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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zon의 모바일 악세사리 패키지 디자인

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그래서 관련이 있는 콘텐츠를 준비했어요.


최근 ESG, 특히 환경 문제 이슈가 대두되면서 브랜딩 업계에서도 여러가지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ESG 브랜드를 개발한다거나, 친환경 패키지 디자인을 제작한다거나 등이 있죠.

특히 패키지는 쓰레기를 버릴 때 가장 직접적으로 와닿는 부분이기에 여러가지 방법들이 고민되고 있습니다.


친환경 패키지를 디자인 하기 위한 방법들

1. 패키지에 쓰이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인다 - Zero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기존보다 덜 사용하는 건 가능하죠. 플라스틱 용기의 두께를 줄여서 플라스틱 양을 줄인다거나, 종이에 코팅을 하지 않는다거나, 플라스틱 부품을 종이로 바꾼다거나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어요.

2. 제품보호용 충전재를 줄이거나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바꾼다

3. 친환경 잉크를 사용한다 - '소이 잉크'라는 용어를 들어보셨을꺼예요. 환경에 덜 유해한 콩에서 추출한 잉크입니다.

4.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다 - 일명 '업사이클링'이라고 하는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하여 가공한 소재를 사용합니다.


다만, 패키지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제품의 보호', 그리고 판매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 '제작 단가' 때문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어려워요. 사실 대부분 '우리 브랜드는 환경을 생각합니다'라는 메세지를 주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벤트성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그린워싱 Green Washing' 사례도 있죠. 또, 친환경 느낌을 주기 위해 '크래프트지-황토색의 거친 질감을 지닌 종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브랜드 정체성이나 이미지는 일단 후순위로 밀려나기 마련입니다.


최근 Pentagram에서 개발한 Verizon의 모바일 악세사리 패키지 디자인은 친환경 패키지의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요.

어떤 점에서 다른지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해요.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것이 친환경


기존 친환경 패키지 디자인은 '플라스틱을 줄인다' '쓰레기를 줄인다'라는 것에 촛점이 맞춰져 있었는데요, 사실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원료 채취, 생산, 운송, 유통, 사용에서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있어요. 이런 관점을 '탄소발자국'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면 새벽배송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동네 슈퍼마켓에 가서 구매하는 것도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구매물품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셈이니까요. 그런데, 탄소발자국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얼마만큼 감소되는지 알기도 어렵고, 체감하기도 어려워요. 일부 활동은 탄소 발자국을 그램(g) 수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 수치를 일일이 외우고, 계산하면서 생활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Pentagram은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위해 Giraffe Innovation이라는 환경 컨설팅 스타트업과 협업 했습니다.

단순히 패키지 소재를 바꾸고, 사이즈를 줄이고, '친환경적 느낌'을 주는 그래픽을 디자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어요.

재료, 디자인, 제조 및 배송을 포함해서 기존 패키지의 각 구성 요소에 대한 탄소 발자국을 설정했어요.






친환경 요소 1- 100%업사이클링 재료를 사용했어요

모든 패키지에 사용된 종이는 인증받은 업사이클링 재료라고 합니다.

그리고 패키지 내외부에 '100% ready for recycling'이라는 문구를 담고 있는데요, 이는 패키지에 사용된 모든 소재가 재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친환경 요소 2- 패키지의 크기를 대폭 줄였어요

매장에서 제품전시를 위해 걸이가 필요할 때가 있어요. 패키지의 안전성을 위해 대부분 플라스틱 형태의 걸이를 부착하는데요, Pentagram은 종이 소재로 바꾸고, 운반 및 보관 시 부피를 줄이고 적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팝업 형태로 디자인했습니다. 크기를 줄이는 것의 의미가 단순히 재료를 덜 썼다는 것에 있을까요? 탄소발자국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더 작은 패키지는 동일한 운송환경에서 더 많은 양을 운반할 수 있어요. 즉, 패키지 1개 당 운송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생량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죠.






친환경 요소 3 - 플라스틱 씰을 없앴어요

모든 판매제품은 개봉하지 않은 제품임을 인증하기 위한 여러 장치가 있는데요,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죠 (Plastic tamper seals). 아니면 개봉방지 스티커가 붙어 있거나요.

Pentagram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손으로 뜯을 수 있는 형태(tear-strip)로 디자인했어요. 추가적인 플라스틱이나 비닐 사용을 없애고, 사용자는 '언박싱'의 기분을 즐길 수 있어요.






친환경 요소 4 - 제품 보호 트레이도 종이로 바꿨어요

제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패키지 디자인의 필수요소죠. 생산과 포장이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하며, 안전성이 높다는 이유로 대부분 플라스틱 트레이를 사용하고 있죠. Pentagram은 이것도 종이로 바꿨어요. 대신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각 제품의 사이즈에 맞게 설계를 했죠. 그리고 제품을 꺼내면 '100% ready for recycling'라는 문구가 나와요. 구매자의 ESG 경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라고 볼 수 있어요.


사실 모든 패키지를 종이로 바꾸는 것이 간단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저렴함과 다양성이 핵심요소인 모바일 액세서리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요. 제작 단가 문제도 있고요, 디자인 적인 측면에서는 디자인할 아이템 항목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이거든요. 아래의 패키지 라인업을 한 번 보세요. 엄청납니다!









친환경 요소 5 - 친환경 소이잉크로 인쇄하고 사용성도 놓치지 않았어요

소이 잉크는 보편적으로 쓰이는 요소라 추가 설명은 생략할께요. 사실 5번째 요소는 친환경보다는 사용성 부분이 더 와닿습니다.

모바일 악세서리는 구매 시 큰 고민을 하지 않는 제품이죠. 소모성이기도 하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요. 필요시 매장에서 바로 선택할 수 있는 게 핵심입니다. 그래서 시각 디자인 측면에서는 모든 패키지에 제품의 실제 이미지를 넣고 제품명을 크게 썼어요. 그리고 뒷면에는 구성품에 대한 정보를 깔끔하게 정리했고요.






아래 동영상은 사용자의 패키지 언박싱 과정인데요, 정말 잘 정리된 패키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Full screen으로 확대해서 보세요)







Giraffe Innovation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새로운 패키지는 이전 패키지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22% 감소했다고 해요.

사이즈를 줄이고, 업사이클링 및 재활용 가능 소재의 사용, 그리고 플라스틱을 완전하게 제거함으로써 달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Pentagram이 디자인한 Verizon 모바일 악세서리 패키지는 탄소발자국도 줄이고, 사용성도 높이며,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운 훌륭한 디자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Pentagram의 뛰어난 디자인 능력 외에도, 이런 시도를 한 Verizon을 칭찬하고 싶어요. 디자인 개발 비용(Giraffe Innovation의 컨설팅 비용 포함)은 물론이거니와 개발 시간, 그리고 제작생산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았을 것이거든요.

이러한 것을 보면 '이 회사는 친환경에 진짜 진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진정한 친환경 패키지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보여주는 모범 사례가 되었어요.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마케팅용 일회성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본질적'으로 환경을 생각하고 고민한 친환경 패키지 디자인의 우수 사례가 탄생하길 바랍니다.

2022 A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