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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amorgan CCC by LoveGunn

많은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로고 변경에서 시작됩니다.

새로운 변화를 직관적으로, 그리고 가장 빠르게 드러낼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브랜드가 로고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역사와 팬덤을 지닌 조직일수록, 로고는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신뢰와 기억이 축적된 자산이 되어버립니다.

그렇다면 로고를 바꾸지 않고도 브랜드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이번에 살펴볼 Glamorgan County Cricket Club(이하 Glamorgan CCC)의 리브랜딩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합니다.


*All Images © Glamorgan CCC / LoveGunn




<Glamorgan CCC의 로고 디자인>


웨일스를 대표하는 크리켓 팀, Glamorgan CCC


사실 우리에게 크리켓은 다소 생소한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오랜 역사를 지닌 국민 스포츠로, 굳이 비유하자면 한국의 씨름과 유사한 문화적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문화적 상징성을 가진 스포츠일수록 리브랜딩의 난이도는 높아집니다. 크리켓 역시 현대 스포츠 환경에서 다음과 같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 기존 팬층은 충성도가 높지만 연령대가 높은 편이고
  • 새로운 세대에게는 진입 장벽이 존재하며
  • 디지털 환경에서의 콘텐츠 경쟁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택지는 극단적으로 나뉩니다.


  • 변화를 최소화하면 새로운 팬을 끌어들이기 어렵고
  • 변화를 과도하게 가져가면 기존 팬의 반발을 불러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Glamorgan CCC의 리브랜딩은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의 균형을 전략적으로 설계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피와 타이포그래피, 사진으로 구현한 브랜드 경험


LoveGunn이 진행한 이번 리브랜딩의 핵심은 기존 로고를 유지하면서, 브랜드 경험을 새롭게 설계한 데 있습니다.

즉, 브랜드의 본질은 지키되 경험은 현대화하는 접근입니다.




1)전통적 로고의 유지


구단의 상징인 로고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수선화 심볼은 꽃 부분만 분리하여 활용됩니다. 이는 팬덤과 역사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브랜드의 근간을 지키는 전략입니다.





2) 카피 중심의 메시지 설계


이번 리브랜딩에서는 간결하면서도 대담한 카피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경기와 팬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과 자부심을 직접적으로 전달합니다.





3) 타이포그래피 중심 커뮤니케이션


실제 브랜드 접점에서는 로고보다 타이포그래피가 전면에 등장합니다.

카피를 중심에 둔 표현과 서체 스타일과 크기의 강한 대비와 리듬은 로고 중심 구조에서 콘텐츠 중심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4) 경험을 담아내는 포토그래피


포토그래피는 경기 자체뿐 아니라, 팬이 경기를 즐기는 순간들에 초점을 맞춥니다.

경기 안팎의 다양한 장면을 포착한 이미지는 크리켓의 감정과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브랜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브랜드 경험의 본질에 대해


국내에서 브랜딩이라는 용어는 종종 ‘BX(Brand Experience)’로 표현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로고나 그래픽 요소의 모션 디자인, 3D 및 영상 작업, UI/UX 확장과 같은 디지털 시각 효과 중심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Glamorgan CCC의 리브랜딩은 이러한 접근과는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화려한 모션이나 인터랙션 연출이 중심이 아니라, 오히려 정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요소들이 브랜딩의 핵심을 이룹니다. 간결하고 대담한 카피, 대비감 있는 타이포그래피, 순간의 감정을 포착한 사진은 움직이는 연출 없이도 크리켓이라는 스포츠의 본질과 웨일스라는 지역, 그리고 팀의 정체성을 충분히 전달합니다.


브랜드 경험은 기술이나 표현 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관점에서 시작됩니다.

Glamorgan CCC는 로고를 바꾸지 않고도 브랜드를 변화시켰고, 화려한 연출 없이도 더욱 강력한 경험을 만들어냈습니다.


최근 일부 브랜딩 사례를 보면, 모션 그래픽을 제거했을 때 내용이 다소 공허해지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모든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모션과 영상을 제작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또 설령 제작 가능하더라도 크리에이티브 변주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결국인 런칭 초기 화려한 모션 그래픽은 이벤트성으로 끝나고 맙니다. 그들이 만든 브랜드 경험은 최종 프리젠테이션과 케이스 스터디 상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결국 브랜딩은 표현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을 어떻게 해석하고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2026 A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