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뷰티가 K-팝과 더불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어요. 해외에서 멋지게 활약 중인 우리나라 화장품 브랜드들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제가 다 으쓱해질 정도죠.
그런데, 이제 K-뷰티가 단순히 ‘한국에서 만든 화장품’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제는 ‘Made in Korea’라는 생산지를 넘어서, 피부 케어 루틴과 감성, 태도, 그리고 고유한 미학 스타일을 갖춘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K-뷰티 장르가 대한민국 국경 밖에서도 자생적으로 탄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설립되거나 론칭된 K-뷰티 브랜드들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이들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K-뷰티 제품을 큐레이션하고 소개하는 유통 플랫폼, 또 다른 하나는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들이에요.
*참고: 한국 기업이 론칭한 해외향 브랜드는 이번 글에서 제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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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통 플랫폼형 K-뷰티 브랜드
첫 번째 흐름은 해외 시장에 K-뷰티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전문 커머스 플랫폼입니다. 이들은 단순한 리셀러가 아니라, K-뷰티를 하나의 문화로서 큐레이션하고 전파하는 브랜드화된 유통 채널로 성장하고 있어요.
PureSeoul (영국)
Pureseoul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K-뷰티 전문 유통 플랫폼이자 오프라인 편집숍입니다. ‘순수한 한국 뷰티를 전한다’는 브랜드 철학 아래, 다양한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를 큐레이션해 소개하며 현지 소비자에게 K-뷰티 루틴과 문화를 전달하고 있어요.
MiiN Cosmetics (스페인)
MiiN Cosmetics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둔 유럽 대표 K-뷰티 편집숍 브랜드예요. K-뷰티 제품을 엄선해 큐레이션하고,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을 통해 유럽 소비자에게 ‘한국 스킨케어 루틴’을 문화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최근엔 자체 PB 브랜드도 선보이며 플랫폼을 넘어 뷰티 브랜드로 확장 중입니다.
Yaksok (스페인)
Yaksok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작된 K-뷰티 전문 유통 브랜드로, ‘약속’이라는 한국어 네이밍이 인상적이에요. K-뷰티가 지닌 정직함과 감성을 큐레이션 콘텐츠에 담아내며, 제품과 함께 브랜드 철학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Kindlife(인도)
Kindlife는 인도 기반의 클린 뷰티 플랫폼으로, K-뷰티를 포함해 아시아와 글로벌의 다양한 비건·저자극 화장품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어요. 단순 유통을 넘어 친환경 소비 문화를 지향하며,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최근 로고 디자인을 리뉴얼했는데요, 대표 마스코트의 손동작을 주목해 주세요.
Song of Skin(미국)
Song of Skin은 미국에서 론칭된 K-뷰티 플랫폼 브랜드로, 피부와 감각의 조화를 중시하는 스킨케어 철학을 담고 있어요.
한국 스킨케어 루틴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 큐레이션과 절제된 미학이 돋보이며, ‘피부를 위한 노래’처럼 감성적인 톤앤매너를 유지하고 있어요.
2. 자체 제품형 K-뷰티 브랜드
두 번째 흐름은 해외에서 직접 개발된 K-뷰티 철학 기반의 제품 브랜드들입니다. 이들은 K-뷰티의 미학, 루틴, 감성 코드를 담아 자체적인 ‘K-뷰티다운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Yepoda (독일)
Yepoda는 독일에서 론칭된 K-뷰티 기반 클린 스킨케어 브랜드로, ‘예쁘다’라는 한국어 네이밍을 정체성의 핵심으로 내세워요. 한국 스킨케어 루틴을 재해석한 제품군과 감각적인 패키징으로 유럽 MZ세대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요.
Hwarang (핀란드)
Hwarang(화랑품)은 핀란드에서 론칭된 K-뷰티 기반 화장품 브랜드로, 신라의 '화랑'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제품 패키지에 한글로 '화랑품'이라고 표기한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Divote (크로아티아)
Divote는 크로아티아에서 설립된 K-뷰티 기반 뷰티 브랜드로, 한국 화장품 철학을 유럽 감성에 맞춰 풀어낸 자체 제품을 생산해요. 브랜드 큐레이션을 넘어 독자적인 포뮬러와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으며, 유럽 내 K-뷰티 브랜드 중 드물게 제품 개발에 직접 관여하고 있어요. 로고에 숨겨진 한글을 찾아보세요.
Masha (리디야)
Masha는 중동(UAE) 지역에서 론칭된 뷰티 브랜드로, K-뷰티 루틴과 원료를 중동 문화에 맞게 재해석한 점이 특징이에요. 현지 뷰티 취향과 결합된 패키징과 사용감으로, 새로운 시장에서 ‘현지화된 K-뷰티’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Ondo Beauty (스페인)
Ondo Beauty는 위에서 소개한 MiiN Cosmetics의 자체 브랜드로, '온도'라는 한글 단어에서 따온 이름처럼 피부와 감각의 균형을 추구해요. 비건, 클린 뷰티에 중점을 두며, 유럽 시장에서 한국의 스킨케어 접근법을 섬세하게 전달하는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어요.
Glow Recipe (미국)
Glow Recipe는 미국 뉴욕에서 한국계 공동 창업자들이 론칭한 K-뷰티 브랜드로, 수박 마스크로 대히트를 치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어요. 한국의 스킨케어 철학을 미국식 감성으로 재해석해, 파스텔톤 패키지와 ‘글로우’ 중심의 메시지로 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MixiK (미국)
Mixik은 미국 LA에서 탄생한 K-뷰티 기반 스킨케어 브랜드로, ‘미스트 루틴’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군을 중심으로 전개돼요. 브랜드명은 ‘Mix + K’를 결합한 의미로, 한국 스킨케어 문화를 미국 소비자에게 새롭게 제안하고 있어요.
Elorea (미국)
Elorea는 미국에서 한국계 부부가 설립한 향수 브랜드로, 한국의 자연과 철학을 담은 프리미엄 퍼퓸 라인을 지향해요. 브랜드명은 ‘Element + Korea’의 조합으로, 한국 전통 향료와 모티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3. K-뷰티는 이제 ‘국적’이 아니라 ‘장르’다
이 모든 사례는 하나의 중요한 통찰로 이어집니다. K-뷰티는 이제 ‘어디서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구현되었느냐’가 핵심이에요. 우리는 K-뷰티를 하나의 ‘장르’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장르가 가진 특징은 다음과 같아요.
- 피부 관리 중심의 루틴 설계
- 감성 중심의 스토리텔링
- 여백의 미학과 맑은 느낌의 디자인 언어
- 한글/전통 요소의 현대적 변형
4. K-뷰티 브랜딩을 위한 디자인 전략은?
우리는 이들을 통해 K-뷰티 브랜드의 해외진출 전략을 고민해 볼 수 있어요.
해외 시장을 타겟으로 한 K-뷰티 브랜드를 만들거나 확장할 때 고려할 수 있는 브랜딩 전략 요소들을 정리해봤어요.
(1) 한글/한국어 네이밍 : 예쁘다, 약속 등 직관적이고 독창적인 한글 이름을 사용해 보세요.
(2) 맑은 컬러 팔레트 : K-뷰티의 대표적 속성 중 하나가 바로 '클린 뷰티'이죠. 이를 반영한 컬러 시스템이 필요해요.
(3) 여백 중심 레이아웃 : 절제된 정보 배치로 정돈된 인상을 표현하세요.
(4) 전통 모티프 현대화 : 단청, 태극, 건곤감리 등 한국의 다양한 전통문양을 패턴으로 재해석해 보세요.
(5) 루틴 기반 사용자 경험 설계 : 제품군 구조나 사용 순서를 루틴 중심으로 정리해 보세요.
(6) 감성적 카피라이팅 : 제품 속성을 단순 단어 나열에 그치지 말고, 감성 한 스푼을 담아 표현해 보세요.
해외에서 태어난 K-뷰티 브랜드들은 단순히 Korean Beauty라는 태그라인을 달고 있는 것이 아닌, 현지 시장에 맞춘 감각과 철학으로 재창조되고 있어요.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은 ‘한국적인 것’이 확장되는 모습이 아니라, ‘K-뷰티다움’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자생적으로 퍼져 나가는 현상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확장하고 끊임없이 진화할 K-뷰티, 그 속에서 고유함과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브랜딩 전략을 고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