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Robot Food라는 디자인 에이전시를 알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아요.

종종 방문하는 레퍼런스 사이트에서 굉장히 독특한 이 이름을 보고 바로 검색을 해보았죠. 아마 여러분도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저와 같은 결과를 보실 겁니다.



예전 Design Studio를 검색했을 때가 떠오르네요. Robot Food는 Design Studio와는 달리 개성 넘치는 특이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어요. 그래서 한 동안 이 에이전시에 대해 알아보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가 브랜드비를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서치해서 정보를 획득했습니다. 휴... 브랜딩 업계 종사자 여부를 불문하고 에이전시 정보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죠.




도대체 Robot Food가 무슨 뜻이야?


Robot Food는 영국 북부 Leeds에 위치한, 2009년 설립된 디자인 에이전시입니다. 업력이 꽤 있죠? 그런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최근 5년인 것 같습니다. Leeds는 영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인천 정도의 위상을 가진 도시라고 할 수 있죠. 영국의 유명한 브랜딩 에이전시들은 대부분 런던에 위치해 있는데요, 다른 지역에 위치한 에이전시들은 주로 해당 지역의 브랜딩 작업 위주로 하는 것과 비교하면, 런던에 위치하지 않았음에도 다양한 글로벌 브랜딩을 진행하는 Robot Food만의 강점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Robot Food의 창립자, Simon Foster는 스포츠 및 라이프스타일 패션 분야에서 일을 했었다고 해요. 디자이너가 아니거니와 디자인 에이전시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랐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름의 어원이 무척 궁금했는데요, 충격적이게도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합니다!!! 에이전시 이름에 많이 쓰이는 창업자의 성씨를 사용하는 것은 싫었고, 단순히 기억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비록 저는 네이미스트 출신이지만, 이런 단순한 접근 방식도 좋아합니다.




카테고리에서 벤치마킹되는 브랜딩을 합니다.


웹사이트에 나온 에이전시 소개 문구를 번역해봤습니다.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브랜딩'은 모든 브랜드와 브랜드 크리에이터들의 목표가 아닐까 싶은데요, Robot Food는 좀 더 구체적입니다.


경쟁사 또는 타사가 벤치마킹할 꺼리가 있는 브랜딩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기업들 대부분이 업계 1위, 매출 1위, 브랜드 인지도 1위 등의 숫자에 집착하는 브랜딩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훌륭한 브랜드는 오히려 숫자에 집착하지 않아요. 대표적인 예로 현대카드는 업계 1위를 차지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현대카드 브랜드의 특별함을 알고 벤치마킹을 하죠. Robot Food는 고객의 머리 속에 차별화된 이미지를 남기는 차별화된 한 끗, 그런 브랜딩을 추구하는 에이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함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듭니다.



디자인 업계에는 단순함과 관련된 수많은 명언들이 있죠. 그런데 Robot Food가 추구하는 단순함은 조형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Robot Food는 최고의 아이디어가 오히려 매우 보편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 저것 다 표현하고 전달하려고 하기 보다는,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 그럼으로써 오히려 더 브랜드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그렇다고 Robot Food의 디자인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디자인이었다면 오늘날의 위상은 갖지 못했겠죠.


또 개인적으로 Robot Food에 인상적이었던 점은 업무 영역이 전통적인 브랜드 개발 영역인 전략, 네이밍, 그래픽 디자인에 한정되어있다는 점이었어요. 워낙 포트폴리오가 화려해서 당연히 요즘 대형 브랜딩 에이전시가 그러하듯이 영상 및 광고, 웹, UIUX까지 영역을 확장했으리라 생각했었거든요. 본질에 집중하는 에이전시의 태도를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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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Robot Food의 대표 사례를 살펴보기로 해요. 웹사이트에는 최신 사례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에 왠지 반복되는 느낌이라, 지극히 주관적 관점으로 Best 3를 선정해봤습니다. (이전부터 뉴스레터를 구독하신 분들은 아마 알아차리셨겠지만, Robot Food의 디자인은 저의 취향에 굉장히 부합합니다! 감안하고 살펴봐주세요.)




1. 대마초 제품 브랜딩에 한 획을 긋다, Breeze



<대마초 합법화> 편에서 보신 기억이 있죠? 저희 브랜드비 로고와도 닮아서 개인적으로 기프트로 돌리고 싶었던(주의!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입니다.) 예쁜 패키지 디자인입니다. Before 디자인을 보면 틴케이스의 기본적 형태는 동일해요. 제품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디자인 디테일들을 살펴보세요. 최근 대마초 브랜딩 사례가 많아 트렌드 키워드를 살펴보시면 많은 브랜드들을 볼 수 있는데요, Breez는 그들과 확실히 달라요.




2. 진심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종이팩 세제, CleanCult



CleanCult는 종이팩 리필을 사용함으로써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세제 브랜드입니다. Robot Food는 브랜드 네임 자체에 집중했어요. 세제 카테고리에서 'Clean'은 단순히 청결함을 의미하지만, CleanCult는 나아가 깨끗한 지구를 만드는 데 일조함으로써 'Cult(문화)'를 만들어나간다는 메세지를 표현했죠. 또 종이팩은 기존에 우유나 주스 등을 담는 용기로 사용되었기에 자칫 어린이가 잘못 마실 수 있는 위험이 있어요. 그래서 패키지에 전용 유리 용기와 세척 관련 그래픽을 넣어 직관적인 인지가 가능하도록 도왔습니다.




3. 보다 기능적인 색다른 비타민, Performance Lab



Performance Lab은 고기능 비타민 제품입니다. 2018년도 디자인이어서 아직 브랜드비의 archiveB에는 업데이트되지 않았어요. (궁금하신 분은 링크 클릭)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디자인이죠? 건강기능 식품 카테고리는 특히 최근 OEM생산이 대중화되어 엄청나게 많은 브랜드와 패키지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비슷비슷한 디자인이 많아서 차별화가 무척 어려워요. Performance Lab의 패키지 디자인은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제품의 정보를 전달하고, 또 아름답다는 점에서 정말 칭찬합니다. 위에서 말한 '카테고리에서 벤치마킹이 되는 디자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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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Food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2023 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