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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다른 문화권으로 넘어갈 때 종종 낯선 방식으로 해석됩니다. 원래의 맥락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당황스럽거나, 때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작 그 문화가 소비되는 시장에서는 별다른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북미에서 출시된 한 삼각김밥 브랜드가 한국식 네이밍인 Go-Bob을 사용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삼각김밥(오니기리)은 일본 음식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지만, 현지 소비자에게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우리나라의 럭셔리 잡지 ‘헤렌 Heren’은 한국에서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받아들여지지만, 네덜란드어로는 ‘남성들’ 또는 ‘남성용’을 뜻합니다. 실제로 네덜란드 파트너가 해당 잡지를 보고 매우 이상한 네임이라고 언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버블티 역시 비슷한 질문을 던집니다. 버블티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트렌디한 음료 중 하나이지만, 그 기원이 대만이라는 사실까지 알고 소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소비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원산지보다 그 음료가 전달하는 새롭고 이국적인 새롭고 이국적인 경험일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새로운 제품이 대중 시장을 개척할 때, 브랜드는 어떤 문화적 이미지를 선택해야 할까요?
폴란드에서 출시한 RTD 버블티 브랜드 Bubble Bob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젊고 에너지 넘치는 소비자를 위한 RTD 버블티
Bubble Bob은 폴란드의 음료 제조사 Gladio Group이 출시한 RTD 버블티 브랜드입니다. 홍차, 천연 과일 주스, 팝핑 펄(버블)을 조합한 캔 음료이며, 맛은 Rich Peach, Merry Strawberry, Mango Joy 세 가지입니다.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한 모금부터 놀라운 맛”, “젊고 에너지 넘치는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경험”을 강조합니다. 즉 Bubble Bob은 정통 티 음료라기보다, 버블티 특유의 즐거움과 이국적인 경험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RTD 음료로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기반의 아시안 팝 세계관
Redkroft는 Bubble Bob을 단순한 RTD 버블티가 아니라, 캐릭터 중심의 아시안 팝 세계관을 가진 브랜드로 설계했습니다. 핵심은 버블티의 오리지널리티보다, ‘터지는 즐거움’이라는 경험을 브랜드화한 데 있습니다. 홍차와 과일 주스, 팝핑 펄이라는 제품 특성을 Bob이라는 캐릭터와 만화적 세계관으로 번역한 것이죠.
브랜드의 중심에는 버블 단발머리가 인상적인 마스코트 Bob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외형만 보면 여성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름 그대로 남성 캐릭터라는 점입니다. (참고로 Bubble Bob은 단발머리 헤어스타일을 일컫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Bob 특유의 장난스럽고 유쾌한 브랜드 성격을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Bob은 브랜드의 핵심 자산으로서, 제품이 어디에 있든 귀여움과 유쾌함, 그리고 통통 튀는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로고타입 역시 흥미롭습니다. 실제 일본어로 읽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문자를 연상시키는 획과 리듬감을 갖고 있습니다. 서양의 관점에서 해석한 아시아 문자 디자인은 늘 제 관심의 대상인데요, Bubble Bob 로고가 알파벳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한국인인 저조차 일본어를 떠올렸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여기에 패키지와 각종 애플리케이션 곳곳에는 일본어가 적극적으로 사용됩니다. 얼핏 보면 일본에서 제조해 수입한 제품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입니다.
컬러 팔레트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밝고 선명한 색상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강렬한 옐로우, 핑크, 블루, 민트 등의 고채도 팔레트는 과일 맛과 팝핑 펄이 주는 경쾌한 경험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결과적으로 Bubble Bob은 단일 음료 제품으로 출시되었지만, 향후 Bob이라는 캐릭터 IP를 중심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정통성보다 인지도와 친숙함을 선택한 브랜드
Bubble Bob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브랜드가 버블티의 원산지나 주도국이 아닌, 제3의 국가를 대표 이미지로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버블티는 대만에서 시작된 음료이며, 현재는 중국에서 국민음료에 가까울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대부분의 버블티 브랜드 역시 대만 또는 중국을 오리지널리티로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Bubble Bob은 대만이나 중국의 문화적 정체성 대신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 서브컬처에서 익숙한 시각 언어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 선택은 문화적 정확성이라는 관점에서는 질문을 남깁니다. 아시아는 하나의 문화로 대표될 수 없으며, 대만에서 시작된 음료를 일본의 시각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문화적 맥락을 단순화한 해석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서 버블티는 잠깐 유행하긴 했지만,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대중 음료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리지널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죠.
하지만 상업 브랜드의 관점에서는 조금 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 유럽 소비자가 ‘아시아 팝 컬처’를 떠올릴 때 가장 직관적으로 연상하는 이미지는 일본 문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에는 K-pop과 K-콘텐츠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서양 문화권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일본의 문화적 이미지를 대체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Bubble Bob은 버블티의 기원과 문화를 설명하기보다, 폴란드 소비자가 가장 빠르게 이해하고 매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아시아적 즐거움’의 이미지를 선택한 것입니다.
결국 Bubble Bob이 판매하는 것은 정통 버블티가 아니라, 제품을 마실 때 느끼는 통통 튀는 즐거움과 캐릭터 세계관입니다.
이 사례는 브랜드의 진정성이 반드시 원산지에서만 비롯되는지, 혹은 소비자가 매력적으로 느끼는 문화적 해석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글로벌 브랜딩은 때때로 오리지널리티보다 문화적 친숙함을 선택합니다.
Bubble Bob은 그 선택이 어떤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오리지널리티와 문화적 친숙함 중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