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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의 탈(脫) 프레임 시대, 사라지는 프레임과 살아남는 프레임

최근 로고 리뉴얼 사례들을 보다 보면 묘한 공통점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작년 브랜드비가 작성한 글 <모바일 퍼스트 시대의 브랜딩 전략>에서도 간단히 언급한 바 있는데요, 이번에는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려 합니다.


과거에는 브랜드명과 심볼을 원형이나 방패, 배지 형태의 프레임 안에 담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프레임 형태의 로고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클라이언트도 적지 않았죠.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프레임이 없는 편이 더 현대적이고 디지털 친화적인 디자인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렇다면 로고에서 프레임은 왜 사라지고 있을까요?

그리고 모두가 프레임을 걷어내는 시대에도 어떤 브랜드는 왜 여전히 프레임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새롭게 만들고 있을까요?






프레임을 없애는 로고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몇 년 간 주요 브랜드들의 리브랜딩에서 더욱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원형, 사각형, 방패형 등 로고를 둘러싸고 있던 프레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프레임 안에 브랜드 네임과 심볼을 함께 배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워드마크 자체만 남기거나 심볼과 워드마크를 분리해 보다 가볍고 유연한 구조를 선택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로고 디자인에서 분명한 '탈(脫) 프레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 프레임을 별도 심볼로 분리한 Danske Bank 리뉴얼>




<프레임의 일부를 그래픽 요소로 남긴 Mobile.de 리뉴얼>



<프레임을 걷어내고 심볼을 분리한 UCL>



<프레임을 완전히 걷어낸 두산 리뉴얼>



<프레임을 걷어내고 새로운 심볼을 추가한 CES>




<프레임을 걷어내고 새로운 심볼을 추가한 ETS>






한때 프레임은 로고를 눈에 띄게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장치였다


그렇다면 왜 과거의 브랜드들은 이토록 프레임을 선호했을까요?

과거의 로고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명함, 간판, 패키지, 신문 광고처럼 정적인 인쇄 매체가 중심이었던 시대에는 로고가 하나의 완결된 오브젝트처럼 보여야 했습니다. 프레임은 브랜드의 경계를 만들어주었고, 여러 요소를 하나로 묶어주는 액자 역할을 했습니다.


<복잡한 배경 위에서도 브랜드 로고의 가시성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는 로고 프레임 예시>


또한 프레임은 권위와 신뢰를 표현하는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방패나 문장(Crest), 배지 형태는 역사와 전통, 안정감을 상징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과 스포츠팀, 자동차 브랜드가 이러한 형태를 적극적으로 채택해왔습니다.

무엇보다 당시의 로고는 브랜드 네임, 슬로건, 창업연도, 심볼 등 수많은 정보를 한 번에 담아야 했습니다. 프레임은 이 요소들을 하나로 정리하는 일종의 그릇이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프레임은 왜 필요 없어졌을까


하지만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프레임의 필요성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브랜드는 웹사이트, SNS 프로필, 앱 아이콘, 디지털 광고 등 이미 규격화된 화면과 UI 안에서 노출됩니다. 과거처럼 로고 스스로 경계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줄어든 것입니다. 오히려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는 프레임이 워드마크가 차지할 공간을 줄이고 가독성과 가시성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브랜드 로고의 노출 환경>


브랜드 시스템의 변화도 한몫했습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로고가 브랜드의 거의 모든 역할을 수행했다면, 오늘날의 브랜드는 컬러, 모션, 서체, 그래픽 언어 등 다양한 자산이 함께 정체성을 구축합니다. 로고 하나에 모든 의미를 담아야 할 이유가 줄어든 것입니다.

특히 차별성이 크지 않은 단순한 원형이나 사각형 형태의 프레임은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가장 먼저 정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프레임은 브랜드를 대표한다


그렇다고 모든 프레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프레임은 브랜드 그 자체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FIFA 월드컵 2026에서 Levi's(이하 리바이스)의 로고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월드컵 스폰서십 규정 때문에 경기장인 Levi's Stadium에서 리바이스 로고를 가려야 했는데요. 리바이스는 이를 역으로 활용해 바이럴 콘텐츠를 만들어냈습니다.


브랜드 네임과 시그니처 레드 컬러가 가려진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이를 리바이스라고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고유의 배트윙(Batwing) 프레임이 이미 강력한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20년 케첩 브랜드 Heinz(이하 하인즈)의 캠페인 역시 비슷합니다. 브랜드명이나 제품 설명 없이도 소비자가 라벨 프레임만 보고 하인즈를 떠올릴 수 있었기에 가능한 캠페인이었습니다.




<할리 데이비슨의 시그니처 프레임, Bar&Shield>


Harley-Davidson의 바 앤 실드(Bar & Shield), Prada의 역삼각형 배지 역시 브랜드 네임 없이도 인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시그니처 프레임입니다. 이들의 프레임은 단순히 로고를 담는 테두리가 아닙니다. 브랜드 네임을 제거해도 형태만으로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되었습니다.


<Prada Mode by 2x4>


결국 최근 로고 디자인의 변화는 프레임을 없애는 움직임이라기보다 브랜드 자산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낮은 프레임을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살아남은 프레임은 더 이상 컨테이너가 아니라 브랜드를 대표하는 하나의 핵심 자산이 됩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프레임도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을까


이런 맥락에서 최근 Kleenex(이하 크리넥스)와 Georgia(이하 조지아)의 리브랜딩은 매우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새롭게 프레임을 추가한 크리넥스 리뉴얼>


대부분의 브랜드가 프레임을 제거하고 있는 시대에 크리넥스는 오히려 없던 프레임을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프레임이 단순한 원형이나 사각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드럽게 펼쳐진 티슈나 구름, 쿠션을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형태를 통해 제품의 경험과 감성까지 함께 전달하고 있습니다.




< 프레임을 적용한 로고로 변화한 조지아 커피 리뉴얼>


코카콜라의 조지아 커피 역시 노란색 시그니처 컬러와 다이아몬드 형태의 프레임을 적용한 로고 디자인으로 리뉴얼했습니다. 새로운 프레임은 특히 패키지 디자인에서 타사 제품과 명확히 구분되는 강점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들의 선택이 성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프레임을 브랜드 자산으로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프레임은 만드는 것보다 기억시키는 것이 더 어렵다


최근의 탈(脫) 프레임은 프레임의 종말이 아니라 프레임의 선별 과정에 가깝습니다. 결국 살아남는 프레임도, 새롭게 만들어지는 프레임도 하나의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이 형태만으로 우리 브랜드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는가?'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눈에 식별할 수 있는 고유한 형태를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독특한 프레임을 만든다고 해서 곧바로 브랜드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형태가 수년, 때로는 수십 년에 걸쳐 다양한 접점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일관되게 사용되며, 결국 브랜드 네임을 제거해도 사람들이 그 형태만으로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로고 활용 시스템도 중요합니다. 패키지, 앱 아이콘, 웹사이트, 광고, 공간 디자인, 머천다이즈 등 가능한 많은 접점에서 프레임을 독립적으로 활용하며 소비자 기억 속에 각인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리바이스의 배트윙 역시 처음부터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1966년 처음 등장한 이후, 약 60년 동안 수많은 제품과 커뮤니케이션 접점에서 일관되게 사용되며 소비자 기억 속에 축적된 결과입니다. 결국 시그니처 프레임은 좋은 디자인 위에 오랜 시간의 반복과 일관성이 더해질 때 비로소 브랜드 자산이 됩니다.


어쩌면 프레임은 심볼보다도 더 육성하기 어려운 브랜드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볼은 의미를 설명할 수 있고 단독으로 노출할 수 있지만, 프레임은 기본적으로 로고의 일부분이자 배경으로만 인지되기 때문입니다.


탈(脫) 프레임 시대에 새로운 프레임을 만든다는 것은 디자인 트렌드를 역행하는 선택이 아닙니다.

오히려 앞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그 형태를 브랜드 자산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장기적 관점의 브랜드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6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