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비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는 분은 이 에이전시의 이름을 기억하실 꺼예요. 제가 종종 언급했었는데요, 브랜딩 업계에서 가히 독보적인 위상을 갖고 있는 디자인 에이전시, Pentagram입니다. 너무 유명한 에이전시여서 굳이 소개를 해야할까 고민을 했었는데요, 최근에 창립 50주년을 맞았다고 해서 저도 축하하는 마음으로 간단하게 소개글을 써 봅니다.
다섯 명의 스타 디자이너가 모였다
Pentagram은 우리말로는 오각형의 별, 오각성, 오망성 등으로 풀어 쓸 수 있는데요, 브랜딩 관점에서 어원을 살펴보면 창립 멤버 5명과 시각 디자인을 상징하는 단어 Gram의 결합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오른쪽 사진의 5명의 디자이너 - Alan Fletcher, Theo Crosby, Colin Forbes, Kenneth Grange, Mervyn Kurlansky 가 1972년 런던에 공동 설립한 디자인 에이전시입니다. 사실 Pentagram 창립 이전에 3명이 본인들의 성을 따서 디자인 회사를 세웠었는데요, 창업자의 이름을 회사 이름으로 하면 '이름을 걸고 일을 한다'는 책임감, 오너십을 표현할 수 있지만, 멤버가 바뀌면 회사 이름도 같이 바뀌고, 멤버가 많아지면 회사 이름도 길어질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로 Chermayeff & Geismar & Haviv가 있습니다.) 다섯명의 그래픽 디자이너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당시에는 나름 혁신적인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유명한 로고 디자인을 다 모으면? Pentagram의 포트폴리오
위 이미지는 구글에서 찾은 Pentagram의 2000년도까지의 포트폴리오예요. 엄청나죠? 20년이 더 지난 지금의 포트폴리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훨씬 더 많습니다. 왠만한 유명한 브랜드 로고는 거의 다 Pentagram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꺼예요.
숫자로 보는 Pentagram
제가 알기로는 순수하게 디자인만 하는 독립 에이전시가 200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하는 사례는 Pentagram 외에는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종종 Pentagram을 '대기업'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아시겠죠? 사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기업인 Interbrand나 Futurebrand 등등이 오피스 수나 임직원 수는 훨씬 많아요. 하지만 이들은 디자인 외에도 컨설팅, 네이밍, 광고 등등 다양한 업무 영역을 갖고 있고, 모(母)기업이 글로벌 광고대행사그룹이어서, 광고주가 브랜딩이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계열사인 브랜딩 에이전시에 맡기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와 비교하면 Pentagram은 순수하게 디자인 실력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한다고 볼 수 있죠.
Pentagram의 특징 1. 독특한 제도, 파트너
Pentagram은 현재 23명의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파트너들은 대부분 디자인 업계에서 내노라하는 거물 디자이너들이예요. 디자이너인 동시에 교수나 예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정도 되시는 유명 디자이너는 대부분 개인 회사를 설립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Pentagram의 23명의 파트너란 소규모 에이전시 23개를 모아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Pentagram은 창업초기부터 파트너 제도를 갖고 있었고, 모든 파트너는 연령, 기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동등한 지분을 갖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령 또는 개인적 이유로 은퇴하는 파트너는 Partners Emeriti(명예 파트너)로서 이름을 올리고 있어요.
또한 파트너 외에도 43명의 Associates가 있는데요, Associates는 지분을 가질 정도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Director급 디자이너들이예요.
파트너와 어쏘를 합치면, 무려 66명의 디렉터가 있는 셈인데요, 이는 동시에 66개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예요! 엄청나지 않습니까? 저희 브랜드비 뉴스레터에 거의 매주 1개 이상의 포트폴리오가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Pentagram의 특징 2. Design Credit 공개
Pentagram은 저희 브랜드비의 롤모델이기도 한데요, 파트너 제도 뿐 아니라 웹사이트에 브랜드 개발에 참여한 모든 크리에이터들을 정직하게 공개하는(Credit) 몇 안되는 에이전시 중 하나예요. (브랜드비의 정보 데이터를 누적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죠!) 이는 Pentagram의 창립정신과도 맞물려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들의 공동체로서 개별 디자이너의 특성 및 활동을 보장하고 각각의 역할을 존중하고 있죠. 로고 디자인 개발에 참여한 디자이너 뿐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 타이포디자이너, 3D시뮬레이터, 모션그래픽 디자이너 등등 응용 항목 개발에 참여한 크리에이터들의 이름도 함께 공개하고 있어요.
Pentagram의 특징 3. 다양한 새로운 시도
브랜딩을 하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러운 점인데요, Pentagram은 단순히 로고 디자인만 예쁘고 멋있게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브랜딩 사례로 소개했던 Verizon 패키지 프로젝트에서 탄소발자국 감소량을 측정해본다던지, Midi 프로젝트에서는 소리를 시각화하고, 또 고유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등, Graphic이라는 분야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브랜딩'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축적된 Pentagram의 전문성과 인지도를 기반으로 개별 파트너의 개성과 특장점이 결합되었기에 가능한 것 같아요. 또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신뢰해주고, 금전적 시간적 여유를 보장해주는 클라이언트도 이러한 Pentagram이기 때문에 기꺼이 맡기는 것이겠죠? (너무너무 부럽기만 합니다...)
제 꿈이자, 브랜드비의 창업 목표는 Pentagram처럼 브랜드 크리에이터들이 개개인의 고유성을 잃지않고 협업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예요. 물론 Credit도 투명하게 공개하고요. 그러기엔 아직 갈길이 너무나 멀지만, 좋은 본보기가 있으니 헤메지 않고, 올바르게 쫓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Pentagram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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