' 브랜드와 함께 캐릭터도 욕심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허청에 등록된 내용에 따르면, 라이센스 계약 종료 후 '대고미' 캐릭터를 출원했고, 이번 패키지 리뉴얼과 함께 '대범이' 캐릭터를 출원했습니다. 이름만 짓는다고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텐데요... '대표' 브랜드와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5. 브랜드 전쟁의 결과는? To Be Continued
지금까지의 세븐브로이의 대응을 살펴보면 '곰표 밀맥주'에 대한 미련이 아직도 많아 보입니다. 유사한 브랜드 네임, 동물 캐릭터 적용 등은 '곰표' 따라잡기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과연 곰표 따라잡기로 세븐브로이만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을까요? 이미 소비자의 눈높이는 무척 높아져 있는데 말입니다.
세븐브로이의 밀맥주의 제품력은 이미 검증되었다고 무방할 것 같은데요, 이 훌륭한 제품력에 훌륭한 브랜딩이 더해졌다면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지금 상태는 단연코 '브랜딩'이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 대한제분이 재계약한 제주맥주가 생산한 '곰표 밀맥주'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는데요, 소송에도 불구하고 출시를 감행할지, 또 출시한다면 소비자와 시장의 반응은 어떠할지 궁금해집니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브랜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요? 아니면 둘 다 패자가 될까요?
우리 함께 지켜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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