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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네임의 회귀

브랜드 네임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라,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감정적 연결고리이자 정체성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기억하지는 않지만, 친절한 서비스로 감동을 주었거나, 반대로 불쾌한 경험을 겪게 한 종업원은 명찰을 유심히 바라보게 됩니다. 브랜드 네임은 이 명찰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때로는 시장 확대, 이미지 쇄신, 기술 변화 등의 이유로 브랜드가 이름을 바꾸는 결정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뀐 이름이 자신의 정체성 및 새 옷과 영 어울리지 않을 때가 있죠. 가장 큰 문제는, 그렇게 바뀐 이름이 다시 원래의 이름으로 돌아오는 일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브랜드 네임 변경 이후 원래의 이름으로 복귀한 국내외 사례들을 살펴보고, 그 안에 담긴 전략적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브랜드 네임 회귀의 해외 사례


1. HBO Max → Max → HBO Max



Warner Bros. Discovery는 기업 합병과 함께 채널 브랜드인HBO Max와 Discovery+를 통합했습니다. 아마도 두 브랜드 간의 형평성을 고려하고, 범용 플랫폼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HBO를 떼고 Max로 변경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리브랜딩 후 기존 HBO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사라졌다는 비판에 직면하며 다시 HBO Max로 복귀를 결정했습니다.






2. Reckitt Benckiser → RB → Reckitt



영국의 생활용품 기업 Reckitt Benckiser는 2014년 약칭 RB로 변경했습니다. 2009년 CI 리뉴얼 당시 네임 변경을 계획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약칭 RB는 짧고 부르기 쉬웠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었죠. 결국 다시 "Reckitt"으로 회귀하면서 본래의 유산과 신뢰를 되살렸습니다.






3. Standard Life Aberdeen→ Abrdn → Aberdeen



영국 자산운용사 Aberdeen은 2021년, 디지털 친화성을 이유로 이름을 Abrdn으로 변경했지만 발음과 이해의 어려움으로 조롱을 받았습니다. 2025년 결국 Aberdeen으로 복귀하며 "vowel return(모음 회귀)"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4. Tribune Publishing → Tronc → Tribune



미국 언론사 Tribune Publishing은 디지털 혁신을 상징한다며 Tronc(Tribune Online Content)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오히려 브랜드 정체성을 해쳤다는 평가를 받으며 2년 만에 다시 Tribune으로 복귀했습니다.







브랜드 네임 회귀의 국내 사례


1. 선양 → 맥키스컴퍼니 → 선양




충청 지역 소주 브랜드 선양은 2013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더맥키스컴퍼니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맥키스는 당시 선양이 야심차게 출시한 홈 믹싱주 브랜드로, 제품 확장 및 현대적 이미지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맥키스 브랜드가 판매 부진으로 2016년 단종되었을 뿐 아니라, 기존 지역성과 전통성이라는 핵심 브랜드 자산을 잃고 말았습니다. 선양 브랜드로의 회귀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됩니다.






2. 골프존 → 골프존뉴딘 → 골프존



지주사 정체성 강화를 위해 '골프존뉴딘홀딩스'로 변경했던 골프존은 브랜드 자산의 명확성과 통일성을 회복하기 위해 다시 '골프존'으로 복귀했습니다.

참고로 ‘뉴딘(Newdin)’은 "새로운+정신(New+Discipline)"의 합성어로, 기술 중심 사업 확장 의지 반영한 신사업 대표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뉴딘’이 내포한 의미가 일반 소비자에게 명확하지 않았고, 신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인지도도 낮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3. 한국산업은행 → KDB산업은행 → 한국산업은행



2013년부터 영문 약칭을 반영한 ‘KDB산업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오던 산업은행은, 2025년 다시 ‘한국산업은행’으로 공식 명칭을 복귀시켰습니다.

KDB는 이명박 정권 시절,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대표 브랜드로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산업은행의 영문 약칭인KDB를 같이 표기한 KDB산업은행 이라는 네임은 명칭의 중복이라는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2025년 민영화를 완전 포기하면서 10여년만에 KDB브랜드는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공공성과 정체성, 국민 인식 회복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해석되며, ‘대한민국 대표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역할에 맞는 브랜드 복원 조치로 평가됩니다.






4. 드라맥스 → iHQ 드라마 → 드라맥스



2021년 iHQ는 기존 채널 브랜드의 혼선 최소화 및 그룹 브랜드 일원화를 목표로 네이밍 변경을 단행했는데요, 시청자의 혼란과 정체성 약화 문제로 3년 만에 다시 '드라맥스'로 복귀했습니다.

드라맥스를 변경하게 된 배경에는 시청자가 아닌 기업 중심의 사고방식이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iHQ는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를 모태로 하는 기업으로, 일반인에게는 기업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항상 옛 싸이더스라는 부연설명이 붙어야 했죠.) 그런 iHQ브랜드로 2006년부터 운영해온 드라맥스 브랜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왔었을까요? 






5. 산타토익 → 뤼이드 튜터 → 산타토익



AI 기반 토익 학습 앱 산타토익은 모회사 브랜드 '뤼이드'와 통일을 시도했지만, 사용자 애정과 인지도를 무시한 리브랜딩은 역효과를 낳아 '산타토익'으로 회귀했습니다.

리브랜딩 배경은 2022년 브랜드비가 작성한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어 생략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이전 글을 읽어 주세요!)






이들 사례에는 몇 가지 공통된 패턴이 있습니다.


1. 기존 브랜드 인지도 및 상징성 과소평가

Max, Tronc, 뤼이드 튜터 모두 기존 브랜드가 가진 이름의 자산을 과소평가했습니다. 민간기업뿐 아니라, KDB산업은행 사례처럼 공적 역할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공기관 명칭도 단순 약칭 변경으로는 대체 불가능함을 보여줍니다.


2. 소비자 및 이해관계자 혼란

브랜드 변경 이후 발음, 이해, 정체성의 혼란이 나타났습니다.


3. 전략적 목적과 실행의 괴리

기술력 강조, 그룹 일원화, 글로벌화 등 명분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약화시켰습니다.


4. 공공성과 역사성의 중요성 재확인

유서 깊은 브랜드 네임의 회귀는 브랜드가 브랜드가 국민적 신뢰와 직결되며, 네임 변경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5. 회귀 타이밍의 결정성

대다수 기업은 여론 악화나 시장 반응이 명확해지자 빠르게 복귀를 단행했습니다. 다만, 이 “빠른”의 정도는 기업 및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최소 2~3년의 시간은 소요된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다면 브랜드 네임 변경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1. 기존 브랜드 자산에 대한 냉정한 분석

기존 브랜드 네임이 가진 감성, 신뢰, 연상 이미지의 축적된 힘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2. 내부 전략과 외부 인식의 간극 줄이기

기업의 비전이나 기술력이 고객의 인지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리브랜딩은 공허할 수 밖에 없습니다.

 

3. 고객 관점에서의 사전 검증

리서치, AB 테스트, 브랜드 인지도 조사를 통해 변경이 실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4. 복귀가 곧 실패는 아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늦더라도 고치지 않는 것보다는 고치는 것이 또 다른 소를 잃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죠. 오히려 브랜드 회귀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다는 고객 중심 경영 태도의 반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는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늘 긴장합니다.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리브랜딩에는 철저한 사전 검토와, 필요하다면 복귀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성이 함께 필요합니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이름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브랜드들도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네임을 변경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변화가 브랜드의 정체성과 소비자의 기대를 얼마나 정교하게 연결하는가입니다.

 


 

리브랜딩에 관심이 많다면, 브랜드비가 작성한 이전 글도 읽어보세요!

<리브랜딩을 실패하지 않으려면>

2025 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