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중국 진출이 엄청나게 붐이었던 때가 있었죠. 글로벌을 지향하는 브랜드는 너나 할 것 없이 중국어 네임을 만들었고, 국내 브랜딩 에이전시 중에는 중국에 지사를 낸 곳도 있었어요. 내노라 하는 글로벌 유명 브랜드 에이전시들도 중국에 오피스를 내지 않은 곳이 없었구요.
또, 한 때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 붐이 일었을 때는 중국 기업들이 우리나라 브랜딩 에이전시에 브랜드와 디자인 개발을 의뢰하기도 했어요. 우리나라 브랜딩 실력을 인증받은 것 같아 간접적으로 으쓱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최근 몇 년은 한국과 중국의 연결고리가 뚝 끊어진 것 같아요.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을테고, 폐쇄적이고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것, 그리고 중국 소비자들이 '애국 소비'로 트렌드 변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안그래도 중국의 브랜딩 소식은 언어와 검색의 장벽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았는데요, 요즘은 정말 우리와 동떨어진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핸스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종종 중국 브랜딩 에이전시의 작품이 눈에 띄이고 있어요.
이번 글에서는 브랜드비가 그동안 수집한 중국의 브랜딩 에이전시들에 대해 소개합니다. 정보 수집의 한계로 소개하는 에이전시들이 중국 내에서 얼마나 인지도가 있는지, 역사와 규모가 어떠한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브랜드비가 모르는 유명 에이전시가 훨씬 더 많을 것이예요. 다만 간접적으로나마 중국 브랜딩 에이전시들을 살펴보고, 중국에 대한 선입견을 덜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브랜딩 에이전시들도 훌륭하고 잘 하는 곳이 많지만,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브랜딩과 디자인을 보면 조금 경각심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총 9개의 에이전시를 소개하고요, ABC 순으로 나열했습니다. 글로벌 브랜딩 에이전시의 중국 오피스는 생략했어요. 순수 중국 브랜딩 에이전시들입니다.
1. A Black Cover Design (베이징, LA)
A Black Cover Design는 베이징 기반의 브랜딩 에이전시입니다. 약칭은 ABCD를 쓰고 있어요. LA에도 오피스가 있는 것을 보면 유학파 디자이너가 설립한 에이전시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이어서 소개드릴 에이전시들과 마찬가지로 패키지 디자인에 강점을 보이는 것 같아요.
2. CH-LAB (닝보,항저우,상하이)
CH-LAB은 역시 브랜딩과 패키지 디자인 사례가 많은데요, 간간이 제품 디자인과 UIUX 프로젝트가 눈에 띄입니다.
3. DXD Design (선전)
DXD Design은 선전에 위치한 에이전시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한자 로고 디자인을 참 잘 하는 것 같아요.
4. Eight (홍콩,도쿄)
Eight는 홍콩에 위치한 브랜딩 에이전시입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에이전시들보다 연식이 있는, 중견 에이전시인 것 같아요. 캐세이 퍼시픽, 신텐디 등 유명한 브랜딩을 많이 했더라고요. 포트폴리오는 부동산과 호스피탈리티(호텔) 분야에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남산스퀘어' 브랜딩이 눈에 띄였어요.
5. LowKey (상하이)
LowKey는 비핸스로 접하게 된 에이전시인데요,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특히 우리나라였다면 제작단가 이슈로 시도하지 못했을 패키지 디자인이 많아요.
6. Meat Studio (베이징, 토론토)
Meat Studio 역시 유학파 디자이너가 설립한 에이전시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픽셀로 표현한 베이징의 편의점 브랜드, GoGo로 알려져 있습니다.
7. Pocca (상하이)
Pocca는 비교적 최근인 2020년에 설립된 에이전시입니다. 타이포그래피 중심의 브랜딩 작업이 많이 보입니다.
8. Toby-Ng Design (홍콩)
Toby-Ng Design은 영국 세인트마틴 출신 디자이너인 Toby-Ng이 설립한 에이전시입니다.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유럽 느낌의 디자인이 많은 것 같아요.
9. UDL (베이징, 선전)
UDL은 United Design Lab의 약칭입니다. 패션과 뷰티 분야의 포트폴리오가 많습니다.
이상으로 9개의 중국 브랜딩 에이전시들을 간단히 살펴봤는데요, 일부 에이전시를 제외하고 비슷한 성향의 디자인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중국에서 북유럽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에이전시들의 포트폴리오들도 북유럽 스타일이 많은 것 같아요.
또 제조 강국인 중국 답게, 다양하고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이 많이 보입니다. 과대포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복잡한 지기구조의 사용, 독특한 소재 및 가공 기법, 화려하고 디테일이 많은 패키지 디자인이 인상적이예요.
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인구가 많아서인지 금손 디자이너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디테일도 그렇고, 작업량도 어마어마해요.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엄청난 목업 & 포트폴리오 촬영 이미지들 때문에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려야 해요.
이런 분들에게 중국 브랜딩 에이전시를 살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다양한 한자 디자인 로고를 살펴보고 싶다.
- 색다른 지기 구조, 소재 등을 사용한 패키지 디자인을 살펴보고 싶다.
- 있어 보이는 목업 이미지 또는 포트폴리오 촬영 이미지를 살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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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평소 중국의 디자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셨나요?
한가지 분명한 것은, 더 이상 중국의 기업들이 한국의 에이전시에게 브랜딩을 의뢰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역으로 중국 에이전시에 한자 로고나 패키지 디자인을 의뢰할 한국 기업들이 있을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