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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브랜드 심볼

AI는 본질적으로 '보이지 않는 기술'입니다.

언어 모델(LLM)의 추론 과정, 데이터의 흐름, 맥락의 이해는 사용자 눈앞에서 형태를 갖추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건 오직 결과뿐이죠.


그렇다면 AI 브랜드는 이 보이지 않는 과정과 성능을 어떻게 하나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형태가 과연 AI라는 기술에 적합하다는 확신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전 세계 AI 기업들은 기술의 성격, 인공지능의 태도, 사용자 경험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각기 다른 조형 언어를 선택해 왔습니다. 심볼은 더 이상 단순한 로고 요소가 아니라, AI가 어떻게 사고하고 작동하며 인간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지를 드러내는 핵심 언어가 되고 있습니다.

브랜드비는 대표적인 AI 브랜드들의 심볼을 일곱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각 브랜드가 선택한 조형 언어와 그 의미적 정합성을 함께 살펴보아요.






1. 소용돌이 형(Swirl)



대표 브랜드: OpenAI


소용돌이는 생성–학습–진화가 순환하며 스스로 확장되는 지능을 상징합니다.

OpenAI의 조밀한 곡선 구조는 기술적 신뢰성을 드러내며, 반복적 학습 기반의 ‘자기 진화(Self-evolving)’ 철학을 시각적으로 압축한 형태라고 할 수 있죠.


AI의 절대적 선두주자인 OpenAI의 영향력은 심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실제로 매우 많은 AI 브랜드가 유사한 소용돌이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이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X(옛 트위터)의 한 사용자가 "Why do all the AI logos look like buttholes? 왜 모든 AI 로고가 똥X처럼 보이는거죠?"라고 농담 섞인 트윗을 올렸을 정도죠.



*관련 글 읽어보기

<The AI boom is creating a new logo trend: the swirling hexagon> by FastCompany

<Why do all AI company logos look the same?> By Creative Bloq






2. 스파클 형(Sparkle)



대표 브랜드: Google Gemini


Gemini 심볼은 브랜드 네임과도 연결됩니다. Gemini는 '쌍둥이자리'를 뜻하는 별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별'이라는 단어는 모양이 다양한 탓에 혼동을 줄 수 있어, 이 유형을 '스파클'로 정의했습니다.

빛이 터지듯 확산되는 구조는 멀티모달 AI의 창조적 발화를 상징합니다. 다양한 데이터가 하나의 순간에서 연결되고 발현되는 이미지를 담고 있어, Gemini가 추구하는 탐색–발견–영감의 서사와 높은 정합성을 보입니다.






3. 회전 다면 형(Rotating Facets)



대표 브랜드: Perplexity


회전 다면 구조는 여러 정보 조각이 축을 중심으로 순환하며 가장 적합한 답을 선택하는 '정보 카루셀(Carousel)'을 상징합니다. 저와 같은 옛날 사람에게는 옛 슬라이드 영사기의 구조나 먼셀 색입체가 떠오르기도 하죠.

Perplexity가 지향하는 '이해 기반 탐색'의 철학을 가장 정확히 시각화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인터루프 형(Interloop)



대표 브랜드: Microsoft Copilot, Apple Intelligence


두 흐름이 서로 교차하며 연결되는 인터루프 구조는 Copilot이 추구하는 동반자적·보조적 AI의 성격을 표현합니다.

사용자와 AI가 함께 하나의 흐름을 완성하는 '협업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형태죠.





경쟁 관계에 있는 Apple 역시 유사한 인터루프 구조를 선택했는데, 이는 AI가 사용자 경험에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5. 오비탈 형(Orbital)



완결되지 않은 불규칙한 궤도를 그리는 오비탈 구조는 Grok의 반골적·예측불허적 성향을 상징합니다. 또한 모기업 xAI가 가진 우주적 세계관과도 직결됩니다.

초기 Grok 심볼은 단순한 '슬래시(/)' 형태로 코딩을 은유했으나, 이후 브랜드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6. 세포군(群) 형(Cell Cluster)



대표 브랜드: Cohere


유기적 타원들이 겹쳐 응집된 구조는 언어의 의미 단위들이 결합해 더 큰 체계를 형성하는 '의미적 일관성(Semantic Coherence)'을 시각화합니다.

생성보다 '의미 이해'를 우선하는 Cohere의 기술 철학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습니다.






7. 모노서클 형(Monocircle)



대표 브랜드: Meta AI


단일 원형으로 이루어진 Meta AI 심볼은, AI를 플랫폼 내부의 중립적·보편적 존재로 규정하는 Meta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어떠한 기능적 메타포도 사용하지 않은 비(非)메타포적 조형이라는 점에서 다른 AI 심볼과의 차별점이 뚜렷합니다.






기타. 구체적 메타포를 채택한 AI 심볼의 사례



대표 브랜드: DeepSeek


대부분의 AI 브랜드가 기하학적 은유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DeepSeek는 고래라는 구체적 실물 메타포를 선택했습니다. 고래는 심해를 탐사하는 존재로,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의 '심층 탐색'을 상징합니다.

후발주자였지만 저비용·고성능으로 시장을 뒤흔든 DeepSeek는, 심볼에서도 기존 AI 브랜드와 차별화된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 고래라는 생명체 메타포는 기술 중심 브랜드들 사이에서 강력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차별성이 신뢰와 리더십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하겠습니다.






국내 AI 브랜드의 전략은?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아직 두각을 나타내는 LLM 브랜드가 부족합니다.

최근 발표되는 대부분의 브랜드는 자체 모델이 아닌 AI 에이전트 브랜드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LLM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카나나 심볼 Before & After>


카카오의 AI 브랜드 카나나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초기에는 Gemini 유사한 스파클형 심볼을 사용했으나, 최근 둥글려진 사각형 두 개가 중첩된 형태로 리뉴얼됐습니다. OpenAI와의 협업 구도가 이를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추측됩니다.




<네이버 AI와 에이전트N 로고>


네이버는 비교적 일찍 자사 AI를 발표했지만 존재감이 미미했고, 최근 등장한 에이전트 N은 기존 네이버 AI와 다른 방향성을 보였습니다.

다만 이 심볼은 이미 타 분야의 여러 브랜드에서 쉽게 봐왔던 형태이기에, 네이버 자체의 AI 브랜드 전략이 더 세밀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무리하며


AI 심볼은 단순 그래픽이 아닙니다.

브랜드가 정의하는 인공지능의 방식, 사용자 경험의 방향성, 그리고 기술의 태도를 담아내는 핵심 언어입니다.



OpenAI는 진화하는 지능을, Gemini는 창조적 가능성을, Perplexity는 이해의 구조를, Copilot은 동반자적 협업을, Grok은 우주적 세계관을, Cohere는 의미의 조직화를, Meta AI는 중립성을 시각화했습니다.


그리고 DeepSeek는 고래라는 구체적 메타포를 통해 강력한 차별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보이지 않는 AI의 본질을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각 브랜드의 답이 바로 우리가 마주하는 다양한 AI 심볼의 형태이며, 그 조형 언어는 AI 시대 브랜드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이 일곱 가지 유형 중 미래 AI를 대표할 심볼은 무엇일까요?

흥미진진한 기술의 경쟁인 동시에 심볼 디자인의 경쟁이기도 합니다.

2025 D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