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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uip by Wedge

해외에서는 비타민, 단백질 파우더, 허브 성분 등 식생활에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는 제품을 보통 Supplement(건강보조식품, 보충제)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제품군을 흔히 건강기능식품, 즉 ‘건기식’이라는 이름으로 이해합니다. 식약처의 기능성 인증 여부에 따라 엄밀한 용어 사용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일상적으로는 대부분 건기식으로 통칭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Supplement를 건기식으로 표기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브랜드 Equip Foods는 식품과 건기식 사이에 포지셔닝한 독특한 브랜드입니다.




<Equip의 새로운 로고(2025~) by Wedge>


100% 리얼 푸드 원료만 사용하는 건기식, Equip Foods


Equip Foods는 2015년 미국에서 설립된 리얼 푸드 기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입니다. (참고. 설립 시에는 다른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창업자 Dr. Anthony Gustin은 기존 건기식 산업이 지나치게 가공된 성분과 과장된 마케팅에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브랜드를 시작했습니다.


Equip이 제안하는 개념은 Real Food Supplements입니다. 즉 건기식을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기능성 성분이 아니라 실제 음식에서 얻은 원료로 영양을 보완하는 형태로 바라보는 접근입니다.


대표 제품인 Prime Protein 역시 이러한 철학을 반영합니다. 일반적인 유청 단백질 대신 목초 사육(grass-fed) 소고기 분리 단백질을 사용해 자연 식품에 가까운 영양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Equip의 포지셔닝 다이어그램 from Equip 웹사이트>


이처럼 Equip은 스스로를 전통적인 건기식 브랜드라기보다, 식품과 건기식 사이에 위치한 브랜드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Equip의 리뉴얼 전 로고 및 패키지 디자인 (~2025)>



Equip의 리브랜딩 이유, 브랜드 정체성과 디자인 사이의 간극


식품과 건기식 사이에 포지셔닝한 Equip의 제품 철학은 명확합니다.

하지만 기존 브랜드 디자인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초기의 로고와 패키지는 전형적인 건강기능식품의 브랜딩 문법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D2C(Direct-to-Consumer) 중심으로 성장해 온 지난 10년 동안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웹사이트에서 브랜드 철학과 제품 특장점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오프라인 리테일 채널로 확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리테일 매대에서는 소비자가 브랜드 스토리를 읽을 시간도, 기회도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리브랜딩의 목표는 단순한 디자인 개선이 아니라


  • 브랜드 철학을 시각적으로 명확히 표현하고
  • 리테일 환경에서 차별되며 돋보이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


이었습니다.







빈티지 식품 패키지에서 찾은 브랜드 언어


리브랜딩은 디자인 스튜디오 Wedge가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핵심 컨셉은 Natural Nostalgia입니다. Wedge는 전통 식료품의 빈티지 밀가루 포장지에서 시각적 레퍼런스를 찾았습니다. 이러한 패키지에는 오래된 식료품 브랜드에서 느껴지는 신뢰와 친근함, 그리고 향수가 담겨 있습니다.


이 컨셉은 패키지 전반에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구현되었습니다. 기존 건기식 브랜딩의 문법과 비교해서 살펴보아요.


  • 전문성과 과학적 이성을 강조하는 차가운 색상 vs. 편안하고 따뜻한 크림 톤
  • 성분과 기능 중심 메시지 vs. 식품 패키지 같은 정보 구조
  • 효능·효과를 표현하는 심플하고 현대적인 그래픽 vs. 전통 식품 패키지에서 영감을 받은 감성적 일러스트
  • 깔끔하고 정제된 산세리프 서체 vs. 전통 식품의 안정감을 전달하는 슬랩 세리프와 올드스타일 세리프 서체


그 결과 Equip의 패키지는 건기식이라기보다 주방 팬트리에서 발견할 법한 식품 브랜드 같은 인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Equip의 패키지에 사용된 일러스트>


건기식 브랜드의 차별화 전략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브랜드비의 archiveB에서 가장 많이 업데이트되는 제품 카테고리 중 하나가 바로 건기식입니다. 화장품과 마찬가지로 ODM·OEM 생산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최근 특히 많은 건기식 브랜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차별화를 위해 패션 브랜드나 화장품 브랜드처럼 감각적으로 디자인하거나, 장난스럽고 귀여운 캐릭터를 도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기식 브랜드는 여전히 정제되고 이성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디자인을 채택합니다.


Equip의 리브랜딩은 단순히 디자인 스타일을 바꾼 것이 아니라, 리테일 환경에서의 카테고리 대비 전략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돋보입니다.


오프라인 리테일에서 Equip 제품이 놓이는 매대는 일반 식품 코너가 아니라 건기식 코너입니다. 이 매대에는 건기식 특유의 유사한 디자인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대부분의 제품이 과학적이고 기능적인 시각 언어를 공유하고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Equip은 정반대의 접근을 선택했습니다. 밀가루 포대나 버터 포장지에서 영감을 받은 레트로 식품 패키지 스타일을 도입한 것입니다.




<버터 포장지에서 영감을 받은 성분 표기 디자인>


얼핏 보면 이 디자인은 건기식이라기보다 팬트리에 있어야 할 식료품처럼 보입니다.

소비자는 제품 진열을 잘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이 전략의 핵심입니다. 건기식 매대에서 식품처럼 보이는 패키지는 오히려 강한 대비를 만들며 자연스럽게 시선을 끌게 됩니다. 동시에 Equip이 강조하는 브랜드 철학, 즉 리얼 푸드 원료 기반 영양이라는 메시지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결국 Equip은 스스로를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사이에 위치한 브랜드로 정의하면서도, 그 스펙트럼에서 식품 쪽에 더 가까운 브랜드라는 점을 디자인으로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건기식 매대에서 가장 건기식처럼 보이지 않는 건기식 브랜드.

하지만 전통 식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박함과 정직함으로,

오히려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전략입니다.





2026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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