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반, 밀키트(Meal Kit)는 새로운 소비 모델로 등장했습니다.

정량화된 식재료와 레시피를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는 바쁜 도시 소비자에게 '요리의 간소화'이자 '집밥의 재발견'이었습니다.

HelloFresh, Blue Apron, Marley Spoon, Gousto 등 1세대 브랜드들은 이 시기에 등장해 치열한 경쟁을 이어갔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과 밀키트가 혼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두 개념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 HMR(Home Meal Replacement) : 완성형 대체 식사. 냉동식·즉석식·간편식 등 조리를 최소화한 식품
  • 밀키트(Meal Kit) : 조리 경험이 포함된 식사. 정량의 식재료와 레시피를 제공해 소비자가 직접 조리하는 방식


HMR은 밀키트의 상위 개념으로 볼 수 있으며, 아우르는 제품 범위가 더 넓습니다.


<HMR과 밀키트 비교>






2020년, 밀키트 1.0의 정점


2020년 팬데믹은 밀키트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습니다.

외식은 멈췄고, 집에서의 식사는 필수가 되었습니다.


<2020년 HelloFresh의 로고 리뉴얼>


같은 해 글로벌 1위 브랜드 HelloFresh는 리브랜딩을 단행했습니다.

다만 이 변화는 밀키트라는 카테고리를 재정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확장된 시장을 보다 정교하게 체계화한, 리더 브랜드의 정비 작업에 가까웠습니다.


이 시점에서 밀키트는 하나의 확립된 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구독 모델은 안정화되었고, 대규모 마케팅 집행과 글로벌 확장이 가능해졌습니다.

이것이 밀키트 1.0의 완성 단계였습니다.






카테고리 보편화 이후의 과제


팬데믹이 완화되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소비자들은 다시 외식을 시작했고, 혁신적으로 느껴졌던 구독 서비스에 대한 피로감도 점차 증가했습니다.

수많은 브랜드가 경쟁에 뛰어들면서 고객획득비용(CAC)은 상승했습니다.

동시에 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은 빠르게 고도화되었습니다. 대형 유통사와 식품 기업들은 냉동·즉석식·간편조리식 제품을 확대하며 '편의성' 영역을 선점했습니다.


그 결과 밀키트는 상대적으로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직접 조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가격은 HMR보다 높으며, 외식만큼의 맛과 경험을 제공하지도 못합니다.

편리하게 느껴졌던 구독 서비스는 유통기한 내 소비해야만 하는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밀키트라는 카테고리는 보편화되었지만, 신선함과 차별성은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또한 미국 및 영국 밀키트 브랜드의 저조한 소비자 리텐션(재구매·구독 유지율)은, 밀키트가 과연 '구독에 적합한 카테고리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합니다.


<미국 밀키트 시장 브랜드 점유율과 소비자 리텐션 by Bloomberg Second Measure


<영국 밀키트 시장 성장 동향 및 소비자 리텐션 by Consumer Edge>






국내 밀키트 시장의 경고 신호


한국 역시 유사한 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8년 수백억 원 규모였던 국내 밀키트 시장은 2023년 3천억 원대 후반까지 성장했습니다.


<한국 밀키트 시장 규모 변화>


그러나 유로모니터의 한국 밀키트 시장 규모 변화를 살펴보면 2021년 이후 성장세가 둔화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위 브랜드인 프레시지는 매출 감소와 누적 적자 확대를 겪고 있으며, 다수의 오프라인 밀키트 판매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CJ제일제당의 밀키트 브랜드 쿡킷은 신선제품에서 냉동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습니다. 여기에 이마트, 컬리 등 대형 유통사의 PB 확대까지 더해지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팬데믹 특수가 종료된 이후, 밀키트는 더 이상 고성장 산업으로만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압박은 단순한 마케팅 대응으로는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밀키트라는 카테고리의 본질적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관련 기사 > CJ제일제당도 못 살렸다…확 식어버린 '밀키트' 시장






밀키트를 재정의하다, 다시 시작된 리브랜딩


최근 주요 브랜드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 Blue Apron, Mindful Chef, Marley Spoon 등 대표 밀키트 브랜드의 리브랜딩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디자인 리프레시가 아닙니다.


HelloFresh가 밀키트 1.0을 체계화했다면, 이제 브랜드들은 밀키트 2.0을 질문하고 있습니다.


밀키트는 과연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편의식을 조금 더 고급스럽게 만든 형태에 머물 것인가,

레스토랑을 집으로 복제하는 모델로 진화할 것인가,

건강 관리 플랫폼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집에서 요리한다'는 행위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브랜드가 될 것인가.


성장이 둔화된 지금, 문제는 더 이상 확장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입니다.






밀키트 2.0의 브랜딩 전략은?


밀키트 1.0은 구독 서비스와 결합해 직접 요리하는 경험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1인 가구의 증가, 고물가 환경은 이제 집에서의 식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다시 묻게 합니다.


이번 시리즈는 그 전환점을 글로벌 리브랜딩 사례를 통해 분석합니다.


  1. Blue Apron
  2. Mindful Chef
  3. Marley Spoon


이 시리즈는 단순히 브랜드 디자인의 변화를 다루지 않습니다.

카테고리가 성숙한 이후, 위기를 맞닥뜨린 브랜드가 어떻게 본질을 다시 질문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정립해 나가는지를 살펴봅니다.





PS. I.

이 시리즈는 밀키트 브랜드의 리브랜딩 케이스 스터디 리뷰 형식으로 이어집니다.

연재 형식으로 연속 게재되기보다는, 신규 사례가 발표될 때마다 추가할 예정입니다.



PS. II.

밀키트 브랜드를 살펴보려면 아래의 트렌드 키워드를 클릭해 주세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됩니다.


>> 밀키트 브랜드 모음

2026 F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