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유행한 COVID19는 약 3년간 세계의 교류를 단절시켰는데요, 덕분에 해외의 핫한 브랜드도 뒤늦게 알게 되거나, 알게 되더라도 체감을 잘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어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소개드릴 브랜드, CAMP 역시 2018년 12월에 오픈했지만 현지의 인기와 인지도 대비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간혹 몇몇 블로그에서 "뉴욕에서 가장 핫한 장난감 가게" 또는 "뉴욕 버전 키즈카페"라는 수식어와 함께 방문 경험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창업자는 "장난감 가게"가 아닌 "A Family Experience Company"로 불리길 원한다고 합니다. CAMP가 어떻게 장난감 가게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지, 무엇이 CAMP를 특별하게 하는지, 브랜드비와 함께 살펴보아요.
1. 일견 평범해 보이는 장난감 가게에 숨겨진 비밀의 문
2018년 12월 처음 오픈한 5th Avenue에 있는 CAMP 매장입니다. 굉장히 전통적인 장난감 가게의 모습을 하고 있죠. 이 모습만 보면 'CAMP가 특별할 게 뭐야? 오히려 고리타분한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것만 보고 발길을 돌렸다면 나중에 크게 후회하게 될 거예요. 위 사진에서 카운터 우측을 유심히 살펴봐주세요. 유모차가 세워져 있는 쪽이요.
카운터 옆, 비밀의 문(Magic Door)을 열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비밀의 문 뒤에는 테마파크를 연상케하는 다양한 체험공간이 펼쳐지는데요, '뉴욕 버전 키즈카페'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밀의 문 뒷 공간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하고요, 먼저 CAMP만의 차별화 포인트인 이 비밀의 문에 대해 살펴보기로 해요.
a. 인식과 감각을 전환시키는 신의 한수, 비밀의 문
CAMP 관련 동영상을 보면 비밀의 문을 여는 순간 방문객들의 반응을 볼 수 있는데요, 메인 타겟인 어린이는 말할 것도 없이 성인인 부모들도 놀라움과 즐거움으로 눈이 휘둥그레지고 홀린듯이 걸어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평범하고 고루해보이는 장난감 가게 벽장 뒤에 숨겨진 환상의 공간이 있을 줄 그 누가 상상했을까요? 단순한 하나의 벽장 문이 매장에서의 경험을 더 특별하게 하는 트리거 역할을 하는 것이죠.
b. 비밀의 문을 만든 또 하나의 실리적 이유
CAMP는 8주~12주마다 내부 공간의 테마를 변경하는데요, 테마 변경에는 인테리어 공사가 필수로 따라올 수 밖에 없어요. 이 비밀의 문은 공사 기간동안 가림막이자 차단기 역할을 하는 것이죠. 또, 공사 기간에도 앞쪽 매장에서는 영업을 계속할 수 있어요.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에서 단 하루라도 매장을 문닫은 상태로 둘 수 없는 것이죠.
저는 이 '비밀의 문'이 정말 특별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Magic Door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지극히 공감하고요. 첨단 기술이나 값비싼 치장 없이 '벽장을 밀어서 연다'라는 단순한 행동만으로 고객의 마음에 '마법'을 거는 셈이니까요.
2. 정기적으로 변화하는 다양한 테마 공간
앞서 CAMP가 8주~12주마다 테마를 변경한다고 언급했는데요, 이 테마도 완전 본격적이예요. 로고부터 인테리어까지 혼연일체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 어린이들이 뛰어놀지 않고서는 못배기게 만들고 있어요.
<캠핑을 테마로 한 Base Camp>
<요리를 테마로 한 Cooking Camp>
<여행을 테마로 한 Travel Camp>
<우주를 테마로 한 Cosmic Camp>
스크롤이 너무 길어질까봐 로고와 공간 이미지 한장으로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디테일을 살펴보면 엄청납니다. 소품 하나하나 테마에 맞게 디자인했거든요. 자세한 내용은 브랜딩 에이전시 Young Jerks의 케이스스터디에서 보실 수 있어요. (하단의 연관 브랜드를 클릭하면 케이스스터디 페이지 링크를 찾을 수 있습니다.)
CAMP는 각 테마 공간 별로 연관된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하고 있어요. 단순히 '장난감 가게'나 '키즈 카페'로만 한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장난감 가게는 주로 크리스마스 같은 시즌 이벤트나 생일과 같은 개인 이벤트에 맞춰 MD를 구성해 왔다고 해요. 아니면 관광객을 타겟으로 한 기념품 정도죠. 테마를 하나 정하고, 그에 맞춰 장난감 외 의류, 도서 등 관련된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전략인데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죠? 몇 년 전 엄청나게 붐이었던 일본 츠타야의 판매 전략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런데 CAMP는 거기에 '놀이'라는 경험까지 추가했어요. 부모님들의 지갑이 열릴 수 밖에 없겠죠?
3.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CAMP는 자체적으로 기획한 테마 공간 외에도 타 업종 브랜드와 제휴하여 테마 공간을 꾸미고 있어요. 일종의 샵인샵 팝업 스토어인 셈이죠. 외부 브랜드와의 제휴는 CAMP에서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하고 티켓 판매를 통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팝업 스토어 전문 공간이 생기긴 했지만 단순 공간 임대에 그치고 있어요. 그에 비해 CAMP는 자신의 브랜드 파워와 역량을 십분 활용하여 상호 Win-Win할 수 있는 전략이죠.
<나이키와 제휴한 Nike Kids Camp>
<어린이들이 다양한 스포츠 액티비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
<디즈니와 제휴한 Encanto X CAMP>
<다양한 미디어와 이펙트로 애니메이션 속 장면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
<TV 애니메이션, Paw Patrol과 제휴한 공간>
<애니메이션 내용을 반영한 체험 공간>
역시 티켓 구매부터 체험 후 연관 제품 구매에 이르기까지, 부모님들의 지갑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전략입니다.
4. 가족을 생각한 다양한 프로그램
놀랍게도 CAMP의 장난감 매출은 25%에 불과하다고 해요. 나머지 중 25%는 티켓 및 연관 제품 판매에서 나온다고 하고요. 그럼, 마지막으로 남은 50%의 매출은 어디서 올까요?
CAMP에 따르면 CAMP의 고객은 월 3회 이상 방문한다고 해요. 또 1회 방문 당 평균 1시간 반 이상 체류하고요. CAMP는 1회성 방문하는 관광객보다 주변의 거주민이 더 중요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거주민의 자녀들을 위한 다양한 강의 프로그램 (음악, 미술)을 운영하고 있어요. 또, 하루종일 케어가 어려운 부모들을 위해 어린이 돌봄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요. 부모들이 자녀를 CAMP에 맡기고 걱정없이 업무를 처리하거나 부모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CAMP의 Date Night Pajama Party 프로그램>
또, 2021년에는 세계 최초로 어린이 e커머스 플랫폼, Present Shop을 런칭했습니다. 어린이들이 가사일 돕기 등으로 포인트를 획득하고, 그 포인트로 가족이나 친구들을 위한 선물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합니다. (다만 현재 운영하고 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어요. 기사에 나온 링크가 연결되지 않더라고요)
<어린이 커머스 플랫폼 Present Shop>
5.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매장 별 차별화된 구성
현재 CAMP는 미국 내 총 9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각 매장의 로고가 다 달라요. 브랜드를 살펴 볼 때 제일 먼저 로고를 보는 브랜드비가 CAMP를 주목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테마 별로도 로고를 달리하고 있는데요, 모든 로고들이 테마와 지역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어요. 로고 디자인의 완성도도 떨어지지 않고요. 이런 로고 베리에이션(Logo Variation)은 보기에는 쉬워보이지만, 실제로 디자인 개발을 하면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이 로고들만 봐도 CAMP가 정말 브랜딩에 진심이라고 생각했어요. 대부분의 브랜드가 디자인 개발에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오리지널 로고만 사용하던가, 베리에이션을 하더라도 이벤트성에 그치거든요. CAMP 브랜드 마니아라면 전 매장의 '도장찍기'를 하러 다닐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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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CAMP를 특별하게 하는 5가지를 살펴봤어요. CAMP를 단순히 장난감 가게나 키즈카페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도 아시겠죠? 어떻게 보면 장난감 가게+키즈카페+테마파크+체험형전시공간이 혼합된 복합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어린이 뿐 아니라 부모까지 고려한 프로그램은 A Family Experience Company라는 브랜드 에센스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COVID19가 아니었다면 우리나라에도 CAMP매장이 오픈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커피를 팔지 않는 키즈카페에 물린 부모님들에겐 새로운 대안이 되었을 테니까요.
다만, 정기적으로 변경하는 테마와 다양한 프로그램은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꽤 힘든 허들이 될 것 같아서, 과연 어떤 대기업이 과감히 CAMP를 들여올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추가적으로 CAMP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연관 브랜드 링크를 타고, CAMP의 공식 웹사이트나 브랜딩 에이전시의 케이스 스터디를 살펴보세요.
또 창업자 Ben Kaufman의 인터뷰 동영상과 기사 링크도 아래에 공유합니다. (영어로 되어있어요.)
<유튜브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