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네이밍 트렌드 중 하나였던 ‘업종 표현어’를 떼고 '기업 비전 또는 가치'를 표현하는 사명 변경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사명을 변경한 두산중공업이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새로운 사명인 ‘두산 에너빌리티 Enerbility’는 'Energy'와 'Sustainablitiy'를 결합한 네임으로 에너지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또다른 사례로는 ‘아주 컨티뉴엄 Continuum’으로 사명을 바꾼 ‘아주 호텔&리조트’가 있습니다. 기존 전문분야인 호스피탈리티 사업 뿐 아니라 투자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기존 사명이 ‘무엇을 하는’지를 표현했다면, 새로운 사명은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표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트렌드라고 해서 무조건 업종표현어를 떼고 가치 표현어로 바꾸는 것이 정답일까요?
가치 표현어는 업의 경계가 사라지는 요즘 시대에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으로 확장하기에 용이하지만, 반대로 이 기업이 무엇을 ‘중점적으로’ 하는지, 무엇을 ‘잘’ 하는지를 전달하기에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차별화가 어렵습니다.
위의 3개 회사가 각각 어떤 회사인지, SK그룹 내에서 어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지 구분이 가능할까요?
개별적으로 본다면 모두 좋은 의미를 가진 새로운 네임입니다만, Eco – Geo – Earth 모두 ESG와 연관된 키워드로서 유사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차이점을 알기 쉽지 않습니다. 나름 브랜드 전문가로 자부하는 저로서도 기존 사명과 바뀐 사명과의 매치가 잘 안되더라고요.
‘연결하다’라는 의미의 ‘커넥트 Connect’는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네요.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에 ‘Connect’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사명은 CI, 즉 Corporate Identity의 시작이자 근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명 변경은 기업의 정체성을 고려하여 신중히 검토되어야 합니다.
빈번하게 사명을 변경하는 기업의 대부분이 경영권 분쟁이나 사업 부진, 경영 악화 등으로 정체성의 혼란이 생긴 경우입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더 이상 설탕만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지 않는 종합 식품기업이지만 여전히 ‘제당’이라는 업종표현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트렌드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반영할 필요는 없고, 장단점을 면밀히 살펴 본 후 기업의 정체성과 대내외 상황에 맞는 전략적 의사 결정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