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Images © HomeServices of America / 1000WATT
미국에서 집을 사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집을 찾고 계약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대출을 위한 모기지, 소유권의 법적 문제를 확인하는 소유권등기(Title), 거래 자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에스크로(Escrow), 거래를 최종 마무리하는 클로징(Closing), 그리고 주택보험과 홈워런티까지 각각 다른 전문 서비스가 관여합니다. 이와 비교하면 공인중개사와 은행, 법무사 정도로 끝나는 한국의 부동산 거래는 단순하다고 할 수 있죠.
이 복잡한 주택 거래 과정에 필요한 서비스를 거의 모두 보유한 기업이 있습니다. 거래량 기준 미국 최대의 주거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HomeServices of America입니다.
<HomeServices of America 이전 로고(1998~2026)>
조용한 지주회사가 변화해야 했던 이유
HomeServices of America는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 워렌버핏의 회사로 유명하죠!)의 손자회사이자, 그 산하에서 부동산 서비스 사업을 총괄하는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기업입니다. 미국 전역에서 부동산 중개, 모기지, 소유권등기, 에스크로, 보험, 이전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일 브랜드로 전국의 부동산 중개소를 운영하기보다, 각 지역에서 오랜 신뢰와 인지도를 쌓아온 부동산 회사를 인수한 뒤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는 방식을 택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미네소타 지역의 Edina Realty, 미국 동부 지역의 Long & Foster, 캔자스와 미주리의 ReeceNichols, 뉴욕과 코네티컷 지역의 Houlihan Lawrence 등이 HomeServices of America 산하에 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름을 사용하는 Berkshire Hathaway HomeServices(이하 BHHS) 역시 이 그룹이 운영하는 부동산 중개 프랜차이즈 네트워크입니다. BHHS의 중개 네트워크는 1,500개 이상 사무소와 약 4만5000명의 에이전트(중개인)를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개 브랜드만 여러 개인 것이 아닙니다. 중개 이후의 모기지, 소유권등기, 보험 서비스도 지역과 계열사에 따라 서로 다른 브랜드로 운영됩니다. 예를 들어 RealtySouth의 고객은 중개는 RealtySouth, 모기지는 HomeServices Lending, 소유권등기는 TitleSouth, 보험은 InsuranceSouth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주택 거래 안에서 여러 계열사가 협력하지만, 고객이 접하는 브랜드는 계속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HomeServices of America는 이처럼 미국 전역에 강력한 기업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정작 회사 자체는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지주회사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조용한 지주회사’란 사업이 작거나 활동이 없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각 지역 브랜드를 소유하고 지원하는 데 집중했을 뿐, 보유한 역량을 HomeServices of America라는 하나의 브랜드 가치로 통합해 설명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경쟁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동산 중개 서비스 플랫폼과 프롭테크 기업들은 자신들이 주택 거래 전 과정을 간소화하고 통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HomeServices of America는 이미 경쟁 기업들이 미래의 가능성으로 제시하는 서비스들을 직접 소유하고 있었죠. 다만 연결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새로운 경영진은 여기에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HomeServices of America가 보유한 기업들을 단순히 관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이들이 함께 제공할 수 있는 통합된 부동산 경험을 하나의 브랜드 가치로 전달하기로 한 것입니다.
<HomeServices of America 브랜드 체계 (Before)>
완전한 부동산 경험을 위한 리브랜딩
1000WATT가 수행한 리브랜딩의 중심에는 Completeness, 즉 ‘완전함’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는 중개, 대출, 소유권등기, 보험 등 여러 회사와 담당자를 거치며 분절되기 쉽습니다. HomeServices of America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통합되어 설계되고, 사람이 주도하며, 기술로 작동하는 완전한 경험”을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서비스들을 직접 소유하고 전국적인 규모로 운영한다는 사실이 경쟁사와의 본질적인 차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HomeServices of America 의 새로운 로고(2026~)>
새로운 비주얼 아이덴티티 역시 이 자신감을 표현합니다. 깔끔한 산세리프 서체와 짙은 네이비, 따뜻한 골드 컬러를 조합해 현대적이면서도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집의 형태와 햇살이 퍼져나가는 이미지를 결합한 심볼은 통합과 완전함을 상징합니다.
새롭게 문을 연 HomeServices.com은 단순한 기업 소개 사이트가 아닙니다. HomeServices of America를 ‘미국에서 가장 완전한 주택 소유 생태계’로 규정하고, 중개·모기지·소유권등기·보험을 하나의 팀으로 연결한다는 새로운 포지셔닝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OnePoint 로고 (2026~)>
이번 프로젝트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결과물은 OnePoint라는 통합 서비스 브랜드입니다.
OnePoint는 HomeServices of America 산하의 에이전트들이 중개, 모기지, 소유권등기, 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경험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합 서비스 브랜드입니다.
고객은 각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찾아다니는 대신, 자신이 만난 부동산 중개인을 중심으로 HomeServices of America 계열의 전문 서비스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OnePoint는 개별 서비스를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고 보증하는 역할을 합니다. 지역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그 뒤에 HomeServices of America의 전국적인 서비스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OnePoint의 브랜드 보증 예시>
이러한 접근은 에이전트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를 플랫폼으로 직접 유입시키려는 부동산 슈퍼앱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OnePoint는 에이전트의 역할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대신, 에이전트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합니다. 플랫폼이 전문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분산된 서비스를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통합하고 연계한 구조입니다.
결국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HomeServices of America는 기존 기업들을 하나로 합치거나 네임을 통일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각 지역 브랜드 위에는 HomeServices of America 라는 기업 브랜드를, 고객 경험에는 OnePoint라는 통합 서비스 브랜드를 추가했습니다.
- 고객의 신뢰는 기존 각 지역의 중개 브랜드가 담당하고
- 그룹 전체의 비전과 역량은 HomeServices of America가 설명하며
- 다양한 서비스를 끊김 없이 연결하는 역할은 OnePoint가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HomeServices of America 브랜드 체계(After)>
부동산 거래를 넘어 주택 소유의 전 과정을 브랜딩하다
이번 리브랜딩은 복잡한 브랜드 체계를 통합하여 정리한 사례로만 볼 수도 있습니다.
HomeServices of America는 오랜 기간 기업을 인수하며 강력한 지역 브랜드를 확보했습니다. 기존 브랜드를 유지한 덕분에 지역의 신뢰를 지킬 수 있었지만, 그 결과 중개·모기지·소유권등기·보험 서비스가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분산되었습니다. 따라서 HomeServices of America라는 상위 브랜드와 OnePoint라는 통합 서비스 브랜드를 도입한 것은 복잡해진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번 변화 전체를 설명하기는 부족합니다.
HomeServices of America 는 스스로를 단순한 부동산 중개 기업이 아니라 HomeOwnership Ecosystem, 즉 주택 소유 생태계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중개’가 아니라 ‘소유’입니다.
부동산 중개 기업과 고객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계약이 완결되는 순간 함께 끝납니다. 집을 찾고, 대출을 받고, 소유권을 이전하고, 보험에 가입하면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대부분 종료됩니다. 거래 금액은 크지만 고객 접점은 일회성에 가깝습니다.
반면 주택 소유는 거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입주 후에는 시설을 유지하고 수리해야 하며, 보험을 갱신하고, 대출을 관리하고, 필요에 따라 리모델링하거나 다시 매각해야 합니다. 중개에서 시작된 관계를 유지 관리와 금융, 보험, 재거래까지 확장할 수 있다면 고객과 기업의 관계는 한 번의 거래가 아니라 수십 년간 이어지는 생애주기가 됩니다.
현재 OnePoint가 전면에 내세우는 범위는 중개·모기지·소유권등기·보험의 통합입니다. 따라서 OnePoint가 곧바로 주택 관리 플랫폼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HomeServices of America 의 기존 사업에는 홈워런티와 이전 서비스 등 거래 이후의 주택 소유와 연결되는 영역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회사가 ‘완전한 거래’보다 ‘완전한 주택 소유 생태계’를 이야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OnePoint가 향후 거래 종결 이후의 서비스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아파트 브랜드들이 입주 이후에도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관리비 납부, 방문 차량 등록, 커뮤니티 예약, 하자 접수, 생활 서비스 연결 등을 제공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과거 건설사의 역할이 아파트를 짓고 분양하는 것으로 끝났다면, 이제는 입주 이후의 생활 경험까지 브랜드가 관리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HomeServices of America 의 변화도 같은 흐름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경쟁이 ‘누가 더 많은 주택을 중개하는가’였다면, 미래의 경쟁은 ‘누가 고객의 주택 소유 경험을 더 오래 관리하는가’로 이동할 것입니다. 이때 중개는 고객 관계의 끝이 아니라 시작점이 됩니다.
HomeServices는 수십 년간 강력한 기업과 서비스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하나의 가치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새롭게 만든 것은 서비스 자체라기보다, 이미 가진 것들을 연결하고 앞으로 확장할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와 구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