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ner Takes All
세상은 언제나 1등의 이야기를 먼저 기억합니다.
1등은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가장 많은 주목을 받죠.
ABBA의 노래로도 익숙한 문구,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Winner Takes All)" 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종종 성공의 기준이 오직 규모와 속도에 있다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브랜드비는 모든 브랜드가 무조건적으로 1등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브랜드는 숫자가 아닌 자신만의 방향으로 존재를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2인자 브랜딩은 순위가 아니라 정체성으로 세상을 설득하는 전략입니다.
브랜드비는 앞으로 규모보다 다름으로 브랜드를 구축한 사례들을 다루고자 합니다.
그들은 시장의 질서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며, 브랜딩이 곧 태도이자 철학임을 보여주고 있어요.
2인자 브랜드란
편의상 "2인자"라고 부르지만, 브랜드비가 말하는 2인자는 단순히 시장점유율 2위나 매출 2위를 뜻하지 않습니다.
영어권에서 더 보편적으로 쓰는 표현은 도전자 브랜드(Challenger Brand) 입니다.
1등을 따라하는 팔로워가 아니라, 다른 길을 선택해 시장의 질서를 바꾸는 브랜드를 의미합니다.
전통적 2인자 브랜드 사례
오랫동안 2인자의 상징으로 언급되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펩시(Pepsi)는 2인자 브랜드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죠.
블라인드 테스트로 제품력을 입증한 마케팅 사례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 캠페인이 무려 1975년에 실행됐다는 사실!
또다른 2인자 브랜드의 대명사, 에이비스(Avis)입니다. 사실 당시 에이비스는 엄밀히 말하자면 2인자가 아니었습니다만, 2인자를 표방하며 경쟁자들을 따돌렸죠.
폭스바겐의 Think Small 캠페인도 2인자 브랜딩 예시로 종종 언급됩니다. 1950년 당시 미국 자동차 시장은 무조건 큰 자동차를 선호하는 문화가 있었는데요, 폭스바겐은 약점일 수도 있는 '작은 차'라는 사실을 오히려 강점으로 내세웠죠.
한때 애플과 스타벅스 역시 2인자 브랜드였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하지만 이들은 2인자 브랜딩을 통해 결국 새로운 1위의 방식을 만들어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애플(Apple)의 Think Different 캠페인.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스타벅스 역시 하워드 슐츠가 인수할 당시에는 시애틀의 작은 커피숍에 불과했고, 당시에는 Peet's Coffee가 커피의 원조로 인식되고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제 3의 공간(The Third Place)"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오늘날의 명실상부한 글로벌 커피 전문점 1위 브랜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ating the Big Fish - 도전자 브랜드의 교과서
이 개념을 체계화한 책이 애덤 모건(Adam Morgan)의 <Eating the Big Fish (1999)> 입니다.
2인자 브랜드가 어떻게 거대 기업의 틈을 비집고 시장을 흔드는지 구체적인 원칙과 사례를 제시합니다.
국내에는 2007년 브랜딩 에이전시 인피니트에서 번역하여 <1등 브랜드와 싸워 이기는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습니다.
내용은 너무나 알차지만, 다소 시간이 흘러서 사례들이 잘 와닿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이론서적으로 추천합니다.
모건은 도전자 브랜드를 이렇게 규정합니다.
“단순히 작은 브랜드가 아니라, 큰 물고기를 먹을 만큼 뚜렷한 야망과 각오를 가진 브랜드.”
결국 2인자 브랜딩은 생존 전략이 아니라 브랜드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행동 방식의 문제입니다.
브랜드비가 이 시리즈를 시작하는 이유
브랜드비는 이 전통적 개념을 지금 환경에 비춰 다시 살펴보려 합니다.
과거의 성공담을 복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날의 브랜드에게 실질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1. 전통적 사례들이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 1950~80년대의 펩시, 에이비스,폭스바겐 등의 사례는 훌륭한 교과서이지만,
- 버거울 정도로 빠른 기술의 진화 속도, 개인화된 미디어 환경, 소비자 감도가 달라진 오늘과는 간극이 큽니다.
-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막상 실제 참고하려 하면 마치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2. 우리나라 브랜딩 환경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 국내 시장은 여전히 1등 중심 경쟁이 강하고, '2등의 철학'보다 '1등 따라 하기'가 더 흔합니다.
- 또 해외의 훌륭한 브랜딩 사례들을 맥락을 무시한 채 껍데기만 흉내내는 경우도 적지 않죠.
- 그러나 브랜딩 관점에서 모방보다 더 어렵고 매력적인 일은 고유한 철학을 일관되게 관철하는 것입니다.
- 바로 그 지점에서 브랜딩이 필요하고, 또 브랜딩을 통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브랜드비는 현 시점에서의 "새로운 2등들"을 기록하려 합니다.
1등이 아니어도 강렬한 존재감을 구축한 브랜드들, 규모보다 방향, 숫자보다 정체성으로 기억되는 브랜드들을요.
앞으로 이 시리즈에서 다룰 이야기들
이 시리즈는 현대카드를 시작으로, 조조출행, 배홍동, 29CM, 블루보틀, Tele2, 퍼플렉시티까지 (예시 사례는 잠정적 가안이며 추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각 분야 및 시장 환경에서 다름으로 자신을 정의한 브랜드를 살펴봅니다.
그들은 시장에서는 2등일지 몰라도, 브랜드의 세계에서는 누구보다 확고한 세계관을 갖고 있습니다.
브랜드비는 그들의 철학과 전략, 디자인 및 태도를 살펴보고 "규모가 아닌 방향으로 존재를 증명한 브랜드"의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기존의 브랜드비가 특정 테마를 다뤘던 글과는 달리, 개별 브랜드를 더 깊게 들여다 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모집합니다! 브랜드비와 함께 2인자 브랜딩을 깊이 들여다볼 크루(Crew)들을요.
관심있으신 분은 부디 연락주세요!
또, 앞으로 브랜드비의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됩니다.
이미 배포된 예전 글이라도 잘못되었다면 수정하고,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추가할 예정이예요.
과거에 머무른 채 정체된 정보와 지식으로 남고 싶지 않기 때문이예요.
여러분과 함께 완성하는 현 시대의 브랜딩 기록이 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