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Images © Dragon Rouge
감자는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식재료 중 하나입니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감자에서 ‘첨단 산업’이나 ‘미래’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감자는 꽤 흥미로운 농산물입니다. 세척하고 껍질을 벗기고 일정한 크기로 자르는 공정을 기계화하기 좋고, 프렌치프라이부터 감자칩, 해시브라운, 플레이크까지 하나의 원료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가공을 통해 보관과 운송도 쉬워지고 부산물까지 다른 제품이나 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패스트푸드와 냉동식품 시장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면서 감자가공은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했습니다. 감자 한 알이 공장에 들어가 프렌치프라이가 되어 나오기까지 수많은 기계와 기술이 필요하고, 이제는 이 모든 공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최적화하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가장 오래되고 평범한 식재료 중 하나인 감자가 첨단 식품산업과 만나는 지점입니다.
<한 알의 감자가 식품으로 재탄생하기까지의 공정과 유관 브랜드들 © brandB>
다섯 개의 감자 기업은 왜 하나가 되었을까
2026년 6월, Kiremko, Idaho Steel, Reyco Systems, Tummers Group, Van der Giessen 등 다섯 개 식품가공 기술기업을 하나로 묶은 새로운 그룹 Foodera Technologies가 출범했습니다.
다섯 기업의 공통분모는 감자입니다. Kiremko는 세척과 박피, 절단, 튀김 등 감자가공 전반을, Idaho Steel은 플레이크와 성형 제품 생산설비를 전문으로 합니다. Reyco Systems는 수분과 기름 제거, 제품 이송 기술을 제공하며, Tummers는 플레이크와 드럼 건조, Van der Giessen은 장비 설치와 현장 엔지니어링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한꺼번에 합병된 것은 아닙니다. Kiremko, Idaho Steel, Reyco Systems는 1996년부터 협력해온 파트너였습니다. 2025년 투자회사 Investindustrial이 세 회사를 인수하면서 변화가 시작됩니다. 당시부터 세 기업을 통합해 글로벌 식품가공 장비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추가 인수를 통해 인접한 식품가공 분야까지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2026년 Tummers Group과 Van der Giessen을 추가로 인수합니다. 기존의 냉동 감자가공 역량에 플레이크와 건조 기술을 강화하고, 장비 설치와 현장 서비스까지 확보한 것입니다. 다섯 회사가 합쳐지면서 연매출 약 4억 유로 규모와 유럽, 북미, 남아시아를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통합의 배경에는 감자가공 산업의 변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더 좋은 세척기나 튀김기처럼 개별 장비의 성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생산라인 전체의 효율성이 중요합니다. 생산량뿐 아니라 에너지와 물 사용량, 원료 손실, 폐열과 증기 회수, 유지관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Foodera 역시 다섯 기업의 기술을 결합해 에너지 소비와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을 낮추는 통합 솔루션을 강조합니다.
이번 결합은 단순히 다섯 회사의 규모를 합치는 것이 아니라 감자가공 산업에서 경쟁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개별 기계에서 생산라인으로, 생산라인에서 공장 전체의 시스템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Foodera Technologies의 새 로고(2026~)>
다섯 브랜드를 없애지 않고 하나의 브랜드를 더하다
다섯 회사가 하나의 그룹이 되었다고 해서 기존 브랜드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Kiremko, Idaho Steel, Tummers 등은 오랫동안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고객과 관계를 쌓아왔습니다. B2B 산업에서 이들의 이름은 단순한 회사명이 아니라 기술력과 신뢰를 상징하는 중요한 브랜드 자산입니다.
브랜딩을 맡은 Dragon Rouge는 기존 다섯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그 위에 Foodera Technologies라는 새로운 마스터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각 기업이 가진 인지도와 전문성은 보존하면서, 다섯 기업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구조입니다.
브랜드 전략의 중심에는 ‘Built to Lead’라는 아이디어를 세웠습니다.
새로운 이름 Foodera는 Food와 Era를 결합해 ‘식품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다섯 기업의 공통분모가 감자임에도 이름에는 Potato가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사업을 설명하기보다 앞으로 그룹이 확장해 나갈 영역을 기준으로 이름을 만든 것입니다.
시각 아이덴티티 역시 감자보다 기술과 생산 시스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Foodera의 F를 형상화한 심볼은 식품 생산시설에서 모티프를 가져왔습니다. 직각으로 이어지는 형태는 통합된 생산라인을, 하나의 큐브는 생산라인을 구성하는 개별 기계와 유지관리 전문성을 의미합니다. 컬러 역시 산업현장에서 가시성을 높이는 안전복에서 가져온 라임 그린과 짙은 그린을 사용하고, 기술 도면을 연상시키는 그래픽과 서체를 적용했습니다.
결국 네임과 디자인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봅니다. 다섯 개의 감자가공 회사를 하나로 묶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기술과 기업을 담을 수 있는 식품가공 기술 플랫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드테크는 로봇이 전부가 아니다
요즘 푸드테크라고 하면 음식을 조리하는 로봇이나 서빙 로봇, AI 주문 시스템과 무인 매장처럼 사람이 하던 일을 기술로 대체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Foodera가 보여주는 미래는 조금 다릅니다. 새로운 음식을 발명하거나 미래적인 로봇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수십 년 동안 사용해온 세척기와 절단기, 건조기, 튀김기 같은 전통적인 산업기술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개별 기계의 자동화를 넘어 생산라인 전체를 연결하고, 생산량뿐 아니라 물과 에너지 사용량, 폐열과 증기의 회수, 유지관리까지 함께 최적화합니다. Foodera가 말하는 기술의 진화는 ‘사람을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보다 ‘공장 전체를 어떻게 더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만들 것인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감자라는 소재가 더욱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미래 식품산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미래의 식품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수백 년 동안 먹어온 감자 한 알도 어떻게 씻고, 자르고, 튀기고, 이동시키느냐에 따라 첨단 기술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평범한 것은 감자이지, 감자를 다루는 기술까지 평범한 것은 아닌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브랜드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Foodera는 기존 다섯 브랜드를 유지함으로써 각 기업이 오랫동안 쌓아온 전문성과 신뢰를 보존했습니다. 대신 그 위에 하나의 마스터 브랜드를 만들어 개별 기업의 기술을 넘어 더 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별 기업이 각자의 기술을 판매할 때는 고객에게 ‘무엇을 잘 만드는 회사인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연결하면 ‘우리가 함께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Kiremko의 기술, Idaho Steel의 기술, Tummers의 기술을 개별적으로 설명하는 것과 Foodera가 식품 생산 시스템의 미래를 만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기업이 가질 수 있는 비전의 크기부터 다릅니다.
마스터 브랜드는 앞으로의 확장을 위한 그릇이기도 합니다. 현재 Foodera의 중심은 분명 감자이지만 Foodera라는 이름과 아이덴티티는 감자에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향후 다른 식품가공 기술기업을 인수하더라도 Foodera라는 큰 틀 안으로 자연스럽게 편입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마스터 브랜드는 현재의 여러 기업을 하나로 묶는 역할에 그치지 않습니다. 각자의 전문성을 하나의 더 큰 비전으로 연결하고, 기업이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규정하는 그릇이 됩니다.
Foodera는 비록 감자에서 시작했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곳은 식품산업 전체의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