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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에이전시들의 합종연횡

최근 몇 년간 브랜딩 업계에는 유난히 많은 합병과 연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브랜드비의 지난 글 <브랜딩 에이전시의 리브랜딩>에서 살짝 언급한 바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좀 더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랜딩 에이전시의 합병과 연합은 단순히 덩치를 키우는 것뿐 아니라, 브랜드 전략에서 네이밍과 디자인, 브랜드 경험, 그리고 첨단 기술 적용까지 한 번에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찾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흐름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1. 전문 스튜디오의 그룹화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스튜디오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그룹을 이룹니다.

브랜딩 전략부터 아이덴티티, 디지털 경험, 퍼포먼스 마케팅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죠.

Further처럼 외부 자본을 받아 합병하는 경우도 있고, Red Antler처럼 내부적으로 계열사를 만들어 확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1. Further = Further(DesignStudio) + Analog + PixelArtworks

https://www.further.group/


브랜딩 전략과 아이덴티티에 강점을 가진 DesignStudio(현재 Further로 네임 변경), 몰입형 콘텐츠와 경험 디자인에 특화된 Analog와 PixelArtworks가 합쳐져 탄생한 그룹입니다. 단일 브랜드 솔루션을 넘어, 브랜드·콘텐츠·경험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새로운 모델을 지향합니다.





1-2. Kurppa Hosk (Kurppa Hosk + Neue + Heydays + Goods)

https://www.kurppahosk.com/


스웨덴을 대표하는 브랜딩 에이전시 Kurppa Hosk는 최근 몇 년간 적극적으로 그룹화를 진행했습니다. Kurppa Hosk는 Neue, Heydays, Goods의 세 스튜디오를 통합하며, 브랜드 전략과 아이덴티티에서부터 패키지 제작, 물리적 경험까지 연결된 풀 스펙트럼을 구축했습니다.





1-3. Skinn (Skinn + Maister + Elevens + 5am)

https://www.skinn.agency/


벨기에에서 출범한 이 그룹은 Skinn(아이덴티티), Maister(전략), Elevens(UX/UI), 5am(크리에이티브)의 전문성을 묶었습니다. 전략에서 실행까지 이어지는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기반의 독립 에이전시가 모여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입니다.





1-4. Red Antler Group = Red Antler + Wild Fruit + Fat Earth

https://www.redantlergroup.com/


뉴욕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브랜딩 에이전시 Red Antler가 주축이 되어,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전문 Wild Fruit, 퍼포먼스 마케팅 전문 Fat Earth를 계열사로 두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 초기 브랜딩부터 성장 단계의 마케팅 실행까지 전 과정을 함께할 수 있는 독자적 그룹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1-5. Tastematter Group = Maincourse + Sauce

https://tastematter.co/


태국 방콕을 기반으로, 공간·리테일 경험을 담당하는 Maincourse와 브랜딩 전문 Sauce가 함께 합니다. 브랜드의 메시지를 물리적 공간 경험과 콘텐츠 실행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지역 특화형 그룹화 모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맛(Taste)을 주제로 서로 연계된 네임이 재미있습니다.





2. 글로벌 네트워크의 통합과 보강


대형 네트워크(WPP 등)가 그룹 내 중복 기능을 합치거나, 부족한 역량을 보강하는 전략입니다.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아우르거나, 다이내믹 아이덴티티 구현을 위해 모션·타입 전문성을 강화하는 식이죠.

글로벌 네트워크는 효율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2-1. Design Bridge and Partners (Design Bridge + Brand Union)

https://www.designbridge.com/


WPP 산하에서 전략에 강한 Brand Union과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의 Design Bridge가 합쳐졌습니다. 새로운 이름 Design Bridge and Partners로 출범하며,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아우르는 초대형 글로벌 브랜딩 파트너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무려 900명에 달하는 크리에이티브 구성원을 자랑합니다.





2-2. Landor Group = Landor(Landor&Fitch) + Mans vs Machine + Amp + BDG

https://landor.com/


모션 전문Mans vs Machine, 사운드 전문 Amp, 건축·인테리어 전문 BDG를 차례로 인수하며 Landor&Fitch에서 Landor로 명칭을 바꾸었습니다. Landor는 이제 브랜드를 단순히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멀티센서리·멀티스페이스 경험으로 확장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3. 연합형 네트워크 모델


인수합병보다 컬렉티브(collective)에 가깝습니다.

각 스튜디오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프로젝트와 브랜드 파워를 공유합니다.




3-1. DEPT (Digital Department)

https://www.deptagency.com/


네덜란드에서 출발한 디지털 중심 네트워크 DEPT는 Studio Dumbar가 합류하면서 아이덴티티 역량을 더했습니다. 각 스튜디오는 여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part of DEPT"라는 이름 아래 네트워크 효과를 공유합니다.





3-2. NoA (The North Alliance)

https://www.thenorthalliance.com/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전역의 독립 에이전시들이 모여 구성한 얼라이언스입니다. 브랜딩 에이전시로는 Bold가 속해 있습니다. 소속 에이전시들은 개별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NoA라는 이름으로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3-3. Common Interest

https://www.commoninterest.co/


Common Interest는 글로벌 독립 스튜디오들이 모여 만든 협업 플랫폼입니다. 프로젝트마다 유연하게 파트너를 구성하며, 스타트업과 신생 브랜드를 위한 전략 및 실행 패키지를 제공하는 데 강점을 두고 있습니다. 브랜드 컨설팅 에이전시 21st Century Brand, 디자인 에이전시 Otherway가 속해 있습니다.





3-4. Eidra

https://www.eidra.com/


앞서 소개한 Kurppa Hosk와 북유럽의 디자인·디지털 스튜디오들이 함께하는 신생 연합입니다. 각 스튜디오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북유럽 특유의 미니멀하고 체계적인 접근을 공유하며 협력합니다.






4. 브랜드비의 제안: 새로운 연합 모델


브랜드비도 이 흐름 속에서 하나의 제안을 더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합종연횡이 주로 합병이나 투자 기반의 확장에 치중했다면, 우리가 구상하는 연합은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닙니다.


4-1. 프로젝트 확장 지원

에이전시가 본인의 역량을 넘어서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파트너를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브랜드비는 이 과정을 더 자유롭고 편리하게 만들어, 각 스튜디오가 자신보다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4-2. 맞춤형 팀 큐레이션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있을 경우, 브랜드비는 프로젝트 성격에 맞는 최적의 팀을 큐레이션해 제안할 수 있습니다. 전략 중심의 프로젝트라면 기획 에이전시와 디자인 스튜디오를 연결하고, 글로벌 확장이 필요하다면 현지 경험이 풍부한 파트너를 포함시키는 식이죠.


4-3. 동종 분야 간 협업 실험

보통은 네이밍 1개사, 디자인 1개사처럼 분업형 구성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브랜드비는 같은 분야의 에이전시가 함께 참여하는 실험적 협업을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네이밍 전문사 두 곳이 동시에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거나, 디자인 스튜디오 두 곳이 하나의 로고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결과물의 다양성을 높이고, 클라이언트에게 더 풍부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비가 제안하는 연합은 단순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협업의 장입니다. 각 에이전시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방식이죠. 브랜드비는 이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설계하는 큐레이터로 자리하고자 합니다.


브랜드비는 이러한 연합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에이전시 회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함께하고 싶은 에이전시는 brandB의 회원으로 등록해보세요.

더 넓은 협업의 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브랜드비 에이전시 회원 가입하기






5. 마무리하며


브랜딩 에이전시들의 합종연횡은 더 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업계 전반에서 당연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죠.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단순합니다.

이제 하나의 에이전시가 모든 것을 소화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사실입니다.

클라이언트 역시 그런 만능 에이전시를 더 이상 믿지 않습니다.

대신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스튜디오와 파트너가 모여, 서로의 역량을 투명하게 드러내며 협업하는 방식을 원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협업의 문화와 크레딧 공개가 무엇보다 중요해집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에이전시와 인력을 명확히 밝히고, 그들의 기여도를 인정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클라이언트는 안심할 수 있고, 에이전시 역시 전문성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브랜드비는 이런 관점에서, 단순히 결과물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참여 주체와 그들의 역할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아카이브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합종연횡의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신뢰의 방식이자, 업계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믿습니다.

2025 S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