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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볼마크 디자인 시 고려해야 할 사항

<Part 1>에서는 심볼마크가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 장점을 살펴보았습니다.


브랜드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심볼마크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하죠. 하지만 모두가 가질 수는 없습니다. 차별화된 고유한 심볼마크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입니다. 내로라하는 브랜딩 에이전시조차도 새로운 심볼마크 개발이라는 과제 앞에서 야심차게 출발했다가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다 보니 공공연한 비밀로 남아 있을 뿐이죠.


이번 <Part 2>에서는 심볼마크 디자인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을 실패와 진화의 사례를 통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브랜드 본질을 반영하라


심볼은 단순히 멋있는 도형을 하나 추가하는 작업이 아니라, 브랜드의 본질을 응축해 표현하는 상징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단순화·현대화 과정에서 이 본질을 잃으면 오히려 브랜드 정체성이 약화됩니다.




1-1. Pepsi & 대한항공 – 태극 마크의 올바른 진화 방향은 무엇일까?


태극은 우리나라 국기에도 담긴 강렬한 상징입니다. 색상의 대비가 뚜렷해 호불호가 갈리지만, 조형적으로도 의미적으로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심볼이죠. 공교롭게도 서로 다른 산업에 속한 두 브랜드가 태극에서 출발했지만, 리뉴얼 과정에서 상징적 힘을 잃어버렸습니다.


<펩시의 로고 변천사 일부 발췌>


오랜 시간 사용된 원형 태극 심볼을 역동성을 강조하려 기울이고 추상화했지만, 본래의 조화와 균형은 사라졌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를 ‘웃는 얼굴’, ‘뚱보’처럼 의도치 않은 이미지로 해석했고, 결국 15년 만에 옛 디자인으로 회귀하게 되었습니다.



<대한항공의 로고 리뉴얼>


대한항공의 로고는 리뉴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성공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고유한 개성이 사라졌다는 평가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입니다. 색상의 대비만 남기고 태극의 형태를 버렸던 펩시와 달리, 대한항공은 색상을 버리고 형태만 남겼습니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었지만, 국가적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던 힘은 약해졌다고 평가됩니다.




1-2. MasterCard - 가치의 추가일까, 군더더기의 추가일까?


<마스터카드의 로고 변천사 일부 발췌>


마스터카드의 2006년 로고는 많은 이들에게 낯설 것입니다. 기존 교차 원형을 대체하려 했으나 불필요한 그래픽 효과와 의미 부여가 더해지면서 군더더기로 여겨졌습니다. 결국 기존의 단순한 원형 교집합 구조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죠.




1-3. Cardiff City FC - 무조건 강인한 이미지만 전달하면 될까?


< 카디프 시티 FC의 로고 변천사 일부 발췌>


‘파랑새’ 심볼이 축구팀의 강인함을 표현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을까요? 대표 상징을 ‘용’으로 교체했지만, 팬들의 강력한 반발 속에 다시 원래의 파랑새 심볼로 복귀했습니다.






2. 차별성과 독창성을 확보하라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심볼의 독창성은 브랜드 생존에 필수적입니다. 상표권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유성이 부족한 디자인은 단독 심볼로 상표 등록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평범한 브랜드로 인식되거나 쉽게 잊히게 됩니다.




2-1. 크린토피아 - 미니멀을 추구하다 머리카락만 남았다


<크린토피아 로고 변천사 일부 발췌>


크린토피아는 기존에 아줌마 캐릭터를 심볼로 사용했는데요, 가수 ‘넉살’과 닮아 ‘넉살 심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두 차례 리뉴얼을 거쳐 세탁 버블을 미니멀하게 표현한 심볼로 변경했지만, 브랜드를 대표하기보다는 장식적 요소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줌마 캐릭터에서 머리카락만 남았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2-2. Verizon - 20년 넘게 사용했지만 심볼로 인지되지 못했다


<버라이존의 로고 변천사 일부 발췌>


버라이존은 약 20여 년간 체크마크 심볼을 사용했지만, 놀랍게도 최근 소비자 조사 결과 대다수가 이를 버라이존의 심볼로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체크마크 자체가 지나치게 평범했고, 브랜드와의 연계성도 약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단순 워드마크 중심으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2-3. Microsoft Edge - 연계성을 가져가려다 혼동만 불러 일으켰다


< Microsoft Edge 심볼 변화(위)와 Internet Explorer 심볼(아래) 비교>


Internet Explorer를 대체하기 위해 출시된 브라우저 Edge는 초기 심볼에서 ‘e’를 그대로 가져와 연계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Internet Explorer가 여전히 사용되던 상황이라 두 브라우저가 혼동되었고, 브랜드 차별성이 약화되었습니다. 이후 곡선을 강조한 새로운 심볼로 교체하며 정체성을 강화했습니다.






3. 문화적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검증하라


심볼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해석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일수록 문화적 맥락과 다양한 시각적 해석 가능성을 반드시 검증해야 합니다.





3-1. Northwest Airlines - 적용 환경을 고려하지 않아 방향이 아닌 단순 삼각형이 되어버렸다


< 대칭 구조의 항공기 리버리에서 오인지되는 Northwest Airlines의 심볼 디자인>


노스웨스트 항공은 기존 N 심볼을 단순화하며, 원 안의 삼각형이 NW(North-West : 북서)를 가리키도록 설계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 동체에 대칭으로 적용되다 보니 한쪽 면에서는 NE(North-East : 북동)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향성을 강조하려던 의도가 오히려 혼란을 불러온 사례입니다.




3-2. Airbnb & OGC - 성적 연상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브랜드에 도움이 될까?


< 에어비앤비의 로고와 OGC(영국정부청)의 로고>


두 사례 모두 성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을 일으켰습니다.(조금 민망하니까 구체적 설명은 생략할께요.) 에어비앤비의 심볼은 공유와 소속감을 상징하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반응을 불렀고, OGC의 심볼은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성적 해석으로 회자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브랜드 모두 논란에도 불구하고 심볼을 변경하지 않고 꾸준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4. 사용성, 확장성 및 디지털 적합성을 고려하라


오늘날 심볼은 앱 아이콘, 파비콘 같은 초소형 환경부터 대형 전광판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쓰입니다. 직관적으로 브랜드를 인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작은 환경에서 뭉개지거나 다른 형태로 인지된다면 의미가 퇴색됩니다.




4-1. PWC - 독특하지만 사용에 제약이 더 컸다



<PWC의 로고 변화>


PWC의 겹겹의 색 블록 심볼은 독특한 조형미를 지녔지만, 소형 환경에서 뭉개져 식별력이 떨어졌습니다. 결국 워드마크 의존도가 커졌고 심볼의 역할과 의미가 퇴색되었죠. 결국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변화했습니다만, 반대로 새로운 디자인은 개성을 잃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개성과 사용성 사이의 적절한 밸런스 고민은 언제나 어려운 과제입니다.




4-2. Thomson Reuters -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작은 화면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톰슨 로이터 로고 변화>


톰슨 로이터의 원형 점선 구조 심볼은 대형 화면에서는 화려하고 아름다웠지만, 축소 시 인지성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뭉개져 보이는 것은 당연했고요.




4-3. Microsoft Bing - 조형성이 부족한 복잡한 디자인은 오인지를 불러일으킨다


<마이크로소프트 빙 로고 변화 일부 발췌>


마이크로소프트 빙의 초기 각진 심볼은 밸런스가 어색해 브랜드의 이니셜인 b보다는 단순 삼각형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후 단순하고 안정적인 조형으로 재조정했습니다.






5. 점진적으로 진화하며 연속성을 이어가라


브랜드 심볼은 단기간에 인지되고 기억되지 않습니다. 과거처럼 매스미디어를 통한 대량 노출로 주입하듯 인지시키는 방식은 이제 불가능합니다. 성공적인 브랜드들은 수십 년에 걸쳐 심볼의 본질은 지키면서도, 시대에 맞게 조금씩 다듬어 왔습니다.




5-1. Shell - 100년이 넘도록 계속 진화해오다


<쉘의 로고 변천사>


대표적 심볼마크 브랜드인 쉘은 브랜드의 진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브랜드 네임 없이 심볼마크만으로도 브랜드가 인지되려면 꾸준한 사용과 트렌드에 발맞춘 지속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5-2. Apple - 변화하되 본질을 잃지 않다 I


<애플의 로고 변천사>


애플은 무지개색 사과에서 모노톤 심볼, 이벤트용 변주까지 이어지며 본질은 유지하되 시대성은 반영했습니다.




5-3. Instagram - 변화하되 본질을 잃지 않다 II

<인스타그램의 로고 변천사>


인스타그램 역시 폴라로이드 카메라 아이콘에서 현재의 단순한 그라디언트 아이콘으로 진화했지만, ‘카메라’라는 본질은 그대로입니다.




5-4. 하나은행 - 시대에 발맞춰 조금씩 튜닝하다


<하나은행의 심볼마크 변천사>


하나은행은 1991년 도입된 사람(人) 심볼은 변함없이 유지하면서, 색상과 형태를 현대적으로 조금씩 조정해 연속성과 시대성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성공적인 심볼마크는 본질을 지켜내며, 작은 변화를 통해 시대와 함께 호흡한다고 할 수 있어요.






마무리하며


심볼마크 디자인은 단순히 예쁘게 장식을 추가하는 일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본질을 담고, 경쟁사와 구별되며, 다양한 문화와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실패한 사례들은 이를 소홀히 했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보여주고, 성공적으로 진화한 사례들은 심볼마크가 어떻게 시대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심볼마크는 브랜드의 시간을 관통하는 가장 압축적이고 보편적인 언어입니다. 올바른 설계와 꾸준한 진화를 통해 심볼은 세대를 넘어 브랜드의 힘을 이어가는 자산이 됩니다. 무엇보다 성공적인 심볼마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검증된 전문가에게 의뢰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여러 차례의 탐구와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치밀하게 다듬어진 심볼마크 만이 세월을 견디며 브랜드의 얼굴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2025 S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