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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특징을 담은 로고 디자인

공간 브랜딩은 브랜드 네임과 로고, 건축물과 인테리어, 그리고 그 안에서의 경험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이제 브랜드는 시각 언어뿐 아니라 물리적 공간과 체험의 총합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업과 기관들은 건축물을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브랜드의 상징이자 스토리가 펼쳐지는 무대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글로벌 문화시설과 미술관들은 세계적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하며, 도시 속에서 하나의 랜드마크로서의 존재감을 형성하려 하고 있죠.


이처럼 건축물 자체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면서, 로고 디자인 역시 건물의 형태와 구조 등 건축적 특징을 시각 언어로 반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건물의 외형이 곧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전환되고, 시각적·공간적 통합 경험을 창출하는 것. 이것이 오늘날 공간 브랜딩의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건축물의 형태를 로고로, 구조를 아이덴티티로


건축물의 특징을 시각적으로 해석한 로고는 건물 그 자체를 브랜드의 상징으로 확장시킵니다.





1. Centre Pompidou by Jean Widmer / Zoo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퐁피두센터는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가 설계한 건축물로, 내부의 기계 구조와 관, 에스컬레이터가 외부로 드러난 'Inside-out Architecture'의 대표작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 장 위드머(Jean Widmer)는 이 건물의 상징적 요소인 외부 에스컬레이터의 사선 동선과 수평 구조선을 로고로 추상화했습니다. 단순한 라인만으로도 퐁피두센터의 역동적 구조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과 그래픽이 완벽히 일체화된 사례입니다.

최근 퐁피두센터는 5년간의 리노베이션에 들어가며, 이를 계기로 리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상징적인 심볼은 유지하되, 새로운 전용 서체와 디자인 시스템이 추가되었습니다.






2. Berliner Philharmoniker by Oliver Helfrich



한스 샤로운(Hans Scharoun)이 설계한 베를린 필하모니(Berliner Philharmonie)는 비대칭적이면서도 따뜻한 금빛 지붕 형태로 유명합니다. 내부는 음향과 관객 시야를 고려한 비정형 구조로, '음악이 공간을 이끈다'는 개념을 구현한 건축물입니다.

디자이너 올리버 헬프리히(Oliver Helfrich)는 공연장 내부 그랜드홀의 펜타곤(5각형)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심볼을 디자인했습니다. 음악적 리듬과 내부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가 시각적으로 교차하는 정제된 아이덴티티입니다.






3. Casa da Música by Stefan Sagmeister



렘 쿨하스(Rem Koolhaas)의 대표작 중 하나인 카사 다 무지카(Casa da Música)는 비정형 다면체 형태의 콘서트홀로, 도심 속 거대한 조각물처럼 존재합니다.

스테판 자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는 건축의 다면체 형태를 그대로 그래픽 구조로 옮기며, 음악 장르나 행사에 따라 형태와 색이 변하는 다이나믹 로고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건물의 불규칙성과 유연함이 그대로 시각 정체성이 된 혁신적인 사례입니다.






4. PAC NYC by Porto Rocha



뉴욕 그라운드 제로 부지에 세워진 PAC NYC는 큐브 형태의 대리석 외관이 낮과 밤, 내부 조명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건축물입니다.

포르토 로샤(Porto Rocha)는 이러한 특징을 반영해 각 글자를 정사각형 비율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했습니다. 중앙에는 간결한 심볼이, 양옆에는 PAC와 NYC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로고는 그 자체로 하나의 아이콘이 되며, 다양한 콘텐츠를 위한 강력한 프레임 장치로 확장됩니다. 사람들은 브랜드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5. Memphis Art Museum by Pentagram



허조그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한 새로운 미술관은 수평과 수직이 교차하는 구조적 볼륨이 특징입니다.

펜타그램(Pentagram)은 건물의 직선적 구조와 각도의 반복을 타이포그래피 시스템에 반영해, MAM 이니셜이 건축적 리듬을 지닌 조형적 형태로 작동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로고 자체가 공간의 구조적 언어를 반영한 아이덴티티입니다.






6. Marché Gare by Grapheine



리옹(Lyon)의 옛 도매시장 건물을 개조한 공연장으로, 산업적 구조와 금속성 외관이 강한 존재감을 가집니다.

그래핀(Grapheine)은 건물의 구조선을 모티프로 삼아, 강한 라인과 각을 살린 로고를 설계했습니다. 이 선들은 그래픽 시스템 전체의 그리드로 확장되어, 건물의 골격이 곧 브랜드의 뼈대가 되는 구성을 보여줍니다.






7. Philharmonie Luxembourg by NB Studio



크리스티앙 드 포르잠파르크(Christian de Portzamparc)가 설계한 이 공연장은 수백 개의 흰 기둥이 만들어내는 곡선형 파사드가 특징입니다.

엔비 스튜디오(NB Studio)는 이 기둥의 반복적 리듬을 로고로 전환해, 음악의 파동에 반응하는 제너레이티브 형태로 구현했습니다. 건축의 구조적 리듬이 음악적 움직임으로 확장된, 공간과 사운드의 완전한 통합 사례입니다.






8. ArtScience Museum by Project 3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Marina Bay)의 랜드마크인 이 미술관은 연꽃을 형상화한 손바닥 모양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프로젝트 3(Project 3)는 건축의 유기적 곡선을 로고의 실루엣으로 단순화하고, 빛·물·자연과의 연결성을 강조한 시각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건축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해석한 사례입니다.






9. 부산오페라하우스 by 매스씨앤지



부산 북항 해안가에 자리한 오페라하우스는 노르웨이 건축사무소 스노헤타(Snohetta)의 작품으로, 파도와 조개껍질을 모티프로 한 유선형 외관이 특징입니다.

매스씨앤지는 건물의 유려한 곡선과 반사되는 빛의 흐름을 로고의 곡선형 실루엣으로 해석했습니다. 바다와 예술의 만남을 상징하는 형태로, 건축의 지역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담았습니다.






10. 오아르 미술관 by 오디너리 피플



오아르 미술관(OAR Museum)은 경주 노서동 고분군 바로 옆에 자리한 현대미술관으로, "왕릉 뷰"를 핵심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습니다.

브랜드 네임 '오아르(OAR)는 '오늘 만나는 아름다움'을 뜻하며, 내부·루프톱·미디어 전시실 등 모든 동선에서 고분과 도시 풍경이 보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로고 디자인은 건물의 구조와 형태를 단순화해 로고타입으로 표현했으며, 건축의 고요함과 물성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점이 특징입니다.






건축 기반 로고 디자인의 장점과 한계


건축물의 특징을 반영한 로고 디자인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지닙니다.


  • 강력한 시각적 일관성 : 건물 외관, 사인, 인쇄물, 디지털 매체가 동일한 조형 언어로 연결되어 브랜드 경험의 통일감을 높입니다.
  • 기억에 남는 대표 아이콘 창출 : 랜드마크 건물의 형태를 차용하면 도시 속에서 단번에 인식되는 브랜드 상징이 됩니다.
  • 건축과 그래픽 간의 내러티브 형성 : 로고가 단순한 그래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이야기의 매개체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단점도 존재합니다.


  • 건축물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시간이 지나 건물의 개보수나 확장이 이루어질 때 로고의 의미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또한 브랜드의 본질이 건축물에 한정되어 내부 콘텐츠의 차별성이 희석될 위험도 있습니다. 최근 건축물을 형상화한 기존 심볼을 버리고 워드마크 형태로 리뉴얼한 쾰른 필하모니(Kölner Philharmonie)가 그 예시입니다.
  • 건축적 형태가 복잡할수록 로고 단순화가 어렵고, 실제 활용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건축적 영감을 그래픽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의미가 왜곡되면 오히려 브랜드의 일관성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공간에서 시작되는 브랜드


건축은 브랜드가 머무는 그릇이자, 그 자체로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물리적 매체입니다.

로고가 건축의 언어를 빌려 브랜드의 존재감을 강화할 때, 공간은 더 이상 단순한 장소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브랜드 경험 플랫폼으로 진화합니다.


그러나 그 언어를 차용할 때는 단순한 형태 모방을 넘어, 건축이 지닌 구조적 의미와 브랜드 철학이 일치해야 합니다. 결국 좋은 공간 브랜딩이란 '보이는 형태'를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정체성과 가치를 시각화해야 합니다. 그것이 건축에서 출발한 로고 디자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인사이트라고 생각합니다.

2025 N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