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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by Order

*All Images © Order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고령화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고, 시니어를 위한 서비스와 브랜드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장 초기 단계라 그런지 국내 시니어 브랜딩은 상당 부분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타운하우스, 고급 요양원, 자산관리 서비스 등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브랜드 역시 고급스러움, 안정감, 품격과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축됩니다.


그런데 시니어를 위한 브랜드는 반드시 점잖고 차분해야 할까요?

또 시니어는 관리와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봐야 할까요?


초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형적인 시니어의 이미지를 브랜드에 투영하는 일이 아니라, 시니어를 어떻게 바라보고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브랜딩의 관점인지도 모릅니다.





복잡한 노후의 선택을 돕는 가이드, Chapter


미국의 메디케어(Medicare)는 대표적인 노인 의료보험 제도이지만 실제 가입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메디케어 어드밴티지(Medicare Advantage), 메디갭(Medigap), 처방약 플랜(Part D) 등 수많은 선택지와 복잡한 조건이 존재하며, 잘못된 선택은 의료 서비스 이용과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Chapter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맞춤형 메디케어 컨설팅 서비스입니다. 고객의 건강 상태와 복용 약물, 이용 중인 병원과 의사, 재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보험 플랜을 추천하고 가입까지 지원합니다. 특정 보험사의 상품만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를 비교·분석해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브랜드명인 Chapter에는 이러한 서비스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은퇴와 노년은 삶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장(Chapter)의 시작이라는 생각이죠. 인생은 하나의 단계가 끝나면 또 다른 단계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여정이며, 노년 역시 여전히 쓰여지고 있는 이야기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인생의 전환기를 위한 공감의 디자인


뉴욕의 디자인 스튜디오 Order는 Chapter를 ‘공감(Empathy)’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로 정의했습니다.

Order가 말하는 공감은 단순히 친절하거나 선한 목적을 가진 브랜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그들이 처한 감정과 심리 상태, 그리고 사회적 현실까지 이해하는 태도를 뜻합니다. 메디케어를 선택해야 하는 시니어들은 복잡한 정보 앞에서 불안과 부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경험합니다. Order는 이러한 취약성과 감정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신뢰의 출발점이라고 보았습니다.


Chapter의 가치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Order는 ‘인생의 전환기’에 주목했습니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장을 여는 것이며, 석양은 하루의 끝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길로의 전환입니다.





새로운 심볼 역시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Order는 석양이 만들어내는 변화의 순간을 시각적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태양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하늘은 시시각각 색을 바꾸며 다음 장면을 준비합니다. 새로운 심볼은 이러한 움직임과 색의 변화를 담아내며, 고정된 상태가 아닌 변화와 연속성,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여정을 상징합니다.





컬러 시스템 또한 석양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해가 지기 전후 단계의 미묘한 색상 팔레트는 전환과 가능성을 표현합니다. 일반적인 시니어 브랜드가 채택하는 차분하고 절제된 색감과는 분명 다른 접근입니다.





아이콘 시스템 역시 인상적입니다. 일반적으로 앱이나 웹 서비스를 위한 아이콘은 미니멀한 형태와 단일 색상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Chapter는 누구나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친숙하고 인지하기 쉬운 형태, 그리고 따뜻한 색감을 활용한 컬러풀한 아이콘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의 차이가 아닙니다. 복잡한 메디케어 정보를 이해해야 하는 시니어들에게는 심미적 절제보다 직관적인 이해가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Chapter의 디자인은 정보를 장식하기 위한 그래픽이 아니라 복잡함과 불안을 덜어주는 공감의 인터페이스로 기능합니다.





시니어는 보호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현재진행형이다


시니어 브랜딩을 이야기하면 우리는 흔히 ‘품격’부터 떠올립니다. 그래서 네이비와 브라운, 베이지와 같은 차분한 색상을 사용하고, 절제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공간 이미지를 구축합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어쩌면 ‘노년은 조용하고 정적인 시기’라는 우리의 무의식적인 전제가 깔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Chapter는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 브랜드는 시니어를 보호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여전히 선택하고, 배우고, 관계를 맺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가는 현재진행형의 사람들로 바라봅니다. 그렇기에 브랜드 역시 밝고 따뜻하며 선명한 색을 사용하고, 움직임과 변화가 느껴지는 그래픽을 선택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접근이 결코 젊어 보이기 위한 무리한 시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시니어의 삶을 더욱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존중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 시니어 브랜딩 역시 새로운 질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시니어는 보호받아야 할 마지막 단계의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시니어 브랜딩은 노년의 품격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앞으로 써 내려갈 또 다른 챕터를 응원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뉴그레이(New Grey)가 더 이상 회색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2026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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