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호텔'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시나요? 호텔은 기본적으로 여행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죠. 또, 호텔업을 Hospitality(환대, 접대)라고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친절한 서비스가 필수 요소입니다. 그래서 호텔의 연상 이미지는 '일상에서 벗어난' '편안하게 휴식하는' '고급스럽게 대접받는' 등 긍정적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호텔'의 이미지를 차용한, 호텔이 아닌 호텔 브랜드를 살펴 보기로 해요.
1. Hotel Dawson 호텔 도슨
호텔 도슨은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디퓨저 브랜드입니다. 인기에 힘입어 디퓨저 뿐 아니라 바디 케어 제품, 생활 소품까지 제품 영역을 확장하여 뷰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브랜드 네임만 보면, 영국 어딘가에 있는 호텔의 라이센스 브랜드가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는데요, 토종 100% 한국 브랜드입니다. 물론 호텔을 운영하지도 않구요!
호텔 도슨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호텔은 언제나 고감도의 품질과 서비스로
현실에서 벗어나 여유와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신비롭고 새로운 경험이 가득한 열린 공간인 동시에
객실로 들어서는 순간 가장 개인적인
나만의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호텔도슨은 우리가 겪는 다양한 감정에 집중하여,
내면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경험과
일탈, 휴식을 선물하고자 합니다."
'호텔'이라는 업(業)이 가지는 기본적 이미지에 '도슨 Dawson'이라는 인명인지, 지명인지 알 수 없는 가상의 이름을 결합하여 판타지 브랜드를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Room No.792"와 같은 제품 명칭,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 클래식한 호텔 라운지를 구현한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소비자의 호기심과 구매욕을 자극하는 성공적인 브랜드가 되었죠.
개인적으로 호텔 도슨 브랜드를 봤을 때 떠오르는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줄거리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름다운 색감과 미술이 인상적이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죠. 특히 핑크색 호텔 건물은 주연 못지 않은 조재감을 과시했는데요, 호텔 도슨의 색감 및 스타일과는 차이가 있지만 왠지 모르게 연상이 되더라고요. (안 보신 분들께 추천 드려요. 눈이 즐거운 영화입니다.)
2. Davinci Motel 다빈치 모텔
잠깐, '모텔'과 '호텔'은 다르다고요? 그런데 '모텔'의 어원이 'Motor Hotel'인 것을 아시나요? 광활한 땅을 가진 미국의 경우 도시 간 이동 시 고속도로를 며칠 간 주행해야 할 정도로 거리가 먼데요, 모텔은 이런 고속도로 여행자들을 위한 주차장이 구비된 호텔을 말합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좀 다른 용도로 이용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호텔이 맞습니다.
다빈치 모텔은 '슈퍼콘서트' 시리즈로 유명한 현대카드에서 운영하는 융복합 문화 이벤트입니다. 기존 문화 이벤트가 단순히 뮤지션의 공연을 보는데 그쳤다면, 다빈치 모텔은 음악 뿐 아니라 예술, 학문, 기술, 경영 등 각 분야의 독보적 아이콘을 만나고 이태원 일대의 다양한 부대 공간을 이용 할 수 있다고 해요. 독특한 브랜드 네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어요.
"르네상스 당시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성을 뽐낸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와
고속도로를 달리던 서로 다른 사람들이 우연히 머물러 휴식을 취하던
1970~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의 모터호텔에서 행사명과 콘셉트를 착안했다"
르네상스 시대와 1970년대, 유럽과 미국. 이 전혀 다른 컨셉들이 만나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는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잠깐, 저 룸 키는 호텔 도슨에서도 보았던 것이 아닌가요? 호텔 컨셉에서 룸 키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상징적 요소인가 봅니다.
개인적으로 다빈치 모텔은 또 다른 문화적 아이콘 '호텔 캘리포니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생각하는데요, 연식이 좀 되신 분들에겐 너무나 친숙한 이글스의 명곡입니다.
색감이나 네온사인 이미지가 은근 비슷하지 않나요? 참고로 이글스는 매년 '호텔 캘리포니아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3. Hotel Chocola 호텔 쇼콜라
호텔 쇼콜라는 눈과 입이 즐거운 브랜드입니다. 영국의 프리미엄 초콜렛 브랜드인데요, 커피 원두처럼 초콜렛의 원료인 카카오 원두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직접 카카오 농장까지 운영하는, 초콜렛에 '진심'인 브랜드입니다.
호텔 쇼콜라 역시 '호텔'이 주는 이미지, 즉 현실에서 도피해 낙원에 온 듯한 느낌이 초콜렛을 먹었을 때와 같다고 생각해서 브랜드 네임을 호텔 쇼콜라로 지었다고 합니다. 초콜렛 단일 품목으로 영국에 126개, 전세계 4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2016년에 상장까지 했다고 합니다. 또한 초콜렛 구독 서비스(!!!)까지 운영하고 있다니 초콜렛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호텔 쇼콜라는 다른 '호텔' 브랜드들과 달리, 직접 호텔을 오픈합니다. 바로 카카오 농장이 있는 세인트루시아에 지은 호텔 Boucan by Hotel Chocolat인데요, 이 호텔의 식재료는 현지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하고, 카카오 열매 따기, 수제 초콜렛 만들기 등의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브랜드를 처음 만들었을 때 상상했던 이미지를 현실화했다고 할까요?
4. Hotel Tango 호텔 탱고
먼저 호텔 탱고의 빌보드 광고 이미지를 공유할께요. 브랜드 네임만 들었을 때는 남미의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의외로 광고나 제품은 굉장히 남성적이고 딱딱하죠? 브랜드 네임의 어원도 위의 세 '호텔' 브랜드와는 조금 달라요.
호텔 탱고는 군인 출신의 Travis Barnes가 설립한 양조장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네임은 NATO의 Phonetic Alphabet에서 유래했는데요, 아내인 Hilary의 H, 자신의 이름 Travis의 T를 뜻하는 단어가 바로 'Hotel Tango' 입니다.
NOTO의 Phonetic Alphabet은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약속한 규칙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정확한 알파벳 철자 확인 시 용이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발음 구분이 어려운 음절은 부연 설명을 붙이잖아요? 예를 들면 바다 '해'인지 지혜 '혜'인지 구분할 때 같이 말이죠.
개인적으로 호텔 탱고는 매우 재미있는 네이밍이라고 생각해요. 간접적으로 군인 출신인 창업자의 아이덴티티가 표현되기도 하고요.
술병 형태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그리고 제품 명칭 및 광고 카피도 주목하세요. 창업자의 아이덴티티가 물씬 풍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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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펴 본 '호텔'이 아닌 4 개의 '호텔' 브랜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뭔가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가 필요하다면 '호텔'의 이미지와 경험을 차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어디에 있는 호텔인데?' 라는 일부 소비자의 반응은 일단 각오를 해야 하고요, 또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위해서는 제품, 서비스, 공간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인 브랜딩이 필요해요.
호텔도 5성급부터 1성급까지 다양하게 있잖아요? 당신의 브랜드가 1성급이 될지, 5성급을 넘어 7성급 호텔이 될지는 브랜딩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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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