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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탤릭체를 적용한 로고타입

한때 기울어진 로고는 속도를 의미했습니다.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글자는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상징했고, 역동성과 진보성을 전달하는 하나의 문법처럼 사용되었습니다.



<26년만에 변화한 우체국 심볼 및 로고 디자인>


2010년 대한민국 우정사업본부의 리뉴얼 역시 이러한 흐름 위에 있습니다.

심볼과 로고타입에 기울기를 적용해 우편 서비스를 더 빠르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문법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기울임을 덜어내고, 더 안정적이고 명확한 형태를 선택하고 있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올리브영의 리뉴얼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심볼과 로고타입을 분리한 올리브영의 리뉴얼>


심볼과 로고타입을 분리한 것은 충분히 납득이 되었고, 이와 함께 이탤릭체 역시 변경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고타입은 여전히 기울어진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왜 올리브영은 이탤릭체를 변경하지 않았을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디자인 선택을 넘어, 이탤릭체가 지금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집니다.






1. 이탤릭체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로고에 사용되었는가


이탤릭(Italic)체는 문자 형태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스타일을 의미합니다. 르네상스 시대 필기체에서 유래한 이 스타일은 원래 공간을 절약하고 빠르게 쓰기 위한 실용적 목적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인쇄와 디자인의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이탤릭체는 단순한 형태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특히 로고타입에서 이탤릭체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 속도감과 역동성: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방향성은 ‘앞으로 나아감’을 직관적으로 암시합니다
  • 진보성과 혁신성: 정적인 상태가 아닌 변화와 움직임을 표현합니다
  • 스포티한 이미지: 자동차, 스포츠, 테크 브랜드에서 자주 사용된 이유입니다


이탤릭체가 이러한 특징을 갖게 된 것은 기울어진 글자 자체가 ‘움직이고 있다’는 착각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2. 이탤릭체를 적용한 로고가 사라지는 이유


최근 글로벌 브랜드 리뉴얼에서는 이탤릭체를 점점 덜 사용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과거에는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의 선택이 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2-1. 디지털 환경에서의 가독성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는 기울어진 글자가 인식에 불리합니다.

특히 UI, 앱 아이콘, 파비콘 등 축소된 환경에서는 정자체가 훨씬 안정적으로 읽힙니다.





2-2. 브랜드의 신뢰 중심 전환


과거에는 빠르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경쟁력이었다면, 현재는 신뢰, 안정성, 명확성이 더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울어진 형태는 때로는 불안정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 플랫폼, 테크 기업들은 점점 더 수직적인 형태를 선택합니다.






2-3. 시각적 장치의 축소와 멀티미디어 환경의 충돌


최근 브랜딩은 불필요한 표현을 덜어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탤릭체 역시 스타일 효과 중 하나로 인식되며 점차 제거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미니멀리즘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가 작동하는 환경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로고는 웹, 앱, 영상, 인터랙션 등 다양한 접점에서 움직이는 상태로 보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이탤릭체는 오히려 한계를 드러냅니다.


기울어진 기본 형태 위에 모션이 더해지면,


  • 방향성이 중첩되며 움직임이 과장되거나 어색해 보일 수 있고
  • 확대, 축소, 회전 과정에서 형태 왜곡이 더 크게 인식되며
  • 다양한 화면과 해상도에서 일관된 인상을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결과적으로, 과거에는 ‘속도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였던 이탤릭체가 오늘날에는 실제 움직임과 충돌하는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최근 로고 디자인은 형태 자체는 최대한 중립적으로 유지하고, 필요한 표현은 모션과 시스템에서 구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3. 이탤릭체 없이도 역동감을 만드는 방법


정자체로 표현한다고 해서 역동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이탤릭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그와 유사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더 정교한 방식들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단순한 스타일 적용이 아니라, 형태 자체를 설계하여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3-1. 이탤릭체 느낌을 살린 독특한 서체 사용


완전히 기울이지 않으면서도, 획의 방향성과 구조를 통해 이탤릭과 유사한 인상을 주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전통적인 이탤릭보다 훨씬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브랜드만의 고유한 속도감과 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즉, 기울기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체 자체에 움직임을 내재화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2. 타이포그래피의 구조 설계


두 번째 방식은 개별 글자가 아니라 전체 단어 구조를 통해 역동성을 만드는 접근입니다. 이러한 설계는 시각적으로는 정자체를 유지하면서도, 읽는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방향성과 속도를 느끼게 합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설계가 모션과 결합되면서 더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정적인 상태에서도 완성도가 높고, 움직일 때는 더욱 유연하게 확장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탤릭체는 움직임을 암시하지만, 실제로 움직이지 않는 정적인 표현입니다.

반면 최근의 타이포그래피는 정적으로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설계를 통해 움직임을 만들어냅니다.






4. 정자체에서 이탤릭으로의 전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탤릭체는 전통적으로 속도와 역동성을 표현하는 시각 언어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부 브랜드에서 나타나는 이탤릭체 전환은 그와는 다른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변화는 속도가 아닌 시간의 감각과 정서적 톤을 조정하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4-1. 클래식과 전통성의 환기


이탤릭체는 본래 르네상스 시대의 필기체에서 출발했습니다. 따라서 이 스타일 자체가 이미 역사성과 전통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정자체에서 이탤릭체로의 전환은 브랜드를 더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보다 격식 있고 품격 있는 인상을 강화하는 데 활용됩니다. 특히 패션, 뷰티, 식음료, 문화예술 등의 전통적 산업 영역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이 경우 이탤릭체는 움직임이 아닌 시간이 축적된 브랜드처럼 보이게 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4-2. 레트로 감성과 아날로그적 정서


같은 맥락에서 이탤릭체는 디지털 이전 시대의 타이포그래피를 떠올리게 합니다. 손글씨, 인쇄물, 간판 등에서 느껴지는 감각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탤릭체 전환은 종종 브랜드에 레트로한 분위기아날로그적인 따뜻함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이는 최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완벽하지 않은 것’,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것’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 정자체에서 이탤릭체로의 변화는 단순한 스타일 변경이 아니라,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감성적, 개성적 이미지로 전환하는 선택입니다.

즉, 이탤릭체는 기존 속도를 표현하는 기능의 언어가 아니라, 정서의 언어로 재해석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디지털 시대, 이탤릭 서체의 의미


디지털 환경에서 로고는 더 이상 정지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축소되고, 확장되고, 움직이며 다양한 맥락 속에서 경험됩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이탤릭체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속도와 역동성을 표현하는 직관적인 방법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그 기능이 모션과 구조 설계로 상당 부분 대체되었습니다. 즉, 이탤릭체는 더 이상 필수적인 표현 도구가 아닙니다.




5-1. 기본값에서 선택값으로


과거에는 특정 산업(자동차, 스포츠, 테크 등)에서 이탤릭체가 하나의 기본 문법처럼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정자체가 기본이 되고, 이탤릭체는 필요할 때 선택하는 옵션이 되었습니다.




5-2. 기능이 아닌 정서적 영역으로 이동


이탤릭체는 더 이상 속도를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클래식, 레트로, 감성적 톤을 전달하는 정서적 장치로 사용됩니다.




5-3. 움직임은 시스템에서 만들어진다


오늘날의 역동성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모션, 인터랙션, 시스템 확장과 같은 브랜드의 행동 방식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관점에서 이탤릭체는 이미 설계된 움직임 위에 더해지는 하나의 스타일에 불과합니다.






6. 이탤릭체는 여전히 유효한가?


이탤릭체는 한때 역동성과 진보성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기본적 문법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정형화된 선택을 무조건적으로 따르기보다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야 합니다.


"이 브랜드는 왜 기울어져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속도나 기능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서, 시간성, 태도와 연결될 때

이탤릭체는 여전히 유효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2026 A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