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에 위치한 호주와 뉴질랜드는 천혜의 자연으로 유명하죠. 그래서 대부분 휴양, 관광의 이미지를 떠올리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숨은 디자인 강국이라고 생각해요. 제게 깊은 인상을 남긴 브랜딩 에이전시가 있기 때문인데요, 이번에 소개드릴 Universal Favourite이 그 중 하나입니다.
1. '보편적 선호'를 추구하는 브랜딩 에이전시
독특한 네임이 많은 브랜딩 에이전시들 중에서도 특히 철학적인 이름을 가진 에이전시는 눈에 띄는데요, 일단 철자도 길거니와, 직관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다시 한번 이름을 곱씹어보게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름이 철학적이면 왠지 형이상학적이고 난해한 예술적 스타일을 추구할 것 같은 느낌인데요, Universal Favourite은 상업적인 제 취향에 100% 부합하는 감각적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누구나 다 좋아하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할까요?
Universal Favourite은 브랜딩의 목표를 단순하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일하는 방식이기도 하죠.
전에 소개했던 Proto 와 비교하면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Universal Favourite은 2008년 디자이너 Dari Israelstam이 설립한 에이전시로, 올해 15년이 되었어요.
사실 저도 브랜드비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에이전시인데요, 최근 작품들이 눈에 띄는 것이 많더라고요.
아래에 제 취향대로 고른 7개의 대표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순서는 랜덤입니다.
2. 독특한 제품, 잊혀지지 않는 로고타입, FLAUS
FLAUS는 세계 최초 전동 치실 제품입니다. 칫솔이 아닌 '치실'임을 주목해 주세요. 사실 개인적으로 치실을 굳이 전동제품으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지만, 아무튼 잇몸과 지구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브랜드 네임은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지만, 치실을 의미하는 Floss를 연상시키게 하기 위한 네임이 아닐까 싶어요. 치아를 형상화한 매력적인 로고타입 역시 직관적으로 제품의 속성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 FLAUS World를 형상화한 3D이미지, 사진 스타일링, 욕실타일을 표현한 그래픽 패턴, 패키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게 설계되어 환상적인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냈어요. 브랜딩을 스터디하는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 꼭 살펴봐야 할 케이스스터디가 아닐까 싶습니다.
3. 다이나믹 아이덴티티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FutureSuper
FutureSuper는 탄소절감 및 청정 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호주의 소매 연금 펀드(Retail Superannuation Fund)입니다. 기본 로고는 Future와 Super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작은 원의 형태인데요, 각종 어플리케이션에서 다양한 형태의 프레임으로 응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FutureSuper 프레임 안에는 가장 중점이 되어야 할 핵심 메시지, 시각요소를 담고 있어요. 가변형 서체처럼 FutureSuper 프레임을 원하는 대로 자유자재로 조정하여 만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Universal Favourite 웹사이트에서 인터랙션이 구현되었었는데, 지금은 왜인지 안되네요.)
처음 이 브랜딩 케이스스터디를 봤을 때 완전 충격받았었거든요. '다이나믹 아이덴티티'란 그저 로고에 모션 그래픽이나 3D 애니메이션을 넣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의 고정관념을 깨준 사례입니다. 최근 프레임 구조를 취한 로고 디자인들이 종종 보이는데요, 그들의 고정된 형태와 이 FutureSuper와 비교하니 상대적으로 진부해 보이더라고요.
4. 또다른 다이나믹 아이덴티티, The Other Art Fair
최근 우리나라에서 아트페어가 열풍이죠. The Other Art Fair는 런던, LA, 시드니, 시카고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입니다. 줄여서 TOAF라고 부를께요.
TOAF의 로고 역시 다이나믹 아이덴티티이자 프레임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FutureSuper와는 다른 느낌이죠? 같은 전략이어도 전혀 다른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하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눈으로 보기엔 쉽지만, 실제 디자인 설계는 정교하게 이뤄졌어요. 글자의 랜덤 배치가 아니예요!
5. 움직임과 캐릭터로 생기를 불어넣은, Monkey Baa Theatre Company
Monkey Baa Theatre Company 는 호주의 극단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재미있고 환상적인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전의 로고든 극단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고 있지 못했어요. Monkey Baa Theatre Company의 새로운 로고는 통통 튀는 움직임이 추가되었는데요, 마치 재밌는 공연을 보고 흥분하여 의자에서 들썩이는 어린이 관객의 움직임을 연상케 합니다. (브랜드비 웹사이트는 동영상 추가가 어려우니 ㅠ.ㅠ Universal Favourite의 케이스스터디에서 확인하세요.)
또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말로 표현하게 어여운 관객을 위해 표정이 풍부한 캐릭터 셋트를 만들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모험>에 나오는 먼지요정 같은 귀여운 캐릭터들이 아주아주 많아요. 또 카피 역시 청중의 나이대에 맞춰 다양하게 개발했다고 합니다.
6. 색상으로 선명함을 불어넣다, Colour Mill
Colour Mill은 식용 색소 브랜드입니다. 케잌이나 디저트에 풍부한 색상을 부여하여 생기와 즐거움을 주죠. 다만 이전 로고는 평범하고 단조로운 이미지로 그들의 특징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Universal Favourite은 전용서체를 개발하여 전체 디자인 시스템에 개성과 일관성을 부여했습니다.
전용서체는 Unmilled와 Milled로 나뉘는데요, 깔끔한 Unmilled 서체는 메인 로고마크에 사용되며, 케잌에 아이싱 데코레이션을 연상케하는 Milled 서체는 헤드카피에 사용됩니다. 또 Milled 서체와 연계한 그래픽요소를 패키지에 적용하여 광고와 제품이 연결될 수 있게 했어요.
저는 식용색소가 이렇게나 다양하고 풍부한 색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Colour Mill의 리브랜딩 사례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감각적인 사진과 디지털 일러스트는 제품의 전문성과 매력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7. 단순하면서도 과감하게, KraveBeauty
KraveBeauty(이하. 크레이브뷰티)는 뷰티 유튜버 '리아유'가 만든 화장품 브랜드입니다. 제가 브랜드 네임을 한글로 표기한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한국 브랜드예요! 아마도 해외 진출을 생각해서 호주의 브랜딩 에이전시인 Universal Favourite에 의뢰하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최근 뷰티 분야는 워낙 브랜드가 많기에 차별화 또는 해외진출을 노리고 아예 브랜딩을 해외 에이전시에 맡기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요.
크레이브뷰티의 리브랜딩은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다양한 브랜딩 요소들이 꼼꼼하게 설계된 사례입니다. 제가 종종 얘기하는 '완성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8. 직접 만든 브랜드, MaryMary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Universal Favourite의 강점 중 하나가 바로 소비재 브랜딩이예요. 대부분의 브랜딩 프로젝트가 로고, 패키지, 카피, 사진 촬영, 웹사이트에 이르기까지 거의 풀스코프(Full Scope)으로 이뤄지는데요, 그 역량을 바탕으로 Universal Favourite은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MaryMary는 무알콜 식전주(酒)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네임은 동요에서 유래했다고 하네요. 위아래로 대구를 이룬 로고 디자인이 매력적입니다.
또 Universal Favourite은 웹사이트에서 브랜딩을 진행한 클라이언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리뉴얼된 패키지 디자인의 MaryMary도 있는 것을 보면 꾸준히 수요가 있는 모양입니다. (역시 브랜딩이 중요합니다!!!)
함께 호주의 브랜딩 에이전시, Universal Favourite를 살펴봤는데요, 특히 웹사이트는 눈이 즐거워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 상세한 케이스스터디는 Universal Favourite의 디테일과 완성도를 보여주어 항상 감탄하게 됩니다. 일단 Universal Favourite의 웹사이트를 보면, 천편일률적인 목업 이미지로 도배한 브랜딩 케이스 스터디는 스크롤 내리기도 귀찮아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을 고려한 다이나믹 아이덴티티 개발을 원하거나, 로고부터 패키지, 광고, 웹사이트까지 통합적인 브랜드 디렉팅을 원한다면 Universal Favourite은 훌륭한 대안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 거리도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깝고, 시차가 1시간 밖에 안된다는 것도 장점이예요.
이 '보편적 선호'가 당신의 취향에 맞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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