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Images © FCKLCK Studio
최근 몇 년 사이 무알콜 음료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맥주를 시작으로 스피릿, 칵테일, 와인까지 거의 모든 주종에서 무알콜 제품이 등장하며 하나의 독립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주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이제 무알콜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새로운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참고: 우리나라에서는 에탄올 유무에 따라 논알콜과 무알콜을 구별하고 있습니다.
다만 브랜드비에서는 편의를 위해 일단 무알콜로 통일했습니다. 본문에서도 모두 무알콜로 표기합니다.
하지만 모든 카테고리가 같은 속도로 성장한 것은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무알콜 와인은 여전히 가장 어려운 시장으로 꼽힙니다. 맥주나 칵테일은 알콜이 없어도 비교적 본래의 맛과 경험을 유지하기 쉽지만, 와인은 다릅니다. 와인의 풍미와 바디감, 복합적인 향은 발효와 숙성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알콜을 제거하는 순간 본래의 특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소비자 역시 무알콜 와인을 하나의 와인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포도주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음료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결국 무알콜 와인 브랜드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주어집니다. 와인이라는 카테고리의 신뢰와 품격은 유지해야 하지만, 기존 와인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설득해야 합니다.
무알콜의 가치는 알콜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유지하는 데 있다
Shwung은 벨기에에서 시작된 무알콜 와인 브랜드입니다. 공동 창업자인 Milan과 Simon은 바이오 엔지니어 출신으로, 오랫동안 식품과 발효 기술을 연구해왔습니다. 두 사람은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 술은 마시고 싶지 않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선택지가 마땅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와인을 대신해 탄산수나 청량음료를 선택하는 순간, 음식과의 페어링은 물론 식사를 즐기는 분위기 자체도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알콜 없이도 와인을 마시는 경험은 유지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단순히 와인에서 알콜만 제거한 제품이 아니라, 음식과 함께 즐기는 와인의 리추얼(Ritual) 자체를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를 위해 Shwung은 셰프와 소믈리에가 함께 제품을 개발했으며, 100% 천연 원료만을 사용해 각 음료가 특정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도록 설계했습니다. 또한 기존 와인의 맛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 무알콜만의 새로운 풍미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브랜드가 내세우는 ‘Same Ritual. Same Pleasure. Zero Alcohol.’이라는 문장은 이러한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Shwung이 판매하는 것은 단순한 무알콜 와인이 아니라, 술을 마시지 않아도 식사와 대화, 그리고 분위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다이닝 경험입니다.
<Shwung의 리브랜딩 이전 네임과 로고>
와인의 문법으로 새로운 익숙함을 만들다
Shwung은 런칭 당시에는 Sobr라는 네임으로 시장에 등장했지만, 이후 보다 독창적인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Shwung으로 리브랜딩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네임 변경이라기보다 브랜드 포지셔닝의 전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Sobr가 Sober, 즉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를 직접적으로 설명했다면, Shwung은 금주나 절제를 말하기보다 즐거운 리듬과 분위기를 먼저 전달합니다. 브랜드의 중심이 ‘알콜이 없다’는 기능적 메시지에서 ‘술이 없어도 충분히 즐거운 경험’이라는 감성적 가치로 이동한 것입니다.
Shwung은 사전에 존재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여러 언어적 연상을 품고 있습니다. 먼저 영어 swung을 떠올리게 합니다. Swung은 swing의 과거형으로, 리듬감과 움직임, 경쾌한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단어입니다. 동시에 독일어 Schwung도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Schwung은 ‘활기’, ‘탄력’, ‘기세’, ‘추진력’ 등을 의미하는 단어로, 술이 없어도 식사 자리의 분위기와 즐거움을 유지하려는 브랜드의 지향점과 잘 맞닿아 있습니다.
브랜드는 하나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기보다, 여러 언어와 감각을 겹쳐 하나의 분위기를 만드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기존 와인의 무게감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자유롭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네임만으로 전달하려는 의도입니다.
흥미롭게도 한국어 사용자에게는 빠른 속도감을 표현하는 의성어 ‘슝’이 자연스럽게 연상됩니다. 비록 이는 한국인에게만 해당하겠지만, Shwung이라는 네임이 언어를 초월해 리듬감과 경쾌함을 전달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해석으로 덧붙일 수 있습니다.
Shwung 브랜딩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하위 제품명입니다.
보통 무알콜 와인은 Chardonnay, Merlot, Vermouth처럼 기존 와인 품종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Shwung은 그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선택했습니다. 제품명은 실제 와인의 이름을 철자가 아닌 발음 그대로 표기한 형태(Phonetic Spelling)입니다.
기존 와인 소비자는 발음만 보고도 어떤 와인 스타일을 모티브로 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철자는 원래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전통적인 와인은 아니다’라는 사실도 동시에 전달합니다.
FCKLCK Studio는 이 아이디어를 “와인처럼 인식되지만 와인은 아니라는 긴장감”이라고 설명합니다.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만들어낸 것입니다.
Shwung의 패키지는 얼핏 보면 고급 내추럴 와인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제품 스타일마다 전통적인 와인병 형태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특한 제품명이 적용된 라벨은 전통적인 와인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무알콜 음료에서 흔히 사용하는 밝고 캐주얼한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배제했습니다. 대신 따뜻한 회색, 검정, 흰색 중심의 절제된 컬러 팔레트를 사용하고, 형광 노란색을 포인트 컬러로 배치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전통적인 와인 라벨의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분명히 다른 인상을 만들어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제품명이 라벨의 레이아웃 자체를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발음을 음절 단위로 나누고 이를 쌓아 올려 라벨의 비례와 리듬을 구성했습니다. 제품명이 곧 그래픽 시스템이 된 셈입니다.
덕분에 각각의 제품은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지면서도 하나의 브랜드 시스템 안에서 일관성을 유지합니다. 기존 와인처럼 고급스럽지만 지나치게 클래식하지도 않고, 무알콜 음료처럼 가볍지도 않은 독특한 균형이 만들어집니다.
브랜딩은 최적의 밸런스를 찾는 일이다
브랜딩에 있어서 차별화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브랜드가 기존 시장과 완전히 단절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에 없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중적인 선택을 받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브랜드일수록 소비자는 먼저 “이게 무엇인지” 이해해야 하고, 그다음에야 “무엇이 다른지”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Shwung은 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었습니다. 너무 와인처럼 보이면 소비자는 전통적인 와인의 맛과 품질을 기대하게 되고,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실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새롭게 보이면 소비자는 와인의 대체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hwung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제품명에서는 기존 와인의 발음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철자를 바꾸었고, 패키지는 와인의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와인에서는 볼 수 없는 그래픽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브랜딩은 종종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전통을 지키거나 혁신하거나, 익숙하거나 새롭거나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좋은 브랜딩은 대부분 그 사이 어딘가에서 탄생합니다.
Shwung은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와인과 무알콜 와인 사이의 균형을 설계했습니다.
익숙하지만 새롭고, 와인이지만 와인은 아닌 상태.
브랜딩이란 결국 그 경계를 설계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