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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vard ERC by Watson, Yummy Colours

최근 글로벌 주요 대학들은 더 이상 캠퍼스 내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연구를 넘어 기업·주거·상업·문화가 결합된 복합 연구단지를 개발하며 하나의 혁신 지구(Innovation District)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설 확장이 아니라, 연구 성과를 산업과 연결하고 인재와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플랫폼 전략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할 사례가 바로 Harvard University의 Enterprise Research Campus(ERC)입니다.




<Map depicting Harvard’s Enterprise Research Campus in Allston, Massachusetts © Harvard GSD>


캠퍼스를 넘어 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 Harvard ERC


하버드의 ERC는 보스턴 올스턴(Allston)에 조성 중인 대규모 복합 개발 프로젝트입니다. 2011년에 처음 구상되어 최근 1단계 개발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입주와 운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공간은 인근의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이나 과학공학 복합단지(Science and Engineering Complex)와 달리, 기업 및 스타트업을 위한 연구·업무 공간, 주거 시설, 호텔 및 상업 시설, 공공 공간과 커뮤니티 인프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연구자·기업·거주자가 함께 머무르는 지속 가능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입니다.

중요한 점은 하버드가 이를 단순한 캠퍼스 확장이 아니라 도시 지구(District) 단위의 브랜드 경험 공간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단계로 진행되는 Harvard ERC 프로젝트 | PREPARED BY HENNING LARSEN, STUDIO GANG, UTILE AND SCRAPE>



복합단지가 아닌 개별 시설을 브랜딩하다


ERC의 특징은 개별 시설이 독립적인 브랜드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각 공간은 단순한 기능 구분을 넘어, 서로 다른 의미와 역할을 통해 하나의 전체 이미지를 구성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One Milestone


연구와 기업 활동이 이루어지는 오피스 공간입니다.

이 이름은 건물의 공식 주소인 ‘1 Milestone Street’에서 출발했지만, 단순한 주소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Milestone은 도로의 이정표이자 프로젝트의 중요한 단계(마일스톤)를 의미합니다.

이 공간은 하버드 경영대학원(HBS)과 과학공학 복합단지(SEC)를 잇는 ‘혁신 회랑(Innovation Corridor)’의 출발점이자, 새로운 도약이 시작되는 기준점이라는 상징을 갖습니다.





The Atlas Hotel


ERC를 방문하는 글로벌 연구자와 기업, 지역 커뮤니티가 만나는 지점으로서, 이 호텔은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생태계 전체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하늘을 떠받치는 거인 ‘아틀라스’에서 유래했습니다. 또한 ‘Atlas(지도)’의 어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 공간이 다양한 사람과 흐름을 연결하는 ‘좌표’이자 ‘중심축’임을 암시합니다.





David Rubenstein Treehouse


커뮤니티와 교류를 위한 공간입니다. 하버드 졸업생이자 기부자인 칼라일 그룹 회장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의 이름과 함께 건물의 독특한 구조에서 ‘Treehouse’라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이 건물은 지면에서 떠 있는 듯한 V자형 기둥 구조로 설계되어, 마치 숲 위에 지어진 나무집과 같은 인상을 줍니다. 전통적인 컨퍼런스 공간이 아닌,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점을 건축적 형태와 네이밍이 동시에 전달합니다.





Verra Residence


주거 공간으로서 삶의 질과 안정성을 강조하는 브랜드입니다.

이름은 라틴어 어근 ‘Ver’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이며, 진실·봄·초록과 같은 의미를 내포합니다. 인근 그린웨이(Greenway)와 연결된 환경 속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주거 경험을 강조하며, 지속 가능하고 진정성 있는 삶의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처럼 ERC의 각 시설은 개별적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결국 하나의 방향을 향합니다. 연구·커뮤니티·교류·삶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하버드 ERC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공간 브랜딩을 넘어 대학 내부 브랜딩의 변화로 확장되다


이러한 변화는 ERC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하버드의 대표 리테일 공간인 The Coop 역시 리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The Coop은 전통적인 서점 및 기념품 판매점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재정의되었습니다.

특히 ERC 내 Atlas Hotel에 새롭게 오픈하는 매장은 연구자·방문자·지역 주민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허브로 기능하게 됩니다. 또한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스타트업과 지역 브랜드를 소개하는 큐레이션 플랫폼으로 역할이 확장됩니다. 이는 하버드가 교육기관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Harvard ERC 전경 © Jonathan Shaw / Harvard Magazine>


연구 교육 기관에서 생태계 설계자로 진화하는 대학


하버드 ERC는 대학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오늘날 대학은 더 이상 연구와 교육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제 대학은 지식이 연결되고, 실제로 구현되는 생태계를 설계하는 주체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네 가지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Open Ecosystem : 캠퍼스와 도시의 경계를 허무는 개방형 구조
  • 산학 결합 강화 : 연구와 산업이 일상적으로 연결되는 환경
  • 수익 모델 다변화 : 공간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재원 확보
  • 포용적 성장 :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개발 전략





<MIT의 복합 연구 단지 Kendall Square 로고 by Colossus>



대학이 만드는 연구 중심 생태계, 그 두 가지 전략


이와 같은 흐름은 선행된 프로젝트인 MIT의 Kendall Square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접근 방식은 다릅니다. Harvard ERC가 개별 시설을 통해 경험을 설계하는 방식이라면, Kendall Square는 지역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구축하는 방식입니다. 하나는 구성 요소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다른 하나는 전체를 하나의 상징으로 묶습니다.


어느 전략이 더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두 전략은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합니다. 바로 대학은 이제 지식의 전당에 머무르지 않고, 지식이 연결되고 실현되며 작동하는 생태계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앞으로 대학 브랜딩은 캠퍼스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학문을 기반으로 어떤 생태계를 설계하고, 그 생태계를 어떻게 실현하고 경험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대학 브랜딩 역시 이를 반영하여 진화해야 할 때입니다.






2026 M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