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비는 Hospitality 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언젠가 호텔 브랜딩 프로젝트를 직접 이끌어보는 것이 제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간접적으로 참여한 적은 있지만, 아직 주도적으로 진행해본 경험은 없어요.) 그래서인지 호텔 브랜딩 사례는 유난히 눈에 잘 들어오고,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됩니다.
작년에도 호텔 브랜딩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최근 글로벌 호텔 브랜드들의 리브랜딩 사례에 초점을 맞춰보려 해요.
2019년 팬데믹 이후,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고 또 천천히 되찾아가고 있는 중이죠. 특히 여행 산업은 3년 가까이 사실상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변화는 더 크고, 더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에어비앤비의 부상, ‘럭셔리’에 대한 인식 변화, 디지털 환경으로의 급속한 전환까지—이 모든 복합적인 흐름 속에서 호텔 브랜드들은 이제 단순히 Refine(정제) 하는 수준을 넘어, Redefine(재정의) 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호텔 브랜드의 리브랜딩,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W Hotels
- 배경: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대표 주자였지만, 트렌디함이 반복되며 브랜드 개성이 희석되고 있다는 평가
- 목적: '대담함(Bold)'이라는 핵심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더 정제되고 세련된 이미지로 진화
- 리브랜딩 포인트: 비주얼 톤을 일관되게 정리하고, 공간·서비스·디지털까지 통합적인 경험 설계 강화
Radisson Hotel Group
- 배경: Radisson, Blu, Individuals 등 브랜드 하위 포트폴리오가 확장되며 정체성 혼란
- 목적: 각 브랜드의 고유한 개성과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그룹 차원의 통일성 확보
- 리브랜딩 포인트: 세 가지 브랜드 각각의 워드마크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브랜드 컬러·톤·비주얼 시스템 정비
Sofitel
- 배경: ‘프렌치 럭셔리’를 표방했지만, 글로벌 고객에게는 감각적 차별성이 뚜렷하게 전달되지 않음
- 목적: 예술성과 감각 중심의 브랜드 체계 강화로, 감성적 고급 브랜드로 재포지셔닝
- 리브랜딩 포인트: 비주얼 톤 가이드라인 정비, 공간 내 아트 디렉션과 콘텐츠 디자인 강화
Mandarin Oriental
- 배경: 1985년 이후 로고와 브랜드 시스템이 거의 변함없이 유지되며, 디지털 및 글로벌 확장에 대응이 어려움
- 목적: 전통과 품격은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환경과 현대적 소비자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구조로 정비
- 리브랜딩 포인트: 상징적인 부채 로고는 유지하되, 타이포그래피와 브랜드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
Jumeirah
- 배경: 두바이 기반 럭셔리 브랜드로서 인지도는 높았지만, 지나치게 지역성에 의존한 이미지가 한계로 작용
- 목적: 글로벌 시장에서의 감성적 연결력을 높이기 위한 브랜드 이미지 현대화
- 리브랜딩 포인트: 유려하고 절제된 워드마크, 미니멀리즘 기반의 브랜드 언어로 고급스러움 재정의
Marina Bay Sands
- 배경: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서는 성공했지만, 그 이상의 문화적 메시지가 부족하다는 지적
- 목적: ‘고급스러운 공간’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혁신 복합체’로의 확장
- 리브랜딩 포인트: 예술, 혁신, 지속가능성 등을 통합한 브랜딩 메시지 강화. 디자인 시스템도 한층 세련된 방향으로 리포지셔닝
Ascend Collection (by Choice Hotels)
- 배경: 독립형 부티크 호텔의 집합이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없음’처럼 보이는 인식 문제
- 목적: ‘개성 있는 독립 호텔’이라는 포지셔닝을 유지하면서도 브랜드 신뢰도와 인지도를 확보
- 리브랜딩 포인트: 타이포 중심의 균형 잡힌 로고 도입, 각 호텔이 브랜드 스토리 안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구조 강화
Sandals Resorts
- 배경: ‘커플 리조트’라는 강한 이미지는 있었지만, 고객층 확장성과 시대성과는 거리가 있었음
- 목적: 가족·프리미엄 세그먼트까지 수용 가능한 '캐리비안 럭셔리' 브랜드로의 전환
- 리브랜딩 포인트: 컬러·비주얼 언어 리뉴얼, 브랜드 스토리를 로맨스 중심에서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확장
왜 지금, 리브랜딩인가요?
1. 외부 환경 및 트렌드 변화
(1) 럭셔리의 기준이 달라졌어요
한 때 럭셔리 호텔의 기준이 별의 갯수이던 시절이 있죠. 존재하지도 않는 6성급, 7성급 호텔이라는 마케팅 용어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어요.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고급 자재나 5성 서비스보다, 회복과 몰입, 감정적 연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Aman은 그런 변화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어요. 조용한 공간과 사적인 시간이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로 불리며 새 기준이 되었어요.
(2)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밀레니얼·Z세대는 단지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넘어서, 그 브랜드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자신과 연결되는지를 봅니다. 이들은 브랜드의 사회적 태도와 감각적 정체성을 구매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관련 기사 읽어보기)
(3) 디지털이 브랜드의 첫인상이 되었어요
웹사이트, 인스타그램, 앱. 요즘 브랜드는 모바일에서 처음 접하게 됩니다. Z세대 42%, 밀레니얼 25%는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행을 계획한다고 해요. 로고와 비주얼 시스템을 ‘디지털 친화형’으로 변경하는 것은 이제 필수 기본조건입니다.
(4) 에어비앤비는 숙박을 ‘경험 산업’으로 만들었어요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머무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을 느끼고 그 삶을 체험하길 원하죠.
호텔 브랜드는 이 변화 속에서 더 이상 단순한 ‘숙소 제공자’가 아니라, 지역의 감도를 큐레이션하고, 문화적 맥락을 해석해주는 호스트로 진화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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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부에서 자라난 문제들
(1) 브랜드 자산도 노후화돼요
Mandarin Oriental은 1985년 이후 거의 손대지 않던 시스템을 드디어 디지털에 맞게 정비했고,
Ascend Collection은 브랜드 정체성이 너무 모호하다는 문제를 바로잡고 있어요.
(2) 하위 브랜드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Radisson Hotel Group은 Radisson, Blu, Individuals 등 각각 따로 놀던 하위 브랜드를 정돈해 하나의 브랜드 아키텍처로 정비했어요.
(3) 브랜드 포지션이 애매해졌어요
Sandals는 커플만을 위한 브랜드 이미지를 넘어서 가족, 프리미엄 타깃까지 확장 중이에요.
W Hotel도 ‘트렌디하지만 얕다’는 인식을 넘기 위해 본질적 재정비에 들어갔죠.
(4) 말과 행동이 달랐어요
Sofitel은 ‘프렌치 럭셔리’를 외쳤지만, 각 지점마다 다르게 해석되며 고객 경험의 일관성이 무너졌어요.
W Hotel 역시 브랜드 메시지와 실제 경험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마무리하며: 호텔 리브랜딩, 겉보다 안이 더 중요합니다
호텔의 리브랜딩은 이제 더 이상 ‘겉을 예쁘게 다듬는 Refine’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브랜드에 필요한 건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감각을 줄 것인지", "무엇을 약속할 것인지"를 다시 묻고 새롭게 답하는 일, 바로 Redefine입니다.
그 후에 이를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이 개발되어야 해요.
호텔 브랜드가 바꾸어야 할 것은 단순 로고만이 아닙니다.
지금 누구에게 어떤 감각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에 대한 깊은 질문의 답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