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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y by TinyWins, Vertical by Pentagram

*All Images © Tinywins / Penatagram




상용화를 앞둔 eVTOL의 리브랜딩


eVTOL은 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의 약자로, 전기로 구동되며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항공기를 의미합니다. 헬리콥터 대비 소음이 적고 구조가 단순해, 도심 환경에서도 운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그동안 eVTOL은 ‘미래의 이동수단’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기술 데모, 콘셉트 영상, 투자 자료 속에서 주로 등장해 왔죠. 그런데 최근 eVTOL 산업은 분명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eVTOL 기업들이 실물 기체를 공개하고 반복적인 시험 비행을 진행하고 있으며, FAA·EASA 등 주요 항공 규제기관과의 인증 절차 역시 점차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eVTOL은 가능성과 비전을 설명하는 단계에서, 실제 운영을 준비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단서 중 하나가 바로 리브랜딩입니다.


eVTOL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Joby Aviation과 Vertical Aerospace의 리브랜딩을 통해, 산업과 시장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Joby Aviation의 eVTOL 기체>


Joby by TinyWins

항공기 제조 스타트업에서 도심 이동 서비스 브랜드로


Joby Aviation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eVTOL 선도 기업으로, 기체 개발과 동시에 에어택시 서비스 운영까지 염두에 둔 전략을 취해 왔습니다.

TinyWins가 진행한 Joby의 리브랜딩은 eVTOL 브랜드 전환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Joby는 스스로를 항공기 개발 회사가 아닌, 새로운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브랜드로 재정의했습니다.




<Joby의 로고 리뉴얼 히스토리>


TinyWins는 브랜드의 핵심 콘셉트를 ‘비행의 황금기(Golden Age of Aviation)’로 정의하고, 기술 중심 메시지에서 경험 중심의 스토리로 전환했습니다. 또한 기존의 실험적인 이미지를 벗고 안정감과 친숙함을 전달하며, 항공기를 넘어 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타이포그래피와 컬러는 하늘, 일출·일몰 등 자연적 이미지를 차용해 상상 속 미래 기술이 아닌 현실적인 신뢰감을 전달합니다.




<비행이 이뤄질 스카이포트 현장을 위한 디자인 시스템>


특히 이 브랜드 시스템은 앱, 디지털 인터페이스, 스카이포트 환경, 항공기 도장까지 실제 사용 환경을 전제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즉, 이제 eVTOL은 기술 시연의 대상이 아니라, ‘곧 탈 수 있는 서비스’임을 전제한 선언인 셈입니다.






<Vertical Aerospace의 eVTOL 기체>



Vertical by Pentagram

미래 기술 스타트업에서 항공 산업의 일원으로


Vertical Aerospace는 영국 기반의 eVTOL 기업으로, 보다 전통적인 항공 산업의 문법 위에서 움직이는 브랜드입니다.

Pentagram이 맡은 Vertical의 리브랜딩은, Joby와 조금 다른 방향에서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습니다.




<Vertical의 로고 리뉴얼 히스토리>


Vertical의 기존 브랜드 자산인 벌새(Hummingbird) 심볼은 수직 이착륙과 비행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Pentagram은 이를 완전히 바꾸기보다는, 형태를 정제하고 구조적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Vertical이 여전히 신뢰와 안전성이라는 항공 산업의 핵심 가치를 중심에 두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To the skies.”라는 메시지는 단순한 기술 슬로건이 아니라, 도심 이동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선언입니다. 비주얼 시스템 역시 미래적이되 가볍지 않고, 혁신적이되 과장되지 않게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Vertical이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상업 항공 산업 안으로 진입할 준비가 된 브랜드임을 표현합니다.









리브랜딩을 통해 본 eVTOL의 미래 - 기술 경쟁에서 신뢰와 경험의 경쟁으로


Joby와 Vertical의 리브랜딩은 서로 다른 방향을 택했지만, 공통적으로 같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eVTOL은 더 이상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신기술이 아니라, 곧 일상에 편입될 이동 서비스를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시점에서 브랜드의 역할 역시 달라집니다.

혁신 기술과 성능을 설명하는 브랜드에서 신뢰감을 주고 안심시키는 브랜드로,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브랜드에서 실제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브랜드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eVTOL의 경쟁력은 비행 시간이나 속도보다,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번 리브랜딩은 상용화의 결과가 아니라, 상용화를 전제로 한 준비 단계의 언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eVTOL과 UAM은?


우리나라 역시 UAM을 미래 모빌리티 전략으로 채택해 왔습니다. 한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해외 eVTOL 기업에 투자하며 적극적 의지를 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화가 투자한 Overair는 Archer에 인수되었고, 현대자동차의 Supernal은 경영진의 갑작스러운 이탈 이후 개발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eVTOL 및 UAM 산업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원인 중 하나로는 전 정부 시절 갑작스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 지목됩니다. 이로 인해 그동안 검토되던 도심 버티포트(Vertiport)의 핵심 입지들이 사실상 무산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체를 도입하더라도 운영될 버티포트가 도심을 벗어난다면, UAM의 의미는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비스 시나리오가 근본적으로 흔들린 상황에서, 한국의 UAM은 아직 사업으로도, 브랜드로도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최근 대통령 집무실의 재이전으로 UAM 사업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관망과 속도 조절의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3의 항공 서비스 브랜드의 등장을 기대하며


UAM은 새로운 모빌리티 수단의 제조업도, 단순한 신생 교통 플랫폼 사업도 아닙니다. 이는 도시 인프라, 공공 안전, 규제, 시민 수용성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복합 산업입니다. 이 모든 요소가 갖춰지지 않으면, 브랜드는 단지 기업의 미래 비전을 홍보하는 실체 없는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현 상황을 미뤄보면, 향후 우리나라에서는 이동수단으로서의 eVTOL 기체 브랜드보다 UAM 서비스 브랜드가 먼저 등장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새로운 ‘제3의 항공 서비스’가 출현하는 것이죠. 비록 해외처럼 빠른 속도전은 어렵겠지만, 머지않아 UAM 항공사가 등장할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UAM 브랜드는 과연 누구에 의해, 어떤 이름으로 등장할까요?

부디 국내 브랜딩 에이전시가 그 중요한 산파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합니다.


2026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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