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브랜딩 케이스 스터디는 브랜드비에서 진행한 최근 프로젝트입니다. 브랜드비는 브랜드 플랫폼 개발을, 파트너사인 브랜드스미스에서는 CI 디자인을 담당했어요. 두 가지 사항을 한 번에 다루기에는 스크롤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먼저 브랜드 플랫폼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할께요. 사실 브랜딩 컨설팅 프로젝트는 분석을 통해 논리적으로 결과물을 도출하는 작업이라 일반인이 보기에는 다소 지루한 면이 없지 않거든요. 그래서 프로세스 단계 별로 정리해서 프로젝트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이해를 돕고자 했어요.
1. 브랜딩의 첫 단추 : 문의하기
브랜딩을 검토하시는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이 브랜딩을 해 본 경험이 없어요. 또 실무자들은 다른 업무를 담당하다가 브랜딩 프로젝트에 투입된 경우가 많아, 생소한 분야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움을 갖고 있죠. 무엇부터 시작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면, 일단 브랜딩 에이전시에 문의해보세요. 대부분의 브랜딩 에이전시들이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준답니다.
픽셀스코프는 올해로 설립 4년 차의 스타트업이예요. 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활발히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 확장해왔는데요, 이번에 신기술 개발로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브랜딩에 대해 검토하게 되었어요.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초기 3년은 회사의 생존이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브랜딩은 차선으로 미뤄두는 경우가 많고, 회사가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 차츰 브랜딩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브랜딩에 대해 해 본 적이 없고 잘 모르기 때문에, 먼저 비용이 저렴한 자동 로고 생성 사이트나, 재능 거래 마켓을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픽셀스코프도 처음엔 신규 브랜드 로고를 재능거래 마켓을 통해 개발했다고 해요. 그런데 결과물을 받아보니 영 마음에 안들고, 이렇게 브랜딩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픽셀스코프는 크게 2개의 브랜드를 갖고 있었어요. 기업브랜드인 픽셀스코프와 새롭게 출시한 제품이자 서비스 브랜드인 픽셀캐스트입니다. 혹시 위 로고를 보시고 어떤 브랜드인지 감이 오시나요? 단순히 브랜드 네임만으로 디지털 영상 분야라고 유추하신다면 왜 로고가 잘못 디자인되었는지 알 수 없을 겁니다. (디자인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말이죠!)
픽셀스코프는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초고속 카메라와 센서 기술을 가진 기업인데요, 이 기술이 빛을 발하는 분야가 바로 스포츠 경기 영상 촬영입니다. 자동으로 공의 위치와 궤적을 추적하여 카메라맨 없이도 유연한 경기 영상 촬영이 가능하고, 또 경기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해서 스코어 및 경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어요. 저도 픽셀스코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세상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답니다.
2. 상담 미팅을 통한 업무 범위 협의
코로나로 비대면이 일상화되었지만, 저희와 같은 브랜딩 에이전시에게는 대면 미팅이 매우 중요해요. 클라이언트와 브랜드 환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종종 바쁘다는 이유로 유선이나 이메일로 대략적인 견적과 일정을 문의하는 클라이언트가 많은데요, 저는 가급적이면 대면 미팅을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왜냐면 견적과 일정은 업무 범위와 상황에 따라 충분히 협의해서 조율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과도하게 많은 비용이나 지나치게 저렴한 비용은 브랜딩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두려워 하지 마시고 과감히 대면 미팅을 요청하세요.
상담 미팅 때 픽셀스코프는 위의 세 가지 사항을 말씀하셨어요. 특히 픽셀스코프의 기술과 분야가 워낙 새롭고 생소한 분야라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또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인재를 초빙하기 위한 채용 시 애로사항이 많다고 해요. 또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인지라 임직원의 대부분이 개발자여서 브랜드를 어떻게 설명하고 표현해야 하는지 어렵다고 하셨어요. 상담 미팅을 통해 픽셀스코프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은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후에 CI 및 BI 디자인 개발을 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을 드렸어요.
3. Kick-off 미팅 및 경영진 인터뷰
본격적인 프로젝트의 시작입니다. 상담 미팅의 경우에는 클라이언트의 프로젝트 주관 실무자와 에이전시 기획자만 만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Kick-off 미팅 때는 본격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모여 상견례를 하고 앞으로 진행하게 될 절차와 일정에 대해 공유하게 됩니다. 또 시간 효율성을 위해 Kick-off 미팅과 인터뷰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인터뷰는 브랜딩 에이전시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프로세스예요. 왜냐면 에이전시는 브랜딩의 전문가이긴 하지만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 분야나 기술, 제품 등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기 때문이죠. 항상 프로젝트를 맡을 때마다 새로운 분야를 파악하고 이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요, 다행히도 저는 이 과정을 즐기는 편이예요. 기존에 몰랐던 분야에 대한 지식과 상식을 습득하는 즐거움이랄까요.
대기업의 경우는 경영진이 바빠서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아 이메일 서면 인터뷰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항상 아쉬웠는데요, 픽셀스코프는 감사하게도 인터뷰 시간을 내어주셨어요. 픽셀스코프의 경영진 인터뷰는 담당하시는 업무 분야 별 리더 한 분씩 대면으로 진행했습니다. 상담 미팅 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기초 공부를 한 상태에서, 하나하나씩 확인하고 잘 몰랐던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 픽셀스코프의 비즈니스 분야가 워낙 생소하고 관련 기술이 복잡도가 높아서 단순히 기초 공부만으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인터뷰를 통해 효율적, 효과적으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답니다.
또 픽셀스코프 내부의 어려움과 필요 사항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었어요. 이는 브랜딩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인데요, 바로 브랜딩이 Identity(정체성)를 정립하는 작업이기 때문이죠. 사실 정체성이라는 게 본인도 잘 모르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특히 회사의 조직원은 담당 업무에 바빠서 브랜드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고 고민하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요. 외부 전문가와 인터뷰를 통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4. 워크샵 Workshop
저는 20여년간 브랜딩 일을 해오면서 '내부 브랜딩' - 즉, 내부 임직원의 생각과 태도를 하나로 모으는 일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는데요, 성공적인 브랜딩은 내부와 외부의 결이 맞아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예요. 워크샵은 내부 브랜딩에 매우 도움이 되는 프로세스예요. 그런데 대부분의 브랜딩 프로젝트에서 워크샵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요. 큰 조직의 경우는 외부 에이전시가 워크샵 진행과 참여를 컨트롤하기 쉽지 않고, 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워크샵을 진행하더라도 한국 사람의 성향 상 참여가 매우 소극적이라 눈에 띄는 결과물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아요.
픽셀스코프는 기꺼이 워크샵 진행에 찬성해주셨어요. 또 직원분들도 생소한 프로세스에 긍정적으로 참여해주셔서, 진행하는 입장에서도 배우는 점이 많았답니다.
이번 픽셀스코프의 워크샵은 Customer Journey Map(고객 여정 지도)을 만들어보는 것으로 진행했습니다. 일반적으로 Customer Journey Map은 마케팅이나 CRM에서 많이 활용하는 프로세스인데요, 브랜딩 워크샵에 도입한 이유는 픽셀스코프와 같은 기술 중심의 기업들은 기술과 제품 개발에 몰입되어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예요. 브랜딩은 외부에 보여주고 전달하는 가치와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기에 Customer Journey Map을 통해 픽셀스코프 내부 임직원들도 다른 관점에서 회사와 제품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어요.
워크샵을 통해 픽셀스코프 브랜드에 대해 임직원들이 생각하고 있는 키워드 및 특장점을 정리해 볼 수 있었어요. 다만, 워크샵에서 도출된 키워드들은 날 것이 많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5. 조사분석 Research & Analysis
인터뷰와 워크샵은 회사의 내부 환경 및 제품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와 함께 경쟁사 및 시장 현황, 고객 정의 및 이해 등 외부 환경에 대한 이해도 필요해요. 가끔 브랜딩 에이전시를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로 오해하시는 클라이언트가 있는데요,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는 시장 규모나 마켓 쉐어 등 수치 기반의 분석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반면, 브랜딩 에이전시는 브랜딩 관점에 포커싱한 키워드와 메시지 중심으로 분석해요. 이를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되고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핵심 가치들을 찾는 것이죠.
6. 리뷰 및 보고 Presentation
위 프로세스들을 통해 수집된 키워드들을 정리하고, 재조합하여 브랜드를 위한 핵심 요소들을 찾아냅니다. 이 과정은 도표나 문구로 설명하기가 애매해서 생략하도록 할께요. (가장 궁금해하실 부분인 것을 알지만, 상세히 설명하자니 영업 비밀이 드러나서요.)
정리된 브랜드의 정체성은 브랜드 플랫폼(Brand Platform)으로 표현됩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플랫폼은 피라미드나 건축물 형태의 다이어그램으로 표현되는데요, 저는 해외 파트너사인 Bourne에서 정리한 아래의 다이어그램을 사용하고 있어요. 직관적으로 브랜드 플랫폼 구성 요소를 이해할 수 있는 다이어그램이랍니다.
3번 항목의 프로세스 이미지를 눈여겨 보신 분이시라면 아시겠지만, 브랜드 플랫폼은 한 번에 정리되지는 않아요. 초안으로서 2개의 방향성을 가진 플랫폼을 제안드리고, 클라이언트의 리뷰와 피드백을 통해 방향 압축 및 정교화가 이뤄집니다. 또, 이렇게 정리된 브랜드 플랫폼이라고 해서 영원히 변하지 않는 금과옥조와 같은 사항이 되는 것은 아니예요. 브랜드는 내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발전하는 것이기에, 브랜드 플랫폼도 필요에 따라 변화한답니다. 그럼 나중에 바뀔 것을 왜 정립하냐고 물으실 수 있어요. 저는 브랜드 플랫폼이 하나의 기준을 세우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브랜드가 우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지, 우리 브랜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판단을 할 수 있는 기준선인 것이죠. 모호하고 변동성이 많은 상황에서 브랜드 전략을 세우는 것과 기준이 있는 상황에서 브랜드 전략을 세우는 것은 그 차이가 매우 큽니다. 추후에 내외부 환경이 변하는 경우에도 정리된 기준선을 조금 움직일지, 파격적으로 움직일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죠.
7. Brand Platform for PIXELSCOPE
휴, 지금까지 읽어주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최종 정리된 브랜드 플랫폼을 아래와 같이 공유드려요.
일부러 픽셀스코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영업 비밀 준수 사항도 있지만, 브랜드 플랫폼은 회사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어떤 회사인지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예요. 물론 브랜드 플랫폼을 보고도 이 회사가 무슨 회사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당연해요. 브랜드 플랫폼의 목적은 '무슨(What) 회사'가 아닌 '어떤(How) 회사'인지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정리된 브랜드 플랫폼은 다음 단계인 CI 디자인 개발의 근간이 되었어요.
픽셀스코프의 CI 디자인에 대한 내용은 후속 아티클로 추후 업데이트하도록 할께요.
*브랜딩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contact@brandb.net 으로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