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Images © Boyds / Defy





비즈니스 캐주얼 시대, 정장 브랜드의 두 가지 선택


남성복 시장에서 비즈니스 캐주얼이 보편화되면서 정장은 더 이상 그 중심에 있지 않습니다. 출근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흐려졌고, 많은 정장 브랜드들은 이에 대응해 캐주얼웨어 혹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전환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남성복 브랜드들의 리뉴얼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증합니다.


<최근 리브랜딩을 단행한 국내 남성복 정장 브랜드들>




그러나 모든 브랜드가 같은 선택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필라델피아의 남성 정장 리테일 샵 Boyds는 다른 방향을 택했습니다. 대다수 남성복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 후드티와 스니커즈로 노선을 바꿀 때, Boyds는 왜 여전히 정장을 고수했을까요?






품격 있고 고급스럽지만, 진입 장벽이 있었던 정장 브랜드 Boyds


Boyds는 1938년부터 미국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4대째 이어져 온 정통 남성복 리테일 샵입니다. 고급 맞춤복과 프리미엄 기성복을 중심으로 지역 내에서 명확한 신뢰와 명성을 쌓아왔습니다. 다만 그 역사와 무게만큼, 젊은 세대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브랜드이기도 했습니다. 높은 가격대, 격조있는 매장 분위기의 Boyds와 정장을 자주 입지 않는 라이프스타일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감이 존재했습니다.


Boyds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리적 가격대의 정장 라인 브랜드를 런칭 했습니다. 목표는 품질과 고급스러움을 중시하면서도 가격에 민감한 25~40세, 스타일 감각이 뛰어난 남성 고객층이었습니다. 이들을 Boyds의 브랜드 생태계에 일찍부터 유입시켜,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자 했죠.






정장을 버리지 않고, 정장의 문턱을 낮추다


Gerald는 Boyds의 기존 고객을 대체하기 위한 브랜드가 아닙니다.

미래의 고객을 미리 만나는 브랜드로 설계되었습니다.


친근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주되, Boyds의 메인 라인에서 느껴지는 격식이나 가격 부담 없이 세련미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Gerald가 캐주얼 브랜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하지만, Gerald는 끝까지 정장 브랜드로 남습니다.





헤리티지를 드러내지 않되 진정성을 담다


Gerald라는 브랜드 네임은 Boyds 오너 가문의 2대 이름에서 가져왔습니다. 유서 깊은 역사의 상징인 창업자의 이름도, 가장 젊은 세대인 현재 경영자의 이름도 아닙니다. 왜 하필 2대의 이름이었을까요?


이 선택은 의도적으로 절제되어 있습니다. 외부 소비자에게 Gerald는 클래식하고 신뢰감 있는 남성 이름으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Boyds의 역사와 연속성을 잇는 이름입니다. 이 조용한 연결고리는 브랜드의 진정성으로 작동합니다.





흑백 미니멀리즘을 거부하다


시각적 표현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기존 남성복 브랜드에서 흔히 보이던 흑백 중심의 미니멀리즘을 벗어나, 젊은 에너지를 상징하는 강렬하고 생동감 있는 색상을 사용했습니다. 다만 이 컬러들은 수트의 전통적인 색감에서 출발해, 실제로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브랜드 정체성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섬세함과 빈티지 감성을 자연스러움에 녹이다


로고타입 역시 전형적인 산세리프 서체를 피했습니다. 고전적인 타이포그래피에 뿌리를 두되 현대적으로 다듬어, 과거에 대한 향수를 과도하게 자극하지도, 지나치게 현대적으로 흐르지도 않는 절묘한 균형감을 유지합니다. 그 결과 Gerald는 자연스럽고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인상을 남깁니다.





Gerald의 스마트한 세컨 브랜드 전략


일반적으로 세컨 브랜드 전략은 트렌드 반영이나 고객층 확장을 위해 자주 사용됩니다. 그러나 이 전략은 항상 위험을 동반합니다. 젊은 이미지나 저렴한 가격만을 강조할 경우, 모(母)브랜드의 전통과 역사를 부정하거나 고급스러움을 훼손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확장을 시도하다 중심 가치를 잃은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Gerald는 분명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Gerald는 정장을 캐주얼로 희석하지 않았습니다. 정장이라는 본질을 유지한 채 현대적으로 해석했고, Boyds의 전통을 부정하지 않은 채 다음 세대를 위한 언어로 번역했습니다.


그 결과 Gerald는 젊은 고객에게 정장의 매력을 부담없이 경험하게 만들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미래의 Boyds 고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구축합니다.






전통적 카테고리 브랜드가 지속가능하려면?


탈 정장의 시대에 정장 브랜드가 살아남는 방법은 정장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장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일입니다.

Boyds는 Gerald를 통해 전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세대를 확장하는 방법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리브랜딩보다 훨씬 어렵지만, 그만큼 지속가능한 선택입니다.



정장은 더 이상 남성복 시장의 메인 스트림은 아닙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체될 수 없는 매력과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클래식은 시간이 흘러도 빛을 잃지 않습니다.

진정한 리브랜딩이란, 단순히 트렌드를 좇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본질을 새로운 세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재해석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2026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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