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때문일까요, 저는 항상 새로운 회사나 제품, 서비스의 이름을 접하게 되면 왜 그런 이름을 지었을까 궁금해 하는 습관이 있는데요, 동종업계인 브랜딩 에이전시를 볼 때도 마찬가지로 이름을 먼저 본답니다. 조금이지만 에이전시의 성향을 유추할 수 있거든요. 오늘 소개시켜드릴 디자인 에이전시는 이름을 기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다만, 국내 에이전시도 하나 들어있어서 타이틀을 잠깐 고민했는데요, 일단 그냥 가는 것으로 합시다.



20년 전만 해도 '브랜드'라는 단어가 굉장히 생소했어요. 제품이면 제품이고, 서비스면 서비스지 왜 굳이 '브랜드'라고 칭해야 하는지 어려워했죠. 저도 첫 회사에 입사하면서 브랜드 네임과 로고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으니까요. 주변에서 '어떤 회사 다녀?'라고 물었을 때 참 대답하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브랜드'의 개념이 널리 알려졌을 뿐 아니라 영역 역시 굉장히 넓어졌더라고요. 마치 세상에 '브랜딩'이 아닌 것이 없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혹시 '브랜드'의 어원을 알고 있나요? 영어사전을 보면 세번째, 네번째 쯤에 어원이 나옵니다.



옛날 소나 양을 방목해서 키울 때, 소유주를 구별하기 위해 낙인을 만들어 찍었다고 해요. 요즘 관점으로 보면 동물학대라고 비난받을 것 같은데요, 유전자 분석이나 전자 등록 따윈 할 수 없던 옛날에는 아주 쉽고 단순한 방법이었죠. 이 행위로 미뤄볼 때 '내 것(나)을 명확히 알리고, 남의 것(경쟁자)과 구분시킨다'는 것이 브랜드의 본질적인 목적임을 알 수 있어요.

이 낙인은 대부분 철로 만들어졌는데요, 그렇다면 이 낙인을 만드는 사람은 뭐라고 불렀을까요? 오늘의 에이전시 선정 기준이 바로 이것입니다.





Smith : 철이나 금속으로 물건을 제작하는 기술자


우리나라 말로는 '대장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영어권에서는 금속의 종류, 물건의 종류에 따라 Balcksmith, Goldsmith, Gunsmith 등으로 나눠진다고 해요. 브랜드 낙인을 제작하는 사람이 바로 이 '스미스'입니다.

'브랜드'라는 개념이 알려지면서,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도 고민이 되었었는데요, 사람형 접미사인 '-er'이나 '-est'를 붙여 '브랜더' '브랜디스트' 등으로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어요. 다만 보편적인 개념으로 자리잡히지는 못했고요, 개인적으로는 '브랜드 크리에이터 Brand Creator' 로 부르고 있어요.

디자이너들은 구체적이고 시각화되는 명확한 개념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는데요, 그래서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을 'Smith'라고 표현하는 에이전시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요. 브랜드의 어원을 모르시는 분들은 단순히 창업자의 성이 '스미스Smith'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Smith라는 성을 가진 디자이너가 브랜딩을 한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입니다.





1. 첫번째 스미스 씨 : &Smith



&Smith는 영국 런던에 있는 디자인 에이전시예요. Pentgram 출신 디자이너가 2007에 설립했다고 하고요, 이 글을 쓰면서 추적해보니 창업자 중 한 명의 성이 진짜 Smith였습니다!!! 웹사이트가 굉장히 불친절해서 회사 정보나 포트폴리오를 명확히 파악하기가 힘들었는데요, 대신 본인들의 특장점을 아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Eat, Drink, Sleep 즉 음식, 음료, 호텔 세 분야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안타깝께도 글로벌 브랜드는 많지 않아서, 한국 사람으로서는 에이전시의 특장점이 바로 와닿지는 않았는데요, 가장 최근에 한 Guest House 호텔 브랜딩은 로고타입이 아름다워서 기억에 남습니다.

디렉토리를 만들긴 했는데, 최신 업데이트 내용이 거의 없어서 웹사이트 링크만 공유할께요.


http://andsmithdesign.com/





2. 두번째 스미스 씨: Smith&Diction



Smith&Diction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브랜딩 에이전시입니다. 이 회사야 말로 Smith씨와 Diction씨가 차린 느낌인데요, 추적해보니 Smith 부부가 창업했더군요. (앗, 생각해보니 남매일 수도 있어요.) 한 명은 디자이너, 한명은 카피라이터라고 해요. 본인들의 성과 직업을 절묘하게 표현한 이름이예요. 비록 누구나 알 만한 유명한 포트폴리오는 없지만, 로고 및 디자인이 볼만해요. 시간 나실 때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아요.


https://smith-diction.com/






3. 세번째 스미스 씨 : BrandSmith



세번째 스미스 씨는 한국 국적입니다. 저와도 종종 함께 협업하는 디자인 에이전시인데요, 대장장이들이 쓰는 모루(Anvil)를 심볼로 쓰고 있어요. 대장장이가 수없이 철을 두드려 물건을 만들어내듯이,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철학이 아닐까 싶은데요, 국내에 보기 드문, 창업자이자 크리에이터인 대표님이 직접 디자인하는 부티크 에이전시입니다.


http://brandsmith.co.kr/




4. 네번째 스미스 씨 : Smith



네번째 스미스 씨를 추가로 소개합니다.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에이전시예요. 사이트가 독일어로 되어 있어서 이해하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창업자의 성씨가 Smith가 아닙니다! 회사 이름의 어원은 창업자 두 명의 성씨 이니셜을 조합한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S - mit (독일어로 with) - H 즉, S with H 를 뜻하는 것 같습니다.

독일어로만 된 웹사이트만 봐도 독일 로컬 브랜드 사례가 많아 다소 생소합니다만, 독일 디자인과 광고에 관심이 있으시면 한 번 살펴 보세요.


https://www.smithberlin.com/de/




이 외에 다른 스미스 씨들은 최근에 활발한 활동을 하지 않아서 소개하지 않았어요.


이번 글을 계기로 알고보니 공교롭게도 창업자의 성씨가 스미스인 경우가 많았는데요, 성씨 자체가 브랜드와 연계성이 있어서 더 적극적으로 쓰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앞으로 이 중에서 누가 브랜딩 업계의 가장 유명하고 대표적인 스미스 씨가 될지 지켜보아요.




2022 JUN. Published.

2023 APR. Revised.

2023 A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