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를 처음 봤을 땐 몰랐는데, 다시 보니 뭔가 숨어 있더라—이런 경험, 한 번쯤 해보셨죠?
디자인에서 ‘여백’은 단지 공간을 비워두는 것이 아닌, 의도한 메시지를 드러내는 가장 정교한 장치입니다. 특히 네거티브 스페이스(Negative Space), 즉 여백 공간을 활용한 로고는 보는 이로 하여금 ‘발견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죠. 이 즐거움은 브랜드의 로고가 한 번 눈에 들어오면 잊혀지지 않게 하고, 또 브랜드와 감정적으로 연결으로 연결되게 합니다. 로고 속에 숨겨진 작은 반전이 브랜드를 더욱 매력있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이번 글에서는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대표적인 네거티브 스페이스 로고부터, 최근 주목받는 참신한 디자인 사례까지 다양하게 소개합니다. 어떤 로고는 아주 익숙하고, 어떤 로고는 생소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모두가 우리에게 발견의 즐거움을 선물한다는 것입니다.
1. 대표적인 네거티브 스페이스 로고 사례
네거티브 스페이스 로고 디자인! 하면 바로 떠오르는 유명 디자인 사례들을 모아봤어요.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겠지만, 워밍업 차원에서 가볍게 살펴보아요.
숨겨진 화살표의 원조, Fedex
숫자 1을 사용한 브랜드들이라면 한 번쯤 따라해봤을 로고, Formula 1
나비가 아니라 행복 날개입니다, 그 안에는 SK가 숨겨져 있고요.
산봉우리 속 숨은 곰 찾기, Toblerone
2. 최근의 네거티브 스페이스 로고 디자인 사례 I.
워낙 앞에서 설명한 로고 디자인이 유명하기에, 네거티브 스페이스를 활용한 로고 디자인은 자칫 '아류작'으로 평가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단순 형태적 유사성으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닌, 얼마나 브랜드 정체성과 부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집을 옮겨야 할 때는 MUVE
MUVE는 부동산 양도 서비스 플랫폼입니다. 꺾쇠 그래픽과 네거티브 스페이스로 집과 양도를 동시에, 절묘하게 표현했습니다.
AI를 가속화시키는 시스템 반도체, 엑시나
엑시나는 시스템 반도체 스타트업 메티스X의 새 이름입니다. 새로운 네임에서 X는 변화(Transform & Change)를 의미한다고 하는데요, 기존 사명에서는 eXcelerate의 의미로 사용하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숨겨진 화살표의 의미가 eXcelerate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People 속에 담긴 First, People First Bank
People First Bank는 Heritage Bank와 People's Choice가 합병하여 탄생한 은행입니다. 새로운 네임은 고객을 최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데요, 심볼 디자인 역시 그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프랑스어를 몰라도 숫자를 알 수 있어요,Qu4tre
Qu4tre는 벨기에 방송사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Quatre는 프랑스어로 4를 의미하는데요, 네임의 식별력을 위해 영어철자 표기에 숫자를 넣어 차별화를 주었어요. 또 프랑스어를 모르더라도 직관적으로 숫자 4를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름 그대로 네거티브 스페이스로 표현한, CenterSquare
CenterSquare는 합병으로 탄생한 데이터 센터 기업입니다.
개인적으로 브랜드 네임이 참 쉬우면서도 직관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로고 디자인 역시 이를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당근에 진심입니다, Bolthouse Fresh
Bolthouse Fresh는 Bolthouse Farm에서 분리독립한 미니 당근 브랜드입니다. Bolthouse라는 네임은 공유하지만 다른 기업임을 표현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는데요, 알파벳 O안에 절묘하게 당근을 담아 제품의 전문성을 표현했습니다.
번개처럼 빠르게, Bolt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Bolt는 번개처럼 신속한 체크아웃(결재)을 도와준다는 의미를 네거티브 스페이스와 심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워드마크이지만 심볼이 너무나 명확하게 보여서 콤비네이션 마크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네요.
전기로 원두를 볶다, Buzzing
Buzzing은 세계 최초 전기 로스팅 커피 브랜드입니다. 제품의 특징을 네거티브 스페이스로 표현했어요.
사람과 사람이 마주보다, Beyond Blue
Beyond Blue는 호주의 정신건강 돌봄 단체입니다. 이 글의 커버 이미지인 Rubin’s Vase를 모티브로 한 심볼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보며 함께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감을 표현하고 있어요. 우울함을 넘어 나비처럼 피어오르기를 기원합니다.
3. 최근의 네거티브 스페이스 로고 디자인 사례 II. - 난이도 약간 높음
눈썰미 좋은 분들만 알아차릴 수 있는, 조금 난이도 있는 네거티브 스페이스 로고 디자인입니다.
여러분의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해 보세요.
코뿔소의 이야기를 알고 있나요, Chester Zoo
자연동물 보호에 앞장서운 영국의 동물원 Chester Zoo의 심볼은 네임의 이니셜이자, 동물원 역사 속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바로 멸종 위기의 동부 검은 코뿔소를 지원해왔다는 사실인데요, 알파벳 C의 네거티브 스페이스가 코뿔소의 머리 부분을 표현하고 있어요. 다만 눈동자가 더해졌을 때 비로소 명확하게 연상되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주식정보 채팅을 빠르게, Stocktwits
주식 특화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Stocktwits는 '채팅'이라는 특징을 워드마크 속 네거티브 스페이스로 담았어요.
네? 어디에 있냐고요? 맨 뒤쪽 t와 s를 주목해 주세요.
고기의 본질은 포크질, Impossible
가장 난이도 높은 네거티브 스페이스 디자인 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성 고기(대체육) 브랜드 Impossible은 일반 고기와 당당히 경쟁하기 위해 리브랜딩을 했는데요, 동물 고기 못지 않게 맛있다는 점을 네거티브 스페이스에 포크를 숨겨서 표현했어요.
도대체 포크가 어디에 있냐고요? 이를 찾기 위해서는 알파벳 철자 하나를 살짝 변형해야 합니다. 오른쪽 이미지에서 변화를 찾아보세요.
로고 디자인은 단순한 구분자로서의 심볼마크를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태도를 담아내는 압축된 시각 언어입니다.
특히 여백을 통해 메시지를 은근히 드러내는 네거티브 스페이스 로고 디자인은, 그 자체로 ‘발견의 즐거움’을 설계한다고 할 수 있죠.
네거티브 스페이스 로고는 우리로 하여금 다시 보게 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며,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브가 가장 강하게 발휘됩니다.
형태의 부재를 통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여백 공간은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기획력과 감각, 직관과 상상력이 고밀도로 응축된 결과물입니다.
한정된 틀 안에서 얼마나 깊이 있는 메시지를 설계할 수 있는가?
네거티브 로고야 말로 디자이너의 정교함과 창의성이 오롯이 드러나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는 결국 ‘보이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숨겨진 의미, 천천히 드러나는 이야기, 그리고 발견의 즐거움.
이 모든 요소가 브랜드를 더 깊고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로고 속 여백을 통해, 당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선명하게 드러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