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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언트를 위한 브랜딩 용어 설명서 - 로고 디자인 편

외국어를 자주, 많이 쓰는 산업 중 하나가 브랜딩 업계가 아닐까 싶어요. '브랜드'라는 말 자체도 외국에서 유래되었고, 브랜드 전문 개발 에이전시도 해외 사례를 보고 우리나라에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브랜드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옛날(저의 라떼 시절보다 더 오래된 시절입니다)에는 가까운 나라 일본의 영향을 받아 CIP(Corporate Identity Program)란 용어를 쓰기도 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옛날 용어는 한자 번역 단어가 많아요. 저의 라떼 시절에는 미국 브랜딩 에이전시가 핫해지면서, 사용하는 용어도 점점 영어로 바뀌었어요. 그런데 이 용어라는게 저희는 매일 사용하다 보니 너무나 당연하게 대화에 섞어쓰게 되는데요, 클라이언트 분들은 거의 처음 접하는 용어이고, 대충 의미는 알지만 명확한 차이는 구분하지 못해서 많이 어려워하세요.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의 소통 중 가장 빈번히 오류가 발생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말이죠, 클라이언트가 "우리는 로고?심볼? 아무튼 디자인이 심플하고 색상으로 포인트를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의견을 주었는데, 디자이너는 이 말을 듣고 미니멀한 기하학적 형태의 심볼을 디자인해서 보여줍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클라이언트는 워드마크 형태의 디자인을 원했던 거예요. 네? 무슨 소린지 잘 이해가 안된다고요? 그렇다면 반드시 아래의 용어 설명을 읽어보셔야 합니다.




1. 로고, 심볼, 워드마크


사실, 이 3개만 구분하면 이야기는 끝납니다. 원래는 모두 뒤에 Mark를 붙이는데요,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시에는 축약해서 말해요. '워드마크'는 축약하면 다른 의미로 오해가 되니까 그대로 말하고요.

가장 큰 개념은 '로고'예요. CI, BI 디자인 = 로고 디자인 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로고의 구성 요소가 바로 '심볼'과 '워드마크'인데요, 어떤 로고는 심볼만으로 구성되고, 어떤 로고는 워드마크로만, 또 어떤 로고는 심볼과 워드마크가 결합된 형태로 디자인돼요. 그래서 각각의 경우마다 로고=심볼, 또는 로고=워드마크 이런 식으로 치환이 일어나서, 처음 접하는 분들은 이게 무슨 소리야?!가 되는 것이죠. 여기에 '시그니처 Signature'라는 개념이 더해지면 혼돈의 카오스가 됩니다.




2. 시그니처

시그니처는 사전적으로는 '서명, 낙관'의 뜻이 있는데요, 브랜딩에서는 '조합'의 의미에 더 가까워요. 심볼과 워드마크로 구성된 로고 디자인의 경우, 심볼의 위치를 좌우/상하 로 변동시킬 수 있는데, 이런 경우의 수를 정의하기 위해 시그니처란 용어를 씁니다.


1번과 2번을 조합한 설명이 바로 아래 이미지예요.







  • 로고/로고마크 = CI, BI 디자인의 총칭, 시각적 상징물
  • 심볼/심볼마크/심볼로고 = 그림으로 된 상징물
  • 워드마크/로고타입 = 글자로 된 상징물
  • 시그니처/시그니처 조합 = 심볼과 워드마크의 결합 방식



다음은 구성 요소 별로 나뉘는 로고의 종류에 대해 알아볼께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표현 방법에 따라 총 7가지로 나누기도 하는데요, 저는 5가지만 얘기할꺼예요.




3. 심볼마크 : 글자 없이 그림으로만 디자인된 로고


가장 대표적인 심볼마크 사례를 모아봤어요. 무슨 브랜드인지 다 아시죠?

어떻게 보면 심볼마크는 모든 브랜드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어요. 충분한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졌기에 별도의 설명 없이 시각적 상징물 하나만으로 브랜드를 알 수 있죠. 많은 클라이언트 분들이 브랜딩을 통해 이렇게 되고 싶다고 말씀하시는데요, 사실 디자인 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예요. 브랜드란 총체적인 경험의 집합체이자 결과물이니까요. 그래도 브랜드 디자인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대표 사례로 종종 언급되고 있죠.





4. 워드마크 : 글자로만 디자인된 로고


워드마크 디자인의 대표 사례입니다. 코카콜라처럼 개성있는 글자체를 쓸 수도 있고, 구글이나 소니처럼 가독성 높은 일반적인 글자체를 쓸 수도 있어요. 워드마크 형태의 로고는 시각적인 인상이 글자체와 색상에 좌우되기 때문에 서체 디자인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됩니다. 많은 브랜딩 에이전시들이 서체 개발 회사와 협업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얘기 나온 김에 하나 더 설명할께요.





4-1. 전용서체 :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를 위해 디자인된 서체

전용서체는 영어로 Bespoke Typeface 또는 Custom Typeface 라고 하는데요, 사실 이 Bespoke라는 단어가 꽤 난이도가 높아요. 최근 삼성에서 출시한 가전 제품 덕에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삼성플라자에 가서 '비트코인 보여주세요'라고 했다는 웃픈 실화가 있듯이 이 용어는 커뮤니케이션 시에는 사용할 수 없는 단어예요. 그래서 브랜딩 업계에서는 특이하게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또 Typeface라는 단어 역시 좀 많이 생소하거든요. 클라이언트 불문으로 Bespoke Typeface를 말하려면 십중팔구 혀가 꼬인다고 하십니다.

우리에게는 현대카드 사례로 너무 유명하죠? 현대카드처럼 전용서체를 개발해서 로고 디자인에 적용할 수도 있고요, GE 사례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로고에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슬로건이나 하위 계열사 명칭 표기에 사용하고 있어요. 이 외에도 꽤 많은 브랜드들이 로고 디자인 개발과 함께 전용서체를 만들고 있어요. 전용 서체 개발이 트렌드를 넘어 기본적인 핵심 요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5. 콤비네이션 마크 : 심볼과 워드마크로 구성된 로고


사실 콤비네이션 마크는 잘 안 쓰는 용어예요. 단어가 길기도 길거니와 로고 디자인의 표준처럼 인지되고 있기 때문이죠. 아직도 많은 분들이 브랜드 네임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차별화되는 꾸밈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거든요. 그래서 콤비네이션 마크는 '로고'로 대치되어 사용되는 경향이 많아요. 마이크로소프트 사례처럼 심볼과 로고타입이 분리되어 사용되는 형태도 있고요, 팸퍼스나 HP, 세일즈포스처럼 분리되지 못하는 형태도 있어요. 형태의 다양성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으니까 넘어가도록 할께요.






6. 모노그램 : 이니셜 글자를 합쳐서 만든 시각적 상징물


여기서 난이도가 점점 올라갑니다.

위의 이미지만 보시면 '심볼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맞아요. 모노그램도 심볼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어요. 다만, 위에 제가 설명한 바로는 심볼은 '그림'으로 디자인한 로고이고, 모노그램은 '글자'로 디자인한 로고인 점이 달라요. 그런데 왜 심볼로 볼 수 있냐고요? 모노그램은 '글자'에서 출발했지만 결과물이 직관적으로 '글자'라고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글자를 그림처럼 디자인한 로고이기 때문에, 심볼로 인지해도 무방하다는 거죠.

그럼 같은 글자로 구성된 워드마크와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모노그램은 다른 용어로 '레터마크 Letter Mark'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낱글자 Letter와 단어 Word의 차이가 둘을 구분짓죠. 그런데 브랜드 자체가 이니셜 조합으로 된 경우가 있잖아요? IBM이나 NASA처럼 말예요. 이 경우는 모노그램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워드마크로 보는 사람도 있어요.

위에서 힘들게 심볼과 워드마크를 구분했는데, 이 모노그램이란 녀석이 그 기준을 무너뜨리고 있지 뭐예요. 그래서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만약 브랜드 네임이 너무 길거나 읽기 어려운 경우라면, 모노그램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어요. 브랜딩 에이전시에 "우리 브랜드 네임의 이니셜을 조합해서 독특한 로고를 만들어주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모노그램 만들어주세요"라고 이야기해 보세요. 훨씬 간단 명료하고 있어보이지 않나요?






7. 엠블렘 : 프레임 형태로 디자인된 로고


엠블렘 역시 모노그램처럼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녀석이예요.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심볼 같기도 하고, 모노그램 같기도 하고, 콤비네이션 마크 같기도 하죠? 공통점은 모두 어떤 틀, 즉 프레임 Frame안에 브랜드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예요. 그런데 어떤 엠블렘은 프레임이 없는 것도 있어요;;; 이봐, 말이 다르잖아? 라며 짜증낼 수도 있는데요, 통상적으로 프레임이 있으면 엠블렘으로 보시면 됩니다. 엠블렘의 장점은 프레임이란 특징 때문에 의류나 뱃지로 만들기가 좋아요. 현장에서 많이 보이는 로고 디자인 오용 사례 중 하나가, 로고 주위에 흰색 테두리를 치는 것인데요, 엠블렘은 디자인 자체가 그 흰색 테두리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면 돼요.

사실 실생활에서 엠블렘이라는 용어는 '창립 40주년 엠블렘'처럼 특정 이벤트 성으로 만든 로고 디자인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CI로고나 BI로고와 다른 로고 디자인을 통칭하는 것이죠. 굳이 용어 정의 및 의미 구분에 연연하기보다는, 원하는 로고 디자인의 형태를 설명하기 편하게 도와주는 보조적인 요소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8. Primary Identifier : 로고가 여러 개일 때 우선 순위를 정하는 방법

이 용어는 설명을 할까 말까, 잠깐 고민했어요. 위에서 이야기한 Bespoke Typeface보다 훨씬 혀가 꼬이는 단어이고, 열이면 열, 못알아 듯는 용어이기 때문이죠. 제가 아는 동종 업계 분은 클라이언트에게 있어보이기 위해 일부러 이 단어를 사용하는데요, 혀가 꼬이면 P와 F 발음이 뒤바꿔서 엉망진창이 되버리기 쉽상이거든요. 그런데, 다행히도 단어 자체를 이해 못해서 틀린 부분을 캐치하지 못한다는 웃픈 현실이... 단, 외국인과 소통할 때는 주의를 요합니다.

Primary Identifier는 주로 디자인 전략을 설명하거나, 디자인 가이드라인에서 등장해요.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로고를 구성하는 요소가 심볼, 워드마크가 기본적으로 있고, 다양한 시그니처 조합이 만들어질 수 있거든요. 또 요즘은 로고 외에도 그래픽 요소 - 패턴, 일러스트, 캐릭터 등등 다양한 시각적 브랜드 요소를 사용하는 추세예요. 다다익선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많으면 많을수록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은 떨어지기 마련이거든요. 특히 신생 브랜드가 욕심 부려서 이것 저것 다 만들고 동시에 노출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게 도대체 뭐야?'라고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시각적 요소 중 우선 순위로 사용할 것과 차선으로 사용할 것을 정의하는 것이 바로 Primary Identifier예요.

위의 예시 이미지를 보시면 구글은 워드마크 타입의 로고를 메인으로 사용하되, 공간의 제약이 있는 환경에서는 별도의 G심볼을 사용하고 있어요. 워드마크가 Primary Identifier고, 심볼이 Sencondary Identifier라고 볼 수 있죠. 스타벅스의 경우, 머메이드 심볼이 Primary Identifier고, 이름을 표기한 워드마크가 Secondary Identifier로 볼 수 있죠.

Primary와 Secondary를 구분하는 정답은 없고요, 각각의 브랜드 상황과 전략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게 돼요. 스타벅스 초기에는 심볼만 사용하지 않았어요. 브랜드 인지도가 충분하고, 머메이이드 심볼이 널리 알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당당히 브랜드 네임이 없는 머메이드 심볼이 Primary Identifier로 자리매김한 것이죠.

로고 사용의 우선 순위를 정의한다는 게 별 것 아닌 것처럼 느끼실 수 있는데요, 브랜드가 커지고 외주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록 꼭 필요해요. 외주 제작업체는 아무래도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개인적인 선호도나 편의성 기준으로 로고를 골라 쓰기 마련이예요. 일관된 브랜딩을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이상, 브랜드 로고 디자인과 관련된 8개의 용어에 대해 알아봤어요.

훈민정음 게임을 한다면 십중 팔구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사람이 바로 저희 브랜딩 에이전시예요. 가급적이면 우리말을 사용하고 싶은데,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써온지라 바꾸기가 쉽지 않네요. 또, 우리말로 바꾸면 재차 설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해서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기도 해요. 용어라는 것이 소통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위한 것이니, 기본적인 용어는 서로 이해하고 출발한다면 훨씬 효과적인 브랜딩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클라이언트 분들은 위의 용어만 알고 계셔도 허세 부리는 거품 낀 에이전시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2022 J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