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에이전시 업계에서 미드레벨 디자이너의 채용난은 오래된 숙제입니다.
정말 미드레벨 디자이너는 전설 속 ‘유니콘’처럼 희귀한 존재일까요?
먼저, 미드레벨 디자이너의 정의부터 살펴볼께요.
미드레벨 디자이너란?
일반적으로 미드레벨 디자이너는 경력 3~5년 차를 의미합니다. 물론 업계나 회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대체로 아래처럼 정리할 수 있어요.
- 주니어(Junior) 디자이너: 0~2년 차
- 미드 레벨(Mid-level) 디자이너: 3~5년 차
- 시니어(Senior) 디자이너: 6년 차 이상
어떤 회사는 미드 레벨을 4~6년 차로 보기도 하고, 시니어를 7년 차 이상으로 보기도 합니다.
경력 외에도 프로젝트 주도 경험, 문제 해결 능력, 팀 협업 스킬 등을 함께 평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은 이미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기본적인 디자인 스킬과 협업 능력을 충분히 갖추었고, 동시에 디렉터 또는 시니어 디자이너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돕는 ‘중간 허리’ 역할을 수행합니다. 즉,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소화하면서도 팀과의 소통에 유연한, 실무와 기획의 균형을 잡아주는 존재입니다.
왜 이렇게 찾기 어려운 걸까요?
1.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미드레벨 디자이너는 업무에 바로 투입이 가능하고, 시니어보다는 연봉 부담이 덜하기에 에이전시 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눈독을 들입니다. 결과적으로 늘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구조가 반복될 수 밖에 없죠.
2. 높은 이직률
이 경력대의 디자이너는 더 좋은 기회와 조건을 찾아 이직하거나,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이전시의 짧은 프로젝트 주기와 높은 스트레스 환경도 이를 가속화합니다.
3.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하는 에이전시 선호 특성
에이전시는 짧고 빠른 프로젝트 주기 동안 다양한 클라이언트 요구를 소화해야 합니다. 당연히 일정 기간 교육과 적응이 필요한 신입보다는 바로 투입 가능한 미드레벨 디자이너를 선호할 수 밖에 없죠.
4. 세계적 공통 현상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드레벨 디자이너 부족은 디자인 업계의 오랜 고민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해요. 정확히 분석해 보지는 않았지만, 제가 본 해외 에이전시 채용 공고의 대부분이 미드레벨 디자이너에 집중되어 있었어요.
디자이너와 에이전시의 수요-공급 미스매치
사실 미드레벨 디자이너 부족 현상의 이면에는 디자이너와 에이전시의 상호 수요-공급 미스매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에이전시는 빠르게 변화하는 프로젝트와 다양한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소화하기 위해, 즉시 투입 가능한 미드레벨 디자이너를 원합니다. 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디자인 스킬을 넘어, 빠른 문제 해결력과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역할 수행입니다.
반면, 많은 디자이너들은 안정적이고 일관된 성장 경로를 중시합니다. 인하우스에서 브랜드를 깊이 이해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하거나, 일정과 프로젝트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프리랜서로 전환하는 경우도 늘고 있죠. 또한 인하우스에서의 연봉과 복지가 더 좋은 경우가 많아, 에이전시의 채용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결국, 에이전시는 바로 실전 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디자이너는 안정적이고 일관된 성장을 추구하며, 양쪽의 기대가 자연스럽게 어긋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에이전시의 미드레벨 디자이너 채용난, 대안은 없을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대안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첫째, 디자이너를 머무르게 하라
주니어 디자이너를 미드레벨로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는 이들이 성장하면 곧바로 이직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미드레벨로 성장한 디자이너를 에이전시에 붙잡아둘 것인가”가 더 큰 과제라고 할 수 있어요.
- 장기적인 성장 비전을 공유하고, 단순히 ‘일꾼’이 아닌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성과와 기여에 대한 인정을 강화하고, 단기적인 연봉 인상뿐 아니라 디자이너가 여기서 계속해서 의미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외부 인재를 스카웃하라
에이전시 외부의 미드레벨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물론, 이 경력대의 디자이너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렵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현실은 여전하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한 적극적인 영입 활동을 병행해야 합니다.
- 업계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직무 중심의 맞춤형 채용 공고를 운영하는 등, 타겟 채용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 브랜드비는 너무 잘 알고 있어요! 특히 소규모 에이전시에게는 브랜딩 프로젝트 진행과 채용을 병행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요. 그래서 인스타그램 무료 채용 공고 게시를 하고 있습니다만, 단순 게시 만으로는 여전히 채용이 쉽지 않아요. 미드레벨 디자이너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매력적인 채용 조건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 또 외부 인재 채용 시 단순 직책이나 이력만을 보지 않고, 실제 작업물과 문제 해결 능력을 확인하는 방식의 채용 프로세스를 강화해 ‘진짜 미드레벨’을 찾는 것도 중요해요.
셋째, 유연한 채용 및 협업 구조를 마련하라
부족한 미드레벨 인재 채용이 어렵다면, 프리랜서나 계약직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체계화하는 방식도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 외부 인재를 단순히 ‘보조 인력’으로 보지 않고, 프로젝트 단위로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 *앞으로 브랜드비의 개인 회원 기능이 활성화되고,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가입해 데이터가 누적되면, 검증된 실적 기반의 인재 검색과 협업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향후에는 프로젝트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내부 인력의 부담도 현명하게 조율할 수 있는 유연한 협업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브랜드비 회원 가입하기
미드레벨 디자이너 여러분, 인하우스로의 이직을 고민 중이신가요?
에이전시에 남는 선택도 다시 한 번 고려해 보세요.
많은 미드레벨 디자이너들이 안정적인 인하우스 환경을 꿈꾸지만, 그곳에도 뜻밖의 단점이 있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이 길고 복잡해서 디자인보다 회의와 승인 절차에 지쳐버리는 경우가 있고, 사내 정치 이슈로 창의적 에너지가 분산되기도 하죠.
게다가 한 번 인하우스로 이직하고 나면, 다시 에이전시로 돌아오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에이전시 입장에서는 빠른 프로젝트 적응력과 다양한 산업 경험이 중요한데,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한정적인 인하우스의 경험이 에이전시 업무 적응에 바이어스로 작용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반면 에이전시에 계속 머무르면, 빠른 업무 흐름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 실무 감각을 날카롭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여러 산업과 클라이언트를 경험하면서 디자이너로서의 시야도 넓히고 문제 해결력도 키울 수 있죠. 물론 쉽지만은 않지만, 그만큼 진정한 실력과 내공을 쌓아가는 기회가 되는 셈입니다.
마무리하며
이 문제는 예전부터 있어왔고, 앞으로도 쉽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드레벨 디자이너는 여전히 중요하고 귀한 존재이고, 에이전시와 디자이너가 서로의 기대치를 조율한다면, 이 ‘유니콘 찾기’도 언젠가 조금은 수월해질지도 모릅니다.
미드레벨 디자이너가 에이전시에 남든, 인하우스로 가든, 아니면 프리랜서로 독립을 하든,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을 명확히 하고, 그 안에서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일 아닐까요?
에이전시도 이를 고려한 셀프 브랜딩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클라이언트 뿐 아니라 동료 디자이너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우리 회사만의 아이덴티티를 고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