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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찾아서, Warner Bros. Discovery

최근 인수합병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Warner Bros. Discovery의 CI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미디어 업계는 M&A가 매우 잦아서 로고 히스토리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데요, 오늘은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브랜드의 기원인 '워너 브라더스'의 로고 변천사를 살펴보고, 브랜드 헤리티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요.






워너 브라더스의 로고 변천사 since 1923


먼저 한숨 돌리고 시작할께요. 휴우~

워너 브라더스는 100년에 달하는 역사를 지니고 있는 미국의 영화제작사예요. 비록 현재는 미디어 회사인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모기업이 되었지만, 그 출발점은 1923년 워너 형제가 설립한 한 회사에서 시작되었죠. 100년동안 로고가 참 많이 바뀌었죠? 복잡하기는 또 왜이리 복잡한지...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로고 히스토리(브랜드비의 인스타그램을 확인하세요)를 정리할 때도 이름이 하도 자주 바뀌어서 어려웠었는데요, 워너 브라더스에 비하면 완전 식은죽 먹기였네요.


워너 브라더스의 로고는 기본적으로 이니셜 WB를 방패 안에 넣은 형태인데요, 방패의 형태라던가 WB서체의 디테일이 조금식 변화해왔어요. 중간에 파격적인 새로운 심볼을 도입하기도 했었는데, 결국은 원래의 로고로 돌아왔네요.






워너 브라더스의 대표 심볼은 무엇일까요?

1번의 로고 히스토리 맵을 보시면, 빈번하게 그리고 오래 등장한 심볼이 눈에 띄실 꺼예요.

바로 위의 3가지 심볼인데요, 사용된 기간이 서로 겹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로고가 진정한 '워너 브라더스'의 상징물인지 단정하기가 어려워요.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워너 브라더스의 헤리티지를 찾아

위의 두 로고는 가장 최신 버전의 로고 디자인입니다.

왼쪽은 Pentagram에서 디자인한 워너 브라더스(제작사)의 로고이고요, 오른쪽은 Chermayeff&Geismar&Haviv (이름 정말 길죠? 타이핑하기도 어려워요. 줄여서 CGH로 부를께요)에서 디자인한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미디어사)의 로고입니다.

눈썰미 좋으신 분들은 알아차리셨을꺼예요. 두 로고 모두 워너브라더스의 예전 로고를 정교하게 다듬었어요.





Pentagram의 선택 : 가장 최근의, 가장 오래 사용한 로고


Pentagram은 위 그림에서 오른쪽 심볼, 즉 1953년부터 사용해왔던 로고에 브랜드 헤리티지가 있다고 봤어요. 사실 이 로고에 쓰인 방패의 형태와 비례는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 1925년 최초의 방패 로고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Pentagram은 황금비례를 적용하여 방패의 형태를 결정지었는데요, 1953년 버전 로고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로고 디자인을 할 때 디자이너의 감각적에 의존하여 형태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이것이 디자이너를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옛날 사고 방식 때문이라고 보고 있어요. 저의 라떼 시절, 디자인 에이전시에 입사했을 때 사수가 하얀 모니터 화면에 선 하나 그려놓고는 '전문가가 그리면 느낌이 달라'라고 말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었어요. 컴퓨터로 마우스로 그린 선 하나일 뿐이었는데, 어떻게 느낌이 다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때 저는 시각 디자이너의 길을 포기했었습니다. 나중에 해외 에이전시와 협업하면서 비례와 투시, 그리드의 규칙을 반영한 로고 디자인이 이상적이며 올바른 형태를 만들어냄을 알게 되었는데요, 제가 처음 일을 배울 때 알았더라면 계속 디자인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들어요.

Pentagram의 사례에서 보시다시피, 모든 형태에는 이유가 있어요. 이것이 로고 디자인의 디테일과 완성도를 증명하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CGH의 선택 : 가장 최근의, 가장 유명한 로고

영화 많이 보시는 분들은 왼쪽의 로고가 매우 익숙하실꺼예요. 바로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제작사 브랜드 영상에 등장하는 로고예요. Pentagram이 2019년 워너브라더스 로고를 변경했을 때도 이 때문에 의견이 분분했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CGH는 출발점을 이 로고로 삼았어요.

약간 옆으로 넓은 비례는 유지하되 선의 두께, 형태의 조형미를 다듬어서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심볼을 탄생시켰습니다. 이 로고 역시 형태를 결정짓는 일정한 규칙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같은 워너 브라더스인데 왜 달라?

솔직히 말씀드리면,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새로운 로고가 발표되었을 때 좀 당황했어요. Pentagram의 디자인이 나온지 몇 년 안되었기 때문이고, 워너 브라더스(제작사)의 로고도 함께 변경된 줄 알았거든요. 알아 보니 워너 브라더스의 로고는 변경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2개의 기업의 사업영역이 다르고, 이름도 다르기 때문에 로고가 다를 수 있어요. 그런데, 두 로고의 기원인 브랜드로서의 '워너 브라더스'의 상징물은 도대체 어떤 것으로 봐야 할까요? 두 로고 모두 나름의 이유와 훌륭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기에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2022 A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