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 전, 런던 여행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한 백화점의 식품 코너에 갔는데, 모든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이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그 식품 코너에 있는 제품들을 모조리 싸오고 싶을 정도로 소유욕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이었어요. 그 때 영국은 역시 디자인 강국이란 생각을 했고, 아마도 제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디자인 사대주의 원인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디자인 에이전시가 바로 영국의 아름다운 패키지 디자인에 일조를 한 전설적인 디자이너의 회사, Lewis Moberly입니다.
패키지의 여왕, 전설적인 디자이너, 최고 디자인 상에 빛나는
Lewis Moberly는 1984년 디자이너 Mary Lewis와 브랜드 컨설턴트 Robert Moberly가 설립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한 사람의 이름인 것 같죠? 두 사람은 프로젝트로 만났다고 해요. 갑과 을이 함께 창업하는 경우가 무척 드문데요, 크리에이티브와 전략이 만나 시너지를 창출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중 Mary Lewis는 당시 비교적 드문 여성 디자이너로 "패키지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전설적인 존재입니다. 이 분을 설명할 때 항상 "Legendary"라는 수식어가 붙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도 익히 알고 있는 수많은 유명 글로벌 브랜드들의 패키지를 디자인했고, 500여 회의 수상 경력, 굉장히 얻기 어렵다는 Effectiveness Awards의 그랑프리와 D&AD의 금상을 수상했기 때문이죠. (지난 번에 소개한 Turner Duckworth의 Bruce Duckworth 씨도 Lewis Moberly 출신이고, 중복되는 수상이 많을 것이예요.)
Lewis Moberly는 업력도 오래되고, 워낙 유명한 케이스도 많아서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archiveB를 업데이트 하는 것은 감히 엄두를 못내고 있고요, 최신 사례 위주로 그 때 그 때 업로드 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선택한 Lewis Moberly의 포트폴리오 10개를 소개합니다. (년도는 무작위입니다.)
1. Waitrose
대표 이미지로 보여드린 라벨 디자인입니다. 2008년도에 디자인되었는데요, 여전히 세련되고 아름답죠? 식품업계에서 패키지 디자인을 리뉴얼 할 때마다 항상 벤치마킹 사례로 언급되었답니다. 단순히 제품 종류만 표기한 것이 아니라 마치 광고 카피처럼 쓴 것도 인상적입니다.
2. Selfridges
또다른 식품업계의 벤치마킹 리스트, 셀프리지 백화점의 패키지 디자인입니다. 요즘 말로 '말모' 죠.
3. Haagen-Dazs
너무 친숙한 디자인이죠? 아마 전 세계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4. Ricola
최근에 Ricola가 리브랜딩을 했죠. 거의 90여년만에 로고를 리뉴얼한 것이라, 그 무게감과 압박감이 엄청났으리라 추측합니다. 그들이 Lewis Moberly를 선택한 이유를 어느 정도 눈치채시겠죠?
5. Oban
Oban은 스코틀랜드의 몰트 브랜드인데요, Mary Lewis가 Favorit으로 꼽는 프로젝트라고 해요. 무려 1986년도 디자인인데, 아직까지 동일한 디자인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주류 브랜드의 패키지 디자인은 무척 까다롭기로 유명한데요, 패키지가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좌우하기 때문이예요. Oban을 시작으로 Lewis Moberly의 클래식하고 우아한 패키지 디자인은 계속 이어집니다. 다들 '말모'인 디자인인지라...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6. Baileys Chocolate
7. Benriach
8. Glenfiddich
9. Moet&Chandon
10. Divino
마지막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로고와 패키지 디자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한 젤라또 아이스크림인데요, 저도 아직 먹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저 입술이 식감을 자극하네요.
아래의 심볼도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이상으로 사심 가득한 Lewis Moberly에 대한 소개 글을 마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Lewis Moberly의 디자인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는 "클래식함과 우아함"이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패키지 디자인의 리뉴얼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요즘, 수십 년을 같은 디자인으로 여전히 사랑받는 제품들의 브랜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브랜딩의 '가성비'는 단순히 싸게 디자인 용역을 맡긴 것으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눈앞의 비용에 급급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위의 사례들을 생각해 보세요!
Lewis Moberly의 최신 브랜딩 사례들을 보고 싶다면 Agency Directory를 살펴보거나, 검색 아이콘을 클릭하세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