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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글로벌 브랜딩

요즘만큼 Korea와 K가 핫(Hot)하면서도 쿨(Cool)한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시기가 또 있을까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문화의 존재감은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K-pop과 K-뷰티가 단단하게 다진 기반 위에,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흥행까지 더해지며 제3의 K 카테고리인 K-푸드는 일회성 체험을 넘어 반복 소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글의 제목을 작성할 때 ‘한식’이 아니라 ‘K-푸드’로 표기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한식은 오랜 시간 축적된 고유한 음식 카테고리이며, 그 세계화 역시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흐름입니다. 이를 ‘K-푸드’로만 표현할 경우, 자칫 일시적 유행에 편승한 개념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K 열풍 이전에도 한식의 글로벌화를 위한 브랜딩은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브랜딩은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1. 전통적 방식의 한식 글로벌 브랜딩


기존의 한식 글로벌화는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해외에 맞추는 아웃바운드 전략이었습니다. 현지 입맛에 맞춰 맛을 조정하고, 한국어에 생소한 외국인이 읽기 읽기 쉽도록 네임을 영어로 표기하거나 변경했습니다.




<전통적 방식의 한식 글로벌 브랜딩 사례 I>


디자인에 있어서는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유래한 그래픽과 색상을 사용했습니다. 수저, 기와지붕, 소반, 전통문양, 그리고 태극의 빨강과 파랑, 오방색은 전형적인 한식 브랜딩 방식이었습니다. 또 한식의 특징 중 하나인 고추장의 매운 맛을 표현하는 강렬한 빨간 색도 일반적이었죠.




<전통적 방식의 한식 글로벌 브랜딩 사례 II>


농산물 수출 브랜딩 역시 비슷한 접근을 보였습니다. 다만 아무도 한국어를 모를 것이라는 전제 하에 발음 용이성에만 치중하여 연관성이 떨어지는 우리말이나 국적 불명 네임을 사용하고, 무조건적으로 K를 붙여 해결하려 했죠. 색상 역시 빨강, 파랑, 초록으로 대변되는 전형적 농산물 색상을 사용했습니다.



결국 기존 한식 글로벌 브랜딩의 핵심은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한식이 더 이상 ‘수출되는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현지에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대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한국인 2세·3세 창업자와 한국 문화에 영향을 받은 외국인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식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한식의 글로벌화가 Made in Korea에서 Made by Korean Culture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2. 해외에서 탄생한 한식 브랜딩의 네 가지 유형


브랜드비는 해외 브랜딩 사례 중 한글이 눈에 띄면 자연스럽게 아카이빙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수많은 영어 네임과 카피 속에서 작은 한글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은 토종 한국인으로서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축적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보입니다.




2-1. 한글과 한국 지명을 직접 드러내는 네이밍과 로고 디자인



과거에는 글로벌 브랜드로 한글 네임을 사용하는 것에 “아무도 모른다” “읽을 수 없다” “발음하기 어렵다” 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습니다.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은 ‘현대’ 역시 꽤 오랫동안 “휸다이” “윤다이”로 읽힌다며 글로벌화를 위해 네임을 변경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었습니다. (표음문자인 한글을 사용하는 한국 문화의 특징인지 유독 한국인은 발음과 표기가 정확하게 일치하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해외에서 탄생한 한식 브랜드들이 더 적극적으로 한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로 유명해진 ‘강남’은 둘째치고, 소나무, 수기(숙이), 방탄을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외국인이 얼마나 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브랜드 네임으로 채택했습니다.





2-2. 전통 요소 대신 ‘모던 그래픽’으로 구축하는 브랜드 언어


<네덜란드에서 탄생한 소주 브랜드, 위하여>


해외에서 탄생한 한식 브랜드에는 수저, 기와지붕, 전통 문양 그래픽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는 한국 전통 문화를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매력적이게 느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신 타이포그래피와 레이아웃 중심의 현대적인 그래픽 시스템이 활용됩니다.




< 전통 장을 모던한 디자인으로 풀어낸 패키지, Potluck>


한글의 기하학적 형태는 외국인에게 독특하고 매력적인 시각 요소로 인식된다고 합니다. ‘홋’이라는 글자가 외국인에게는 모자를 쓴 사람 같이 보여져서 귀엽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이러한 한글의 조형요소가 모던한 그래픽 언어로 이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2-3. ‘한식답지 않은’ 색상 팔레트


<포인트 컬러인 레드와 파스텔 톤 배경색 어우러진 패키지 디자인, Born with Seoul>


전형적인 한식의 색 대신 화사한 파스텔 톤과 네온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색상이 눈에 띕니다. 보수적인 한국인 어르신들이라면 "이 색깔은 음식에 쓰는 것이 아니야"라며 거부하실 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길거리 네온사인에서 영감을 받은 Bangtan Chicken>




<과감한 색상 팔레트를 적용한 Korean Bros>



이런 낯선 색상 팔레트가 왜 외국인에게 있어 한식의 이미지와 연결되는지,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합니다. 트렌디하고 팬시한 한국 문화의 이미지가 전이되었을 수도 있고, 전세계적으로 대히트한 로제불닭볶음면의 패키지 색상이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존 한식 및 농산물 브랜드의 색상과는 완전히 결을 달리한다는 것입니다.





2-4. ‘기억 속 한국’을 재현하는 레트로 감각


<7080 시대 만화를 연상케 하는 Sooki 캐릭터>



일부 브랜드에서는 1970~80년대의 시각 언어를 활용한 레트로 스타일이 나타납니다.

특히 한국인 2세·3세가 만든 브랜드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들에게 있어 한국은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부모 세대와 어린 시절의 기억 속 이미지이기 때문입니다.




<레트로 감성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Korean Bros>


이 레트로는 트렌드의 반영이라기 보다는 설립자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정체성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최근 아웃바운드 한식 글로벌 브랜딩 트렌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 브랜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해외 에이전시와 협업하여 한국인이 표현하고 싶은 한식이 아니라 외국인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한식을 중심으로 브랜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글을 로고에 병기한 비비고 리뉴얼, '만두'를 Dumpling이 아닌 Mandu로 표기한 것에 주목>




<한국어 이름을 사용하고 한글을 병기한 아리 브랜딩,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색상 팔레트에 주목>




<해외향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전면 리뉴얼한 오뚜기>





4. 무엇이 ‘한식의 정체성’을 만드는가


과거 한식의 글로벌 브랜딩은 모순적이었습니다.

한글은 숨기면서,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통 요소는 적극적으로 사용했죠.

반면 지금은 한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현대적인 표현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따로 있습니다.

무엇을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인식되느냐가 기준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K를 붙이거나, 전통 색상을 사용한다고 해서 한식의 정체성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해외에서 한식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인식의 간극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입니다.


이는 브랜드비가 다뤘던 <해외에서 탄생한 K-뷰티 브랜드>, <해외 디자이너가 바라본 한글>과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이제 한식은 더 이상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한 전통문화의 연장선이 아닙니다.

느끼고, 소비하고, 각자가 해석하는 문화입니다.


그리고 한식의 글로벌 브랜딩은 그 해석의 방식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2026 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