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습니다. 검색하지 않아도 되고,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질문 하나면 즉각적인 답이 주어지고, 누군가가 정리해 놓은 콘텐츠는 끝없이 추천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보는 넘쳐나는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점점 희소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문제는 더 이상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믿을 수 있느냐”가 되었습니다.
1. 요약의 시대에서 생략의 시대로
최근 콘텐츠 소비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이 시청자 수 급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언급되었습니다만, 특히 와닿았던 건 바로 AI 때문이라는 의견이었죠. 대표적 사례가 바로 유튜브에서 한때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던 ‘요약 콘텐츠’—영화, 소설, 시사 이슈를 정리해주는 영상—입니다. 기존에는 사람이 요약·정리해주던 콘텐츠를 소비했다면, 이제는 그 역할을 AI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원본 콘텐츠를 보는 수고로움을 줄이기 위해 보던 요약 영상조차 건너뛰고, 실시간으로 즉답을 얻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누군가가 요약해준 몇 분의 동영상을 보는 것조차 번거롭게 느끼는 것입니다. 궁금한 부분만 콕 짚어 질문하고, 즉각적인 답을 얻습니다.
정보 탐색의 구조가 바뀐 것입니다. 과거에는 검색하고, 여러 자료를 비교하며,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요약 동영상조차도 시청하며 이해하는 과정이 존재했죠. 하지만 지금은 그 과정이 대부분 생략됩니다.
질문 하나로 결과에 도달하는 시대. 우리는 점점 더 ‘과정 없는 정보’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한 효율의 개선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정보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 자체가 일종의 검증 장치로 작동했습니다. 여러 자료를 비교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오류가 걸러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결과만 소비됩니다. 이로 인해 단편적 정보의 과잉 일반화, 맥락이 제거된 재구성, 그리고 AI의 할루시네이션까지 다양한 왜곡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2. 왜곡된 정보로 생성되는 가짜 콘텐츠
최근 개인적으로도 AI의 왜곡을 절실하게 느낀 경험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SNS에서 한 브랜드에 대한 게시물을 보게 되었는데, 그 브랜드가 바로 제가 직접 네이밍을 해서 탄생 과정에 참여했던 브랜드였기 때문에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런데 글의 내용은 터무니 없더군요. 비록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이었지만, 브랜드가 탄생한 배경과 특장점 등 핵심 맥락이 완전히 왜곡되어 있었습니다. 단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그럴듯한 가짜 브랜드 스토리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브랜드의 고관여자입니다. 탄생에 기여했고, 오랜 시간 애정을 가지고 그 브랜드의 행보를 지켜보며 응원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왜곡된 정보임을 즉시 인지할 수 있었지만, 일반 소비자는 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기존 사람이 만든 콘텐츠에도 오류와 왜곡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를 창작 및 제작하는 수고로움(이는 만들어본 사람만 알 것입니다!) 덕분에 기본적인 퀄리티가 어느정도 유지되었고, 잘못된 정보가 그다지 많이 생성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지금은 다릅니다. 이른바 “딸깍 AI” 시대에는 유사한 왜곡 정보와 가짜 콘텐츠가 무한히 생성될 수 있습니다. 이른바 ‘AI 슬롭(AI slop)’이라 불리는 현상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럴싸하지만 잘못된 정보와 콘텐츠’를 훨씬 더 자주 마주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정보는 어떻게 검증해야 할까요? 다시 AI에 물어보면 될까요? 그 왜곡을 만들어낸 주체에게 말입니다.
3. 진짜 전문가와 휴먼 프리미엄
이러한 환경에서 진짜 전문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됩니다. 이른바 ‘휴먼 프리미엄’입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지가 전문성을 판단하는 기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AI를 통해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입니다.
- 무엇이 맞고 틀린지 판단하는 능력
- 단편적 정보를 맥락으로 연결하는 해석력
- 결과가 아닌 과정을 이해하는 사고 방식
이러한 역량이 새로운 전문성을 정의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AI가 보편화될수록 오히려 ‘사람’의 가치가 더 부각된다는 것입니다.
- 충분한 검증을 거친 정보
- 실제 경험에서 나온 인사이트
- 맥락을 고려한 해석
-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
이 모든 요소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입니다.
결국 AI 시대의 프리미엄은 속도가 아니라 정확도와 신뢰에서 만들어집니다.
4. ‘가짜 전문가’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사실 가짜 전문가에 대한 문제는 AI 이전에도 존재했습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 언론 보도나 인터뷰, 외형적인 이력 등을 통해 누군가를 전문가로 인식해왔습니다. 즉, ‘검증된 전문가’라기보다 ‘노출된 전문가’를 신뢰해온 측면이 큽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AI 시대에 들어서며 더욱 확대된다는 점입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합니다. 그 데이터에는 검증된 정보뿐만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주장과 “자칭” 전문가의 의견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AI가 학습에 참고하고 있다고 알려진 Reddit, LinkedIn과 같은 플랫폼에는 수많은 인사이트와 함께 검증되지 않은 정보도 공존합니다. 이 정보들은 구분 없이 축적되고, AI는 이를 다시 정리하여 재생산합니다. 결국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고 AI가 이를 학습하여 재생산하는 구조 속에서 ‘가짜 전문성’이 반복적으로 강화됩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말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어냈는가입니다.
전문가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해당 전문가와 직접 협업해보지 않는 이상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깜깜이 정보 속에서 잘못된 전문가를 선택하고, 결과에 실망하며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재작업을 하거나, 심지어는 담당자의 잘못으로 보일까봐 숨기고 덮으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5. 브랜드비의 역할 - 브랜딩에 있어 신뢰의 기준을 만드는 일
전 분야에서 발생하는 AI 기반 왜곡 현상을 한 사람이 단기간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브랜딩’이라는 영역에서는 브랜드비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시작했기도 했고요.
브랜드비는 단순히 브랜드를 소개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브랜딩에 담긴 생각과 의도,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 참여한 주체를 함께 기록하는 아카이브입니다.
어떤 브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진화했으며,
누가 그것을 어떤 맥락 속에서 기획하고 디자인했는지.
이 정보를 축적하는 것은 단순한 데이터 수집이 아니라 전문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AI가 수많은 정보를 재구성하는 시대일수록, 신뢰할 수 있는 ‘검증된 데이터’와 ‘맥락’의 가치는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archiveB에는 브랜드를 만든 에이전시와 창작자의 크레딧 정보가 기록됩니다. 이 크레딧 정보는 원작자가 직접 인증함으로써 더욱 단단해 질 수 있습니다. (덧붙여, 크레딧 정보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싶은 것은 초기부터 가져온 꿈입니다! 지금은 일단 축적을 먼저 해야 하지만요.)
또한 Special Features를 통해 브랜드와 브랜딩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케이스 스터디를 리뷰하는 이유 역시 AI가 포착하지 못하는 맥락을 짚기 위함입니다. 매주 글을 쓰는 것은 버겁고, 때론 “딸깍 AI”가 생성한 글들이 더 많은 조회수와 좋아요를 받는 것을 보며 현타가 올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긍정 회로를 돌려보자면, 우리 브랜드비가 축적하는 정보와 콘텐츠를 AI가 학습해서 왜곡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궁극적으로 브랜드비는 브랜드를 만들고 진화시키는 과정과 방법, 스토리, 그리고 사람을 연결함으로써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증명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6. 속도와 분량이 아닌 기준의 경쟁
AI는 답을 빠르게 만들어냅니다.하지만 그 답의 신뢰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누가 더 빠르고 많은 정보를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느냐의 경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결국 사람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AI 시대의 프리미엄은 기술이 아니라 검증된 인간의 판단에 있습니다.
브랜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정보와 해석이 재구성되는 환경 속에서, 무엇이 사실이고 누가 그것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기준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브랜드비는 그 기준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브랜드와 결과,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사람을 연결하고,
검증 가능한 정보와 맥락을 축적함으로써
브랜딩 분야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되고자 합니다.
넘쳐나는 콘텐츠 속에서
무엇을 믿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