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브랜딩 프로젝트는 여러 전문가의 손을 거쳐 완성됩니다.
기획, 전략, 네이밍, 디자인에서부터 카피, 영상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의 전문성이 모여 하나의 단단한 브랜드를 만듭니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제가 업계 현장에서 마주해 온 현실은 달랐습니다.
그 과정에 참여한 이들의 이름, 즉 크레딧(Credit)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브랜드비는 바로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왜 브랜드비는 archiveB를 만들었는가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고 프로세스가 성숙한 지금도, 기업들은 여전히 입소문에 의존해 브랜딩 파트너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평소 브랜드와 거리가 멀거나, 브랜딩 프로젝트 경험이 거의 없는 중소기업·초기 스타트업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밟습니다.
- 유명한 에이전시에 의뢰해보고 싶지만, 높은 비용일 것이라 지레짐작해 포기합니다.
- 저가 플랫폼을 검색해 의뢰합니다. 실패해도 감수할 수 있는 가격대에서 최선의 선택을 찾아봅니다.
- 주변 지인에게 물어 소개를 받습니다.
- 지인조차 없는 경우, 검색 플랫폼의 광고 순으로 노출되는 에이전시에 먼저 연락합니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은 브랜딩을 자주 하는 기업들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소비재 기업은 매년 신제품, 패키지 개선, 프로모션 브랜딩 등 다양한 과제를 다루기 때문에 유명 에이전시나 기존 파트너 외에도 새로운 파트너를 지속적으로 탐색합니다.
- 유명 에이전시에 의뢰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 동일 파트너와 장기 협업 시 크리에이티브 피로도(매너리즘)가 발생합니다.
- 업무 속도 및 조직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운영 유연성을 확보하고 싶습니다.
- 연간 대규모 예산을 고려한 비용 구조를 최적화하고 싶습니다.
즉, 브랜딩 경험이 많을수록 오히려 더 넓은 파트너 풀(pool)이 필요해지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결국 같은 질문에 직면합니다.
- "우리와 유사한 프로젝트를 경험한 파트너가 있을까?"
- "이 브랜딩은 실제로 누가 했을까?"
- "검증된 실력자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러나 과거에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습니다.
브랜드비는 이 공백을 메우고, 진짜 실력 있는 ‘숨은 전문가들’을 정확히 기록하고 소개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archiveB입니다.
archiveB 운영 3년, 우리가 마주한 현실
1) 로고 및 크레딧 삭제 요청 - 아직 성숙하지 못한 브랜딩 업계의 단면
archiveB에 로고와 크레딧을 등록하면, 많지는 않지만 삭제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청자는 클라이언트일 때도 있고, 에이전시일 때도 있습니다.
이유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 "브랜드비가 개발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 "우리 클라이언트가 불편해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비를 창작자로 오해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만약 오해가 있어 연락이 와도, 브랜드비는 다음과 같이 대응하고 있습니다.
- 실제 창작자 및 에이전시를 정확히 연결해 드립니다.
- 알지 못할 경우, 브랜드비가 개발한 작업이 아님을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설명도 들으려 하지 않은 채 무조건 삭제를 요구하는 상황을 마주할 때면, 업계에서 크레딧 인식이 여전히 충분히 자리 잡지 않았음을 실감하곤 합니다.
2) 크레딧이 만들어낸 긍정적 사례 - 연결의 힘
반대로 크레딧이 명확했기 때문에 발생한 좋은 사례도 많았습니다.
- 클라이언트가 archiveB에서 브랜드와 에이전시를 탐색한 뒤, 마음에 든 에이전시에 직접 프로젝트를 의뢰한 사례
- 특정 브랜드의 창작자를 알고 싶다는 문의에 브랜드비가 적극적으로 탐색해 창작자를 클라이언트와 연결한 사례
이 과정에서 브랜드비는 중개 수수료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직접 에이전시에 연락해 프로젝트가 진행된 후, 에이전시의 감사 인사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경험을 통해 정확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시장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에이전시가 크레딧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archiveB를 운영하며 가장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여전히 많은 에이전시가 자신의 작업임에도 크레딧을 즉시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부는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를 우려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걱정해 조심스러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타이밍입니다.
종종 반년 내지1년이 지난 뒤 케이스 스터디와 함께 크레딧을 뒤늦게 밝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브랜딩은 발표 직후가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시점이며, 그 순간이 곧 가장 큰 홍보 기회입니다.
이때 크레딧이 함께 노출되어야 잠재적 클라이언트의 기억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일반 소비자나 클라이언트 중 케이스 스터디를 정독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브랜딩이 필요할 시점에서, archiveB에서 그 정보를 다시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브랜딩에서 '기억되는 창작자의 이름'은 결국 즉시 공개된 크레딧에서 비롯됩니다.
크레딧은 창작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막이자 기회다
브랜드비가 지난 3년 동안 경험한 바에 따르면,
크레딧은 단순한 명예 표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 창작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합니다.
- 적합한 클라이언트와 연결시킵니다.
-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합니다.
즉, 브랜딩 산업의 기본 인프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레딧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창작자의 실력은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업계는 더 공정해지며, 클라이언트는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크레딧 정보를 공개해 주세요!
브랜딩 업계는 여전히 폐쇄적이고, 정보는 쉽게 휘발됩니다.
브랜딩 발표 후, 수 년이 지나 기억의 왜곡 속에서 타인의 작품 또는 협업의 결과물을 오롯이 자신의 것인 양 자랑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누가 만들었는가"를 투명하게 기록하고 남기는 작은 실천은 업계의 신뢰를 높이고, 창작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브랜드비는 그 변화를 만들기 위해 archiveB를 운영합니다.
우리가 선택한 방식은 단순합니다.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기록하는 것.
그 외에는 어떤 수수료도, 어떤 이해관계도 없습니다.
물론 간혹 잘못된 정보가 기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발견 즉시 정정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는 여러분의 협조가 꼭 필요합니다.
크레딧은 업계가 공유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약속입니다.
그리고 그 약속이 지켜질 때, 브랜딩 산업은 분명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