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에이전시들의 디자인 컨퍼런스 POV가 올해도 열렸습니다.
작년 POV 2024는 브랜드비가 직접 현장을 다녀왔었는데요, 올해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일정이 겹쳐 온라인으로 참관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참관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POV 온라인 참관의 장단점
+ 저렴한 가격 : 약 70유로(약 12만 원). 현장 티켓, 항공권, 숙박 등 부대비용을 생각하면 훨씬 합리적입니다.
+ 유연한 시청 방식: 시간 날 때마다 원하는 세션을 골라 볼 수 있고, 다시보기 기능도 제공됩니다.
- 집중력 유지의 어려움: 너무 많은 자유도가 주어져서인지, 전체 시청을 마치는 데 3주나 걸렸습니다. 시청 후 바로 정리하지 않다 보니 인상은 흐릿해지고, 구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더군요. 세션 시청 후 바로 메모나 후기를 작성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불안정한 라이브 시청: 7시간 시차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시청을 시도해 보았습니다만, 끊김이 잦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POV의 서버 문제인지, 제 네트워크 문제인지는 확실치 않아요.
- 불편한 VOD 구성 : 세션별로 구분된 영상이 아닌, 현장 녹화본을 통째로 잘라 업로드했더군요. 쉬는 시간 송출된 광고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원하는 세션을 찾기 위해 스크롤을 계속 움직여야 했습니다. 이 부분은 개선이 꼭 필요해 보입니다.
결국 온라인 참관의 핵심은 "집중력 유지"인 것 같습니다.
관심 없는 주제나 다소 난해한 내용은 금세 산만해지더라고요. 7시간 시차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작년 현장 참관의 기억이 더 선명한 걸 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죠.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POV 2025 온라인 참관기를 시작할께요.
POV 2025 개요
- 개최일 : 2025년 9월 11–12일
- 개최지 : 헝가리 부다페스트
- 주제 : Making Sense
- DAY 1-
Revolut
영국 핀테크 스타트업 Revolut의 인하우스 디자인팀 발표입니다.
Revolut 디자인 팀은 약 50명 규모라고 하는데요, 발표자는 에이전시 출신으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입사했다고 합니다. 링크드인으로 채용 제안을 받은 과정부터 입사 후 수행한 브랜딩 프로젝트까지 소개했는데, 전반적으로 팀원 채용 홍보 목적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크리에이티브 인재 채용에 적극적인 것을 보면 Revolut의 미래가 밝아 보입니다!)
Modem
암스테르담 기반의 디자인 & 혁신 스튜디오로, 상업적 브랜딩보다는 학구적이고 실험적인 연구소에 가까운 분위기였습니다.
디지털과 AI 등 신기술 시대에서 디자이너의 역할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Instid
Instid는 Institute for Identity의 약칭으로, 런던에 위치한 지역 브랜딩(Place Branding) 전문 에이전시입니다.
창립자 Natasha Noman 박사가 직접 발표했는데요, 박사 타이틀 덕분인지 학구적인 인상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도시 및 관광 브랜딩은 전 세계 공공기관의 공통 관심사이기도 한데요, 그녀의 발표를 통해 깊은 통찰력과 전문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공공 브랜딩 프로젝트를 많이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Metahaven
암스테르담 기반 비주얼 콜렉티브 스튜디오로, 영상 중심의 철학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였어요.
개인적으로는 작품들이 디자인이라기보다 순수 예술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문자 T에게는 다소 난해했어요.
Displaay Type
2014년 체코 프라하에 설립된 타입 파운드리입니다.
'서체 이름 짓기'를 주제로 자사의 다양한 폰트를 소개했습니다. 규칙이 있는 듯 없는 네이밍이 흥미로웠고, 독특한 이름 때문에 일부 클라이언트가 사용을 망설이거나 네임 변경을 요구했던 사례가 기억에 남네요.
Are.na
디자이너가 만든 콘텐츠 큐레이션 플랫폼입니다. 아이디어를 저장·연결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컬렉션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디자이너들이 크리에이티브 영감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Bakken & Bæck
디자인과 기술이 결합된 스튜디오로, 자체 엔지니어링 팀을 보유한 기술력을 자랑합니다. 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디지털 경험을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Wolff Olins
가장 기대했던 세션 중 하나였어요. Uber, Lloyds Bank, Sandals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발표했는데요, 이미 케이스 스터디를 읽어 보았기에 다소 신선함은 덜했지만, "Wolff Olins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DAY 2 -
Studio Dumbar / DEPT
브랜딩에서 모션 특화 에이전시로 진화한 Studio Dumbar의 발표입니다. 발표자는 스스로를 “Motion Fanatic(모션 광신도)”라 소개할 정도였어요.
저에게는 30여명의 구성원 중 무려 3명이 사운드팀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앞으로 모션과 영상에 있어 사운드의 중요성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프로젝트 사례들은 생생한 모션 덕분에 눈이 무척 즐거웠어요.
Dada Projects
3D 기반 영상 스튜디오로, AI와 3D 기술을 결합한 초현실적 영상을 선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Dada projects역시 예술적 성향이 강한 스튜디오로 느껴졌습니다.
Two Times Elliott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에이전시 중 하나예요.
브랜드비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Hello Clean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요, 당시 제안했던 세 가지 시안을 모두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단순 로고 및 이미지 목업 수준이 아니라 3개의 개별 브랜딩 프로젝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 시안 별 깊이있게 고민하고 디자인한 점이 무척 놀라웠어요. "Design Demands Depth"라는 메세지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Base Design
뉴욕 기반의 브랜딩 에이전시 Base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말차코어(Matcha-core)를 반영한 12 말차 브랜딩 프로젝트를 소개했습니다.
컨셉 설정부터 네이밍, 시각 디자인, 공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맡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고유의 브랜드 세계관을 정립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 분야 별 전문가 연합을 구성해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일관된 브랜딩을 만들어 낸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브랜드비가 지향하는 협업 모델 중 하나예요!)
EY Doberman
스톡홀름과 오슬로 기반의 디자인 에이전시로, 디지털과 영상에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Sense & Serendipity"라는 주제로 발표했는데요, 다소 철학적인 내용이 많아서 제게는 어렵게 느껴졌어요. 역사와 문화 분야의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Mouthwash Studio
디지털 중심 스튜디오로, 창업 스토리와 포트폴리오를 소개했습니다.
특이하게도 출판, 카페 등 다양한 부업(?)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브랜딩 에이전시가 지속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OpenAI
인하우스 팀에서 최근 진행된 OpenAI의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소개했습니다. 앞서 Studio Dumbar 세션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인하우스 팀 관점에서의 발표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인 OpenAI의 통합 브랜딩을 살펴볼 수 있어 추천할 만한 세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디렉터가 패션 분야 출신인 것이 독특하게 느껴졌어요. (크리에이티브는 업종과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비의 POV 2025 참관 총평
올해로 2회째를 맞은 POV.
브랜드비의 개인적인 만족도는 약 46%입니다.
기억에 남은 세션의 비율로 계산한 것이고요, 작년 대비 조금 하락했습니다.
사실 브랜드비는 구체적인 브랜딩 전략과 컨셉 전개에 더 큰 관심이 있어서, 순수 예술에 가깝거나 철학적인 내용은 너무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하지만 시각적 영감과 우연한 발견을 즐기는 디자이너들에게는 흥미로운 주제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디자인이나 마케팅 전반을 다루는 컨퍼런스는 많지만, POV처럼 브랜딩과 시각 디자인에 특화된 컨퍼런스는 드뭅니다.
에이전시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완성된 케이스 스터디도 좋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생각들과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대면으로 진행되는 컨퍼런스에서만 얻을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브랜딩 업계 종사자라면 “다른 에이전시는 어떻게 프로젝트를 진행할까?” 늘 궁금하죠. POV는 그 답을 부분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요.
현재 온라인 티켓은 10월 말까지 열려 있다고 합니다.
시간 여유가 되신다면, 그리고 집중력을 유지하실 수 있다면(중요!) 올해 POV 2025 온라인 참관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