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Images © Creative Spark
탈모 방지와 모발 복원은 인류의 오랜 숙원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외모 컴플렉스를 건드리고 노화를 보여주는 현상 중 하나이기에 무척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죠.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탈모를 드러내기보다 회피하거나 감춰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탈모 브랜드들은 대개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을 설명합니다.
하나는 의약품과 임상 데이터를 앞세운 과학 중심의 접근입니다. 기능성 성분, 연구 결과, 전후 비교 사진 등을 통해 효과를 증명하려고 하죠.
다른 하나는 스타일과 자신감을 강조하는 접근입니다. 풍성한 머리카락과 세련된 라이프스타일 이미지를 통해 탈모 해결 이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비록 현실화되기 어려운 환상일지라도 꿈과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죠.
방향은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습니다. 모두 탈모를 반드시 극복해야 할 결함으로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최근 영국에서 런칭한 탈모 케어 브랜드 LEO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업계 베테랑이 만든 새로운 D2C 브랜드, LEO
LEO는 영국의 모발 복원 전문 기업 Farjo-Saks가 새롭게 선보인 구독형 탈모 케어 브랜드입니다. Farjo-Saks는 40여 년 동안 탈모 치료와 관련 제품을 다루며 전문성을 축적해 온 기업이지만, 주로 병원과 클리닉 중심의 유통 사업을 전개해 왔습니다. 타사의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은 것은 많은 B2B 기업의 공통된 바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탈모 시장이 이미 기술 중심의 신생 브랜드와 기존 제약 대기업들로 포화 상태라는 사실 또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죠.
그래서 Farjo-Saks는 40년 이상의 모발 재생 연구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기존 탈모 케어 브랜드와는 다른 방식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탈모 브랜딩 공식을 탈피한 네이밍 및 디자인
Creative Spark는 기존 탈모 제품 시장이 획일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며, 종종 진정성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브랜드 개발 과정에서 진행한 인터뷰와 조사 결과도 흥미롭습니다. 탈모는 단순한 외모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 자신감, 자기 인식과 연결된 심리적 경험이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LEO는 새로운 사람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대신 “Stay true to yourself” 라는 메시지를 통해 지금의 자신을 잃지 않도록 돕겠다고 이야기합니다.
LEO라는 브랜드 네임은 Creative Spark가 제안한 35개의 후보안 가운데 최종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네이밍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풍성한 갈기를 지닌 사자를 연상시키는 이름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LEO라는 네임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기능이나 성분을 설명하지도 않고, 의학적 전문성을 드러내지도 않습니다. 짧고 기억하기 쉬우며, 사람의 이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디자인 역시 같은 방향성을 따릅니다. 볼드한 산세리프 로고, 절제된 컬러 시스템, 담백한 패키지는 최근 웰니스 브랜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미니멀한 접근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LEO가 흥미로운 이유는 여기에 유머를 더했다는 점입니다.
브랜드 곳곳에는 익살스러운 일러스트와 위트 있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캠페인의 모델 역시 완벽하게 연출된 전문 뷰티 모델이 아니라 주근깨와 문신, 불완전한 헤어라인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이는 탈모를 감추거나 극복해야 할 결함으로 바라보는 대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경험으로 재해석하며 소비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탈모 업계 베테랑이 선택한 의외의 브랜딩
제가 LEO의 브랜딩에서 가장 흥미롭게 느낀 점은 수십 년 동안 탈모 치료 산업에 몸담아 온 업계 베테랑이 기존 카테고리의 공식을 의도적으로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동종 업계의 브랜딩과 마케팅 방식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권위나 임상 데이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약속하는 전형적인 판타지 마케팅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단순한 네임, 절제된 디자인, 그리고 유머라는 의외의 조합을 택했습니다.
이 사례를 보며 2022년 리브랜딩으로 화제가 되었던 헤어 케어 브랜드 Dense가 떠올랐습니다.
<Rebranding of Dense by Kiss>
Dense 역시 기존 탈모 케어 제품의 전형적인 디자인 문법을 벗어나 미니멀한 디자인을 도입했습니다. 숨기고 싶은 제품이 아니라 진열하고 싶은 제품으로 포지셔닝하며 차별화에 성공했고,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다만 LEO는 같은 미니멀리즘 안에서도 조금 다른 방향을 보여줍니다. Dense가 세련되고 현대적인 뷰티 브랜드에 가까웠다면, LEO는 여기에 전문성 한 스푼과 인간적인 유머, 친근함을 더했습니다. 같은 미니멀 디자인이지만 전혀 다른 결의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죠.
LEO는 갓 런칭한 상태로, 아직 시장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릅니다. 하지만 업계 경험이 풍부한 플레이어가 기존 공식을 버리고 새로운 문법을 선택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사례입니다.
과연 LEO가 탈모 브랜드의 새로운 문법이 될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