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글로벌 공유오피스 WeWork(이하 위워크로 표기)가 공식적으로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위워크의 파산은 몇 달 전부터 계속 예상되어 왔었기에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는데요, 한 때 엄청나게 잘 나가던 위워크를 열심히 살펴 보고, 또 직접 체험해봤던 저로서는 씁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일단, 위워크의 몰락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 기사들이 이미 있기에 링크로 공유드리고요, 브랜드비는 고객 입장에서 위워크 브랜드 경험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무려 4년 전인 2019년의 경험이라 현재의 위워크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만, 위워크의 위기는 그 때부터 조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참고로 커버 이미지로 사용한 애플TV의 "우린 폭망했다 Wecrashed"가 2022년 작품입니다.
*위워크 파산과 관련된 기사들
- 기업가치 60조 회사가 한 번도 돈 번 적 없어?…전세계 열광한 이 기업에 ‘무슨 일’ by 매일경제
- 테크기업? 단순 부동산 임대였다…'62조원 가치' 위워크 몰락 by 중앙일보
- ‘위워크’ 몰락… 오피스 시장 공실 폭탄 터지나 by 조선일보
1. 오피스 재임대업이 어쩌다 공유경제의 아이콘이 되었나?
"공유경제"가 엄청난 마켓 트렌드였던 당시, 공유경제 스타트업의 삼두 마차가 있었죠. 바로 공유 숙박 에어비앤비AirBnB, 공유 모빌리티 우버Uber 그리고 공유 오피스 위워크 입니다. 위워크는 2010년 설립되었는데요, 2019년 코로나 직전이 바로 위워크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공교롭게도 제가 경험했던 시기네요!)로 당시 기업가치가 무려 60조에 달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전에 위워크라는 브랜드를 기사로 접해서 알고 있었지만, 판교에 있는 기업에 몸담고 있었던지라 실제 경험할 기회가 전혀 없었어요. 그러다 판교를 떠난 후, 2018년 한 대기업의 오피스 공간 디자인 컨설팅을 진행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오피스 재임대업은 예전부터 존재해 왔기에, 위워크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차별화되고 "핫"한지 무척 궁금했는데요, 보도자료나 웹사이트, 방문 투어로는 한계가 있어서 한 번쯤 직접 체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비록 이런저런 사정으로 컨설팅 프로젝트는 중단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오피스 공간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을 마무리하고 싶어 약 석 달의 기간동안 직접 입주해서 체험해 보았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오피스 재임대업은 위워크 이전에도 존재했었어요. 주로 개인사업자나 소규모 기업을 타겟으로 했기에 '소호(SOHO) 사무실'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었는데요, 위워크의 등장 이후 '공유 오피스'라는 카테고리로 재편되었습니다. 그럼 무엇이 위워크를 '공유 오피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인지하게 하는 것일까요? 아래에 세부 항목 별로 비교해 보았습니다.
기본적인 서비스는 거의 동일하지만, 위워크가 더 다양하고 많은, 또 고급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임대료가 더 비싸죠.
기업들이 비싼 임대료를 감수하고 위워크를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위워크의 장점부터 살펴 보아요.
2. 위워크의 장점
가. 공간 브랜드로서의 가장 큰 장점 : 초역세권 위치와 감각적 인테리어
대부분의 위워크 지점이 서울 시내 주요 역세권에 위치해 있어요. 지하철 역에서 도보 3분 내지 5분 거리라는 것은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으로서도, 고객과 비즈니스 미팅을 갖기에도 굉장히 큰 메리트입니다. 과거 역세권의 대형 빌딩에서 근무하는 것은 소위 잘 나가는 대기업만의 특권이었는데요, 위워크는 그 문턱을 대폭 낮춰준 것이죠.
기업의 사옥 이전 시 내부 반발이 엄청나고, 지방이나 외곽에 위치한 기업들이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만 보더라도, 회사 위치가 임직원에게 있어 매우 크고 중요한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많은 중소기업들이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외진 곳에서 사무실을 여는데요, 당장의 비용 절감은 될지라도 인재 채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요. 인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인원 변동성이 큰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에게는 위워크가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죠.
또 위워크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후발 주자 공유오피스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벤치마킹하는 대상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 국내 공유 오피스 중 가장 인테리어가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만큼 인테리어에 비용을 많이 썼을 것이고, 이는 위워크 경영난의 작은 원인(크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네요! 공간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나. 서비스 브랜드로서의 장점 : 고객의 마음을 터치하는 감성
위워크의 시그니처 슬로건이 있습니다. 바로 "좋아하는 것을 하세요 Do What You Love"인데요, 개인적으로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서비스가 바로 무료 원두 커피 및 머그 컵 제공이라고 생각해요. 위워크의 슬로건이 머그컵에 인쇄되어 있죠.
개인적 경험입니다만, 제가 사회 초년생 때 가장 싫었던 것이 바로 설거지였어요. 우리나라 브랜딩 에이전시들은 대부분 20명 이내의 소규모 기업인데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브랜딩 업무 외 소모적인 잡무는 인턴이나 신입사원에게 시켰어요. 그 대표적인 잡무 중 하나가 바로 설거지였습니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식기류 외에도 방문객 응대용 커피잔 등 설거지 거리는 넘쳐났고, 하루에도 두세 번 씩 손에 물을 묻혀야만 했죠. 비록 사회 초년생일지라도 나름 유수의 대학에서 4년 간 공부한 고급 인력인데, 집에서도 안 하던 설거지를 회사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면 자괴감이 들 수 밖에 없었죠. 요즘은 개인이 각자 본인의 컵을 씻는 문화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위워크는 이조차도 필요 없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굉장히 사소한 부분인데요, 그렇기에 다수의 기업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요.
이 외에도 맥주 무료 제공, 게임 룸 등이 위워크를 특별하게 만드는 서비스입니다. (부제 : 사장님이 싫어하는 서비스)
<농심 켈로그 이벤트 현장 © 전자신문>
다. 체험 브랜드로서의 장점 : 미니 팝업스토어, 다양한 이벤트 운영 및 공간 대여
요즘 팝업스토어가 엄청나게 활성화되었는데요, 코로나19 이전에는 위워크의 넓은 라운지 공간이 직장인을 타겟으로 한 미니 팝업 스토어나 마찬가지였어요. 대부분의 위워크가 큰 건물을 통채로 사용하거나, 많은 층수를 사용하기에 기본 수용인원이 수천명에 달하는데요, 위워크 멤버를 타겟으로 한 홍보 행사를 열기에 매우 적합했죠. 위워크 이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발품팔지 않고 일하는 공간에서 새로운 체험을 간단하게 해 볼 수 있기에 반응이 좋았어요.
이 외에도 위워크 커뮤니티 매니저기 기획에서 운영하는 요가, 문화 강의 등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어요. 기본적으로 무료이고, 여러 회에 걸쳐 진행하는 깊이 있는 강의만 유료로 진행했죠. 위워크 멤버라면 근무하고 있는 장소 외 다른 지점의 이벤트도 참여가 가능해서,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이벤트 참여만으로도 충분히 임대료를 뽑았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극 I 성향의 저조차도 체험을 위해 몇 개의 이벤트에 참여해봤는데요, 대체적으로 꽤 괜찮았어요. 다만 운영 측면에서는 좀 아쉬운 점이 있었고, 코로나19 이후로는 모든 이벤트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3. 위워크의 단점 (과대포장 내지 거품)
가. 과대포장된 IT 스타트업 : 불편한 앱App 및 웹사이트
솔직히 위워크를 이용하면서 가장 실망했던 것은 바로 앱이였어요. 그 전에 접했던 기사에서 위워크는 '오피스 재임대업'이 아닌 '오피스 IT 기업'을 표방한다고 했었거든요. 아마도 제 머리 속에는 "성공한 스타트업 = 테크 기업"이라는 공식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앱은 정말 별로였어요.
예를 들면, 이벤트 알람 메일이 미국 시간대로(이봐요, 여긴 한국이라고요) 온다거나, 실시간 알람이 떠서 누르면 내용을 볼 수 없다거나 등 어처구니 없는 사용성을 보여줬죠. 위워크 멤버들이 앱 개선해달라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위워크의 대응도 놀라웠어요. "우린 스타트업이니까요.(앱이 불안정한 것은 당연하다는 듯이)"라며 쿨하게 넘기더라고요. 그런데 당시 위워크는 창업 8년 차에, 한국 진출 3년 차였는데요, 이런 변명이 통할 시기는 아니지 않나요?
웹사이트의 사용성은 앱보다는 그나마 낫지만 좋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었어요. 처음 입주했을 때 로그인이 안되어서 문의를 했더니 "크롬에 최적화되어 있으니 크롬으로 시도해 보라"는 답변을 받았어요. 마치 액티브X가 설치가 안되니 익스플로러를 이용하라는 정부기관 웹사이트 안내를 보는 느낌이었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제가 느낀 점은 "위워크는 절대 테크 기업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어요. 위워크 정도의 IT는 디지털 전환을 한 기업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수준이었죠.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위워크를 이용하는 기간 동안 하드웨어인 인테리어는 수시로 변경하고 업데이트 하는 것에 비해, 신속하고 유연해야 할 소프트웨어는 전혀 변화가 없었어요.
나. 쿨함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불친절한 서비스
위워크에 처음 입주했을 때 무척 당황했었어요. 온라인으로 결제를 하고 방문했는데, 안내 데스크에서 등록만 도와줄 뿐 공간 및 이용 방법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습니다. 스스로 알아서 자리잡고 일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안내 데스크를 찾아가서 문의를 해야 했어요. 앱에 매니저에게 메세지를 보내는 기능이 있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기에 있으나마나한 기능이었고요, 대면으로 물어보니 "티켓을 발행하라"는 답변이었어요. 그런데 처음 이용하는 사람이 그 "티켓"이 뭔지, 어떻게 발행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설명이 없기에 알아서 웹 검색으로 알아봐야 했습니다.
한국 기업에서 이런 서비스를 했다가는 욕을 바가지로 먹었을 텐데요, 당시 위워크 후기에는 별 이야기가 없더라고요. 제가 나이많은 꼰대여서 유독 불편했던 것일까요?
다. 아직은 여전히 어색한 커뮤니티 문화
위에서 생략했지만 사실 커뮤니티 서비스는 위워크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앱 안에 위워크 멤버들이 글을 올리고 이벤트를 공유하는 기능이 있는데요, 전세계 다른 지점들의 피드도 올라와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우리나라 피드는 거의 없었지만, 해외는 앱을 통해 프로젝트 멤버도 구하고, 도움도 받고 그러는 것 같더라고요. 이후에 다른 국내 공유오피스를 이용해 보니 위워크 정도로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서비스가 없었어요. 그저 공지사항 게시판 정도 역할이랄까요. 아무래도 소통에 소극적인 우리나라 문화의 영향도 큰 것 같습니다.
원래 공유오피스의 특징이자 장점이 넓은 라운지 공간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면서 '우연한 만남'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론과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제가 당시 약 3개월 동안 위워크를 이용했었는데요, 이용한 지점의 입주인원만 해도 무려 1500여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약간의 대화라도 나눠 본 사람은 커뮤니티 매니저 포함 열 명도 채 되지 않아요. 억지로 이벤트란 이벤트는 다 참여해 보기도 했는데요, 다양한 친목을 쌓기에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더라고요.
첫째, 이벤트는 참여하는 사람만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체감 상 전체 인원의 1~2% 정도인 것 같아요.
둘째, 이벤트에 참여해서도 한국 사람 특유의 어색함과 민망함 때문에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어요. 간단한 자기소개라도 하면 다행이었죠.
셋째, 이벤트 시간대가 애매했어요. 대부분의 이벤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커뮤니티 매니저인데요, 그들도 위워크의 근로자이다보니 거의 모든 이벤트가 근무시간인 오전 9시와 오후 6시 사이에 이뤄져요. 그런데 근무시간에 열리는 이벤트는 회사에 눈치가 보여서 참석을 못하고, 출근 전 또는 퇴근 후 이벤트는 커뮤니티 매니저의 시간 외 근무를 필요로 하다보니 거의 없었죠. 그나마 참석률이 높은 것이 점심시간에 열리는 이벤트인데요, 이는 참가자들의 점심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TGIM (Thank God It's Monday)라고 월요일 오전에 간식거리를 제공하는 정기 이벤트가 있는데요, 참석률은 높지만 수십 명이 각자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길게 줄을 선 모습은 '소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 활성화는 모든 플랫폼 서비스가 원하고 추구하는 항목이지만, 좋은 커뮤니티, 특히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브랜드비의 갈 길도 아주 멀다는...) 단순히 한 공간에서 일하고, 오가다 얼굴 마주치는 것만으로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것을 위워크를 통해 알 수 있었어요.
라. 글로벌 브랜드가 아닌 미국 브랜드
역시, 위워크의 장점으로 볼 수 있지만, 저는 단점으로 본 항목입니다. 위워크는 "크리에이터 어워즈 Creator Awards"라는 행사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2017년부터 전 세계의 창의적인 사람들을 발굴하고 지원하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고 해요. (코로나19 이후 열리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9년 당시 서울 예선은 호기심에 직접 참석해 봤습니다.
위워크 크리에이터 어워즈는 팝업 마켓, 채용부스, 마스터 클래스, 시상식, 애프터 파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이전 직장에서 대규모 행사를 수차례 진행해 본 제가 보기에도 매우 훌륭했어요. 특히 모델 급의 늘씬한 젊은이들이 서빙하는 무료 케이터링 음식과 주류, 다양한 기프트, 유명 가수들의 축하공연은 정말 화려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운영 비용이 얼마야! 라며 눈이 휘둥그레 졌죠.) 또 서울 예선전은 후보자들에게 60초의 발표 시간을 주고 무대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게 하는데요, 마치 서바이벌 TV쇼를 보는 듯해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행사를 즐기는 와중에도 뭔지 모를 불편함이 계속 느껴지더라고요. 돌아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었어요.
첫째, 위워크 서비스에서도 느꼈던 불친절한 진행입니다. 호기심이 많았던 저는 이 행사를 왜, 어떤 목적으로 개최하고, 누가 지원했으며, 어떤 기준으로 심사했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하지만 위워크는 쿨하게 모든 것을 생략한 채 행사 시간과 장소만 안내했고, 행사장 안에서도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행사 프로그램을 도우미에게 물어보니 위워크 직원에게 물어보라더군요. 만약 위워크가 이 크리에이터 어워즈를 위워크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한 행사로서 개최했다면, 그 과정 하나하나를 좀 더 스토리텔링을 담아 알려야 하지 않았을까요? 60초만으로 무대에 선 후보자들의 사업모델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기억에 남는 것은 우승 상금 4억이라는 숫자 뿐입니다.
둘째, 위워크의 '미국스러움'입니다. 비록 위워크가 미국 태생이긴 하지만, 당시에는 이미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글로벌 브랜드는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함께 현지화(Localization)를 함께 갖추고 있어요. 현지화라는 것이 단순히 언어만 바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죠. 현지의 문화와 가치관,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여 현지인이 브랜드를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현지화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위워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린 미국이야"를 외치고 있더군요. 행사 진행자를 비롯하여, 결승 심사위원 및 심지어 축하공연 가수들 대부분이 미국인이었어요. 우연이라고 하기엔 그 퍼센티지가 너무 높더라고요. 특히 일부 심사위원들은 '미국인'이라는 점 외에 심사위원으로 선정될만한 전문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더군요.
나중에 각종 기사를 통해 위워크 창립자인 애덤 노이먼의 각종 비위 및 배임 행위를 알게 되었는데요, 이 크리에이터 어워즈의 진행 방식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겉으로 보기에 엄청나게 화려하고 '있어' 보이지만, 그 알맹이를 들여다보면 명확한 기준과 체계가 없다는 것이 말이죠.
마. 실체가 없는 비전, 위 컴퍼니
위워크의 기업가치가 정점에 달했던 무렵, 위워크는 We Company라는 지주회사를 만들고 하위에 3개 브랜드를 정립했어요. 바로 공유오피스 위워크, 공유교육 위그로우, 공유주거 위리브 입니다. 공유주거인 위리브에 살면서, 위워크로 출근하고, 아이는 위그로우에 맡긴다는 스토리였는데요, 뉴욕에 새롭게 건설한 위워크 사옥 도크72가 바로 그 꿈이 이뤄지는 공간이었죠. 그런데 창업자 애덤노이먼이 쫓겨나면서 흐지부지 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 모든 것이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고 그럴싸한, 들여다보면 별다른 혁신이 없었던 위워크의 실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위 내용은 제가 4년 전에 위워크를 체험하고 썼던 글을 조금 더 다듬고 정리한 것이예요. 아마도 현재 위워크 브랜드가 몰락한 것을 알고 있기에 단점이 더 부각되었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의외로 위워크가 엄청나게 잘 나가던 당시였음에도 불편한 마음과 의구심이 더 컸었답니다. 이게 기업가치가 60조나 된다고? 이걸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열광한다고? 계속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위워크가 파산한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과거 위워크의 승승장구는 '포장(이라 말하고 디자인이라고 읽는다)'과 '스토리텔링'의 힘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실체와는 별개로 위워크 WeWork라는 브랜드는 정말 매력적이거든요. 투자의 귀재 손정의를 혹하게 만든 게 바로 위워크 브랜드가 아닐까 해요. 최근 위워크의 리브랜딩은 물에 빠지기 직전의 발버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만, 기업은 파산해도 위워크 브랜드는 살아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