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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브랜드의 정의

브랜드비의 archiveB에는 다양한 브랜딩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태그를 추가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세컨브랜드'입니다.

세컨브랜드는 국내 브랜딩 업계에서 꽤 익숙한 용어입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별다른 의문 없이 사용해 왔습니다.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와 노하우를 활용해 새로운 가격대나 고객층을 공략하는 브랜드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죠.


그런데 최근 시스터 브랜드(Sister Brand) 사례를 등록하면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것도 세컨브랜드로 분류해도 될까? 아니면 새로운 태그로 추가해야 할까?


두 용어의 차이를 알아보려고 자료를 찾아봤지만 생각보다 명확한 답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세컨브랜드의 정의부터 모호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곳에서는 기존 브랜드의 저가 라인을 의미했고, 어떤 곳에서는 별도의 고객층을 겨냥한 브랜드를, 심지어 같은 기업이 추가로 출시한 브랜드까지 세컨브랜드라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년 넘게 브랜딩 일을 해오면서도 이 용어를 구체적으로 정의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세컨브랜드라는 용어가 어떤 의미로 사용되어 왔는지, 비슷하게 사용되는 다른 용어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명확한 정답을 내리기보다는 브랜드 간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구분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과정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세컨브랜드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세컨브랜드라는 용어의 기원을 정확히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통용되는 개념과 유사한 전략을 찾는다면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습니다.


과거 럭셔리 패션 하우스들은 디자이너의 이름을 내건 고가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기존 고객층만으로는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기존 브랜드의 가격을 낮추거나 대중적인 제품을 대거 출시하면 오랫동안 구축해 온 프리미엄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브랜드의 명성과 디자인 철학을 활용하면서도 가격대와 고객층을 달리하는 새로운 브랜드와 신규 제품 라인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Donna Karan의 DKNY, Marc Jacobs의 Marc by Marc Jacobs, Giorgio Armani의 Emporio Armani와 Armani Exchange입니다. Blumarine의 Blugirl 역시 유사한 전략으로 소개되곤 합니다.


이들 브랜드는 기존 디자이너의 명성을 활용하면서 보다 젊고 대중적인 고객층을 공략했습니다. 브랜드 네임에도 기존 브랜드와의 관계를 드러냈습니다. DKNY는 Donna Karan New York의 약자이고, Marc by Marc Jacobs는 이름 그대로 Marc Jacobs가 만든 브랜드임을 강조했습니다. Armani 역시 여러 브랜드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해외 패션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략을 흔히 디퓨전 라인(Diffusion Line)이라고 부릅니다. 기존 디자이너 브랜드의 감성과 명성을 보다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로 확장하는 방식입니다. 국내에서 말하는 세컨브랜드와 상당히 유사한 개념입니다.






국내 사례로는 1997년 출시된 오즈세컨(O'2nd)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오브제(Obzee)가 보다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선보인 브랜드로, 당시에는 오브제의 '제2브랜드'라고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브랜드 이름에도 두 번째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세컨브랜드'라는 표현 자체입니다. 영어의 Second Brand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에서는 '세컨드 브랜드'뿐 아니라 '세컨브랜드'라는 표현도 관행적으로 사용합니다. 영어의 Second Brand가 문자 그대로 두 번째 또는 추가적인 브랜드를 의미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특정한 브랜드 확장 전략을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온 것입니다.


물론 럭셔리 패션의 디퓨전 라인이 국내 세컨브랜드라는 용어의 직접적인 기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국내 패션업계에서 사용해 온 세컨브랜드의 개념이 이러한 브랜드 확장 전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세컨브랜드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지금처럼 다양한 브랜드 확장 전략을 구분할 필요가 크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하나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성장한 뒤 새로운 고객층을 위해 두 번째 브랜드를 선보이는 경우라면, 세컨브랜드라는 표현만으로도 어느 정도 의미가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기업이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고, 기존 브랜드의 하위 라인으로 출발한 브랜드가 독립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독립적으로 탄생한 브랜드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하나의 그룹에 속하게 되기도 합니다. 브랜드의 수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브랜드 간 관계와 확장 방식도 다양해진 것입니다.


과거에는 비교적 명확했을 '두 번째 브랜드'라는 개념이 오늘날에는 여러 가지 유형의 브랜드 관계를 설명하는 포괄적인 용어가 된 것은 아닐까요?






같은 세컨브랜드인데 관계는 제각각이다


세컨브랜드라고 소개되는 사례들을 조금 더 살펴보면 브랜드 간 관계가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Marc by Marc Jacobs나 Armani Exchange는 기존 브랜드의 이름을 직접 활용했습니다. 소비자는 새로운 브랜드를 처음 접하더라도 어떤 디자이너 또는 패션 하우스와 관련되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죠. 이러한 구조에서는 기존 브랜드의 명성과 신뢰가 새로운 브랜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 Prada와 Miu Miu의 관계는 조금 다릅니다.

Miu Miu는 1993년 Miuccia Prada가 선보인 브랜드입니다. Prada와 다른 감성과 고객층을 겨냥해 출발했으며, 초기에는 Prada의 세컨드 라인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Miu Miu라는 이름에는 Prada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역시 Prada와 차별화되어 있으며, 현재는 독립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Miu Miu는 여전히 Prada의 세컨브랜드일까요?


또 다른 사례로 유니클로와 GU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두 브랜드는 모두 패스트리테일링(Fast Retailing) 그룹에 속합니다. 유니클로가 기능성과 품질을 강조한 일상복에 집중한다면, GU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트렌디한 스타일을 강조합니다.

가격대와 고객층을 차별화했다는 점에서는 세컨브랜드 전략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GU는 유니클로의 네임이나 아이덴티티를 계승하지 않았으며 (정사각형 프레임을 공유하긴 합니다), 유니클로가 직접 보증하는 브랜드도 아닙니다. 두 브랜드는 동일한 그룹 아래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





조금 더 극단적인 사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유니레버(Unilever)는 Dove, Vaseline, LUX, AXE 등 수많은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소비재 기업입니다. 이들 브랜드는 서로 다른 역사와 고객층, 포지셔닝을 갖고 있지만 모두 유니레버라는 하나의 기업 아래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Dove를 Vaseline의 세컨브랜드라고 부르거나, LUX를 AXE의 시스터브랜드라고 소개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브랜드 아키텍처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하우스 오브 브랜드(House of Brands)라고 부릅니다. 하나의 기업이 여러 독립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소비자는 개별 브랜드를 인식하고 선택하며, 모기업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소유 관계만 놓고 보면 이들은 모두 시스터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만으로는 브랜드 간 전략적 관계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세컨브랜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단순히 같은 기업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세컨브랜드라고 부른다면, 유니레버가 보유한 수많은 브랜드 역시 세컨브랜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국내 뷰티업계에서도 시스터브랜드라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2026년 10월, 어뮤즈는 새로운 브랜드 로듀(RAWDEW)를 출시하면서 이를 어뮤즈의 첫 시스터브랜드라고 소개했습니다. 기존 어뮤즈의 브랜드 정체성을 일부 계승하면서도 가격대와 사용 경험을 차별화한 브랜드입니다.


롬앤을 운영하는 아이패밀리에스씨 역시 누즈(nuse), 알디알디(rdrd) 등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기존 브랜드와 구분되는 독립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 같았다면 세컨브랜드라고 소개했을 법한 사례들이 최근에는 시스터브랜드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단순한 용어의 변화일 수도 있지만, 기존 브랜드에 종속된 두 번째 브랜드보다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들의 수평적인 관계를 강조하려는 선택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스터브랜드라는 명칭만으로 브랜드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기존 브랜드의 자산을 얼마나 계승하고, 소비자에게 어떤 관계로 인식되도록 설계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새로운 브랜드가 기존 브랜드와 어떤 관계를 맺도록 설계되었는가입니다.

기존 브랜드의 이름과 신뢰를 활용하는지, 특정 고객층이나 가격대를 분리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독립적인 브랜드로 운영하려는 것인지에 따라 브랜드 전략은 달라집니다.






브랜드를 바라보는 다섯 가지 기준


세컨브랜드의 의미를 알아보면서 비슷하게 사용되는 용어들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서브브랜드(Sub-brand), 시스터브랜드(Sister Brand), 스핀오프 브랜드(Spin-off Brand), 디퓨전 라인(Diffusion Line)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용어들은 각각 서로 다른 기준으로 브랜드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Second는 순서, Sub는 위계, Sister는 병렬관계, Spin-off는 생성과정, Diffusion은 목적을 설명하는 셈입니다.

물론 이는 각 용어가 담고 있는 핵심적인 의미를 비교한 것으로, 모두 엄격하게 표준화된 브랜드 아키텍처의 공식 분류라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세컨브랜드는 국내에서 문자 그대로의 '두 번째 브랜드'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존 브랜드의 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적 개념에 가깝습니다.


반면 서브브랜드는 상위 브랜드와의 위계 및 연결 관계를 설명합니다.


시스터브랜드는 동일한 모기업 아래 존재하는 브랜드들의 수평적인 관계를 의미합니다.


스핀오프 브랜드는 기존 브랜드에서 파생되었다는 출발점에 주목합니다. 다만 기업 분할이나 콘텐츠 IP 확장 등에서도 사용되는 표현이므로, 브랜드 분야에서 하나의 엄격한 구조를 가리키는 용어는 아닙니다.


디퓨전 라인은 패션업계에서 특히 많이 사용되는 개념으로, 기존 디자이너 브랜드의 감성과 명성을 보다 대중적인 가격대로 확장하려는 목적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기준에서 출발한 개념이므로 하나의 브랜드가 여러 유형에 동시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Marc by Marc Jacobs는 기존 브랜드의 이름과 명성을 활용한 하위 브랜드이면서, 보다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로 확장한 디퓨전 라인이었습니다.

Miu Miu는 Prada와 같은 그룹에 속한 시스터브랜드이지만, 출범 초기에는 세컨드 라인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스핀오프 브랜드가 독립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면 기존 브랜드와 시스터브랜드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다섯 가지를 서로 배타적인 선택지로 놓고 어느 하나에만 브랜드를 분류하려 한다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세컨브랜드라는 용어가 모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쩌면 서로 다른 기준으로 설명해야 할 브랜드들을 하나의 이름으로 불러왔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용어가 아니라 분류의 기준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글은 archiveB에서 시스터브랜드 사례를 세컨브랜드 태그에 추가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면서 세컨브랜드라는 용어가 반드시 오용되었다고만은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업계에서 사용해 온 만큼 나름의 맥락과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브랜드 전략과 브랜드 간 관계가 다양해진 오늘날에는 세컨브랜드라는 표현만으로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기 어려워진 것은 분명합니다.




세컨브랜드는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와 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고객층이나 가격대로 확장하는 전략을 설명할 때 여전히 유용합니다. 하지만 동일한 기업이 추가로 출시한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세컨브랜드라고 부르거나, 독립적인 시스터브랜드까지 모두 포함한다면 그 용어가 전달하는 의미는 점점 희석될 수 밖에 없습니다.


브랜드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관점에서 생각해봐도 중요한 것은 새로운 브랜드를 어떤 유형이라고 부를 것인가보다 기존 브랜드와 어떤 관계를 구축할 것인가입니다.

기존 브랜드의 네임을 공유할 것인지, 브랜드의 신뢰와 정체성을 얼마나 계승할 것인지, 가격대와 고객층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장기적으로 독립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인지 등을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러한 선택에 따라 서브브랜드, 보증 브랜드(Endorsed Brand), 독립 브랜드 등 다양한 구조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저희 archiveB의 분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컨브랜드라는 태그를 유지하더라도 어떤 관계와 전략을 가진 브랜드를 포함할 것인지 기준이 필요합니다. 시스터브랜드는 소유 관계를 설명하는 개념이므로 무조건 세컨브랜드에 포함시키기보다는 구분해서 사용하는 편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물론 하나의 브랜드에 여러 태그를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태그가 무엇을 설명하는지 명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기 전까지 세컨브랜드라는 표현을 관행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익숙한 용어라고 해서 반드시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브랜딩에는 이처럼 익숙하지만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용어들이 많습니다. 브랜드 전략은 끊임없이 진화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그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브랜드를 하나의 정답에 맞춰 분류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어떤 관점에서 브랜드를 바라보는지 명확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브랜드를 분류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름표를 붙이는 일이 아닙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바라볼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 고민을 계기로 archiveB의 다른 태그들도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


2026 N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