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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코트 브랜딩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캐릭터 디자인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척 친숙하게 여기고 생활화 되어 있는데요, 이에 비해 서양 문화권에서는 유아나 어린이 대상으로 한정짓는 경향이 있어요. 브랜드 로고를 아카이브하면서 살펴봐도 올림픽 같은 스포츠 이벤트나 식품 카테고리 외에는 캐릭터를 개발한 디자인을 찾아보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최근 해외에서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한 브랜딩 사례가 종종 눈에 띄어 이번에 모아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용어와 관련하여 부연설명 드리자면, 우리나라에서는 '캐릭터'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지만 해외에서는 '마스코트 Mascot'가 사용되고 있어요. (아무래도, 영어 단어 Character가 다른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니까요.) 그래서 이번 글의 제목도 마스코트 브랜딩으로 명명했습니다. 참고로 저희 archiveB에서는 '캐릭터' 카테고리로 통합해서 정리했으니, 추후 더 많은 관련 브랜드를 살펴보실 때 '캐릭터'로 필터링하시면 됩니다.




1. 마스코트를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로 전환, Glitter



Glitter는 특정 구역을 청소해주는 서비스입니다. 공동구매 형식으로 정기적으로 집 주변을 청소할 수 있다고 해요. 스타트업 답게 초기 로고 디자인은 굉장히 아마추어틱하죠? 초기 로고에도 쓰레기통 마스코트를 사용하긴 했는데요, 직관적으로 청소 서비스임은 알 수 있지만... 그다지 이용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예요.

리브랜딩에서는 가장 먼저 마스코트를 교체하는 것을 검토했습니다. 쓰레기통이 아닌 다양한 마스코트 시안이 검토되었는데요, 최종 결정된 것은 귀여운 너구리였습니다. 선정된 너구리 마스코트에 맞춰 워드마크 로고 디자인과 디자인 시스템이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광고 디자인 시안만 보아도 마스코트의 중요성을 알 수 있어요. 만약 위 이미지에서 너구리가 아닌 쓰레기통 이미지나 환경미화원의 사진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순식간에 정부의 "쓰레기를 줄이자" "자기 집 앞 청소하기"와 같은 공익 캠페인이 되어 버릴 것이예요.

'청소'와 '쓰레기 버리기'는 생활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행위이지만, 필연적으로 '더럽다'라는 연상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마스코트는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 브랜드 중에도 '크린토피아'나 '청소연구소'가 캐릭터를 함께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그런데 잠깐, 왜 캐릭터가 모두 여성일까요? 슬슬 현대의 성인지감수성을 반영할 때도 된 것 같은데요...)




2. 어려운 기술을 부담없이 접근하도록, Vanta



Vanta는 글로벌 사이버 보안 기업입니다. 사이버 보안은 분야가 워낙 방대하고 복잡해서 이정도로만 설명할께요.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사이버 보안 기업의 브랜딩은 일반적으로 '첨단' '신뢰' '안정' 등의 키워드가 메인이고, 따라서 로고 디자인도 특정 스타일- 사이버, 퓨처리스틱 같은-을 갖게되는 경향이 있어요. 대부분의 로고 디자인이 산세리프 서체의 반듯한 워드마크, 추상적인 심볼, 차가운 블루나 형광 그린과 같은 디지털 색상을 지니고 있죠.


그런데 Vanta는 독특하게도 리브랜딩을 하면서 마스코트를 도입했어요. 나름 엄청난 파격이예요!

사이버 보안 업계 사람이 아닌 일반인은 절대 Vanta가 사이버 보안 기업임을 알 수 없을 것이예요. 어떻게 보면 업종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확실히 차별화는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Vanta의 마스코트를 보고 갸우뚱했는데요, 디자인이 적용된 것을 살펴보니 호감으로 변했어요.



비록 대부분의 사이버 보안 기업이 B2B이지만, 어떻게 보면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이기도 해요. 제품이나 기술을 직접 써보기 전에는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처음 알아볼 때는 브랜드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기반으로 찾게 되죠. 만약 여러분이 기업의 IT보안 담당자라면 위의 광고 이미지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 것 같나요? 천편일률적인 사이버 보안 기업 중에 확실히 기억되지 않겠어요?

혹시 장난스럽고 가벼운 기업으로 오해하면 어떡하냐고요? 저는 오히려 Vanta의 자신감을 느꼈어요. 원래 진정한 전문가는 어려운 내용도 쉽게 설명해 주는 사람이거든요. (앗, 요즘 글이 어렵다는 평을 듣는 저는 반성해야 겠습니다...) Vanta의 웹사이트를 보면 귀여운 라마 마스코트와 함께 "We talk compliance in your language"라는 메세지가 있어요. 왜지 친절하게 잘 설명해줄 것 같고,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해 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듭니다.




3. 평범함을 유쾌함으로, Top of the Mornin'



브랜드비 뉴스레터에서 언급했던 브랜드예요. 유명 아이리쉬 유튜버 Jacksepticeye(잽셉틱아이)가 만든 커피 브랜드인데요, Jacksepticeye의 인트로 대사가 "Top of the morning to ya laddies!"로, "좋은 아침"이라는 뜻의 아일랜드 인삿말이라고 해요. 창업자의 아이덴티티를 살린 브랜드 네임이지만, 초기 로고 디자인은 정말 평범하기 짝이 없어요. 요즘 동네 카페도 저런 디자인을 채택하지 않을 겁니다. 전문가의 손길로 다시 태어난 로고 디자인은 귀여운 해 마스코트가 추가되었어요.



아침해를 형상화한 해 마스코트는 일견 흔히 보이는 평범한 캐릭터 디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모션 그래픽을 보면 그 생각이 달라지실 거예요. 익살스러운 표정과 제스처가 묘하게 창업자와 싱크로 되더라고요. 네잎 클로버나 무지개 등의 보조 캐릭터 역시 창업자의 정체성인 아일랜드의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잠깐, 여기서 창업자 Jacksepticeye가 어떤 분야의 유튜버일까요? 아마 대부분 추측하셨을 겁니다. 바로 게임 유튜버예요!

사실 게임 유튜버가 만든 커피 브랜드에서 커피 전문성을 얘기해봤자 별 설득력이 없습니다. 메인 고객은 2800만이 넘는 유튜브 팔로워들이고, 그들은 팬심으로 제품을 구매할 것이예요. 유쾌한 마스코트 도입이 이번 리브랜딩에서 신의 한수인 이유입니다.




4. 철지난 유행도 되살리는, WalkieTalkie



WalkieTalkie는 음성기반 SNS 앱입니다. 한때 엄청나게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음성기반 SNS, 기억하시나요? 초대장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를 비롯하여 10개월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카카오의 '음' 등이 있어요. 비록 그 인기가 순식간에 사그러들어 '한물 간' 이미지로 퇴락해버렸지만, 음성을 통한 소통 방식은 계속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WalkieTalkie 역시 당시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브랜드 네임 자체가 '음성 기반'이라는 정체성을 뗄레야 뗄 수 없는 옛날 무전기의 이름을 채용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트렌드 키워드인 '음성기반 SNS'와 '레트로'를 동시에 반영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트렌드를 반영한 브랜드는 그 트렌드가 사라지면 함께 쇠락한다는 큰 단점이 있죠.

WalkieTalkie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스코트를 도입한 리브랜딩을 했어요. 사실 WalkieTalkie의 리브랜딩에서 가장 큰 특징은 옛날 디지털 시계의 글자체를 모티프로 개발된 전용서체인데요, 이 디자인만 보면 단순히 '레트로 컨셉' 라고만 생각하게 될 것이예요. 이를 보완하는 역할이 바로 귀여운 마스코트입니다.



옛날 무전기의 형태를 반영하여 디자인된, 통통한 마스코트는 자칫 너무 옛날 촌스러운 이미지로 흘러가기 쉬운 브랜드에 젊고 발랄함을 불어넣고 있어요. 이 마스코트는 'Talkie'로 명명되었는데요, 사용자가 취향에 맞춰 커스텀할 수 있는 아바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워드마크 로고와 동일한 서체로 적용된 마스코트의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저도 이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다만 앱스토어의 후기를 잠깐 살펴보니 사용자가 별로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하네요. 마스코트를 통해 철지난 유행도 되살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5. 디지털에 감성을 불어넣는, Alexander



Alexander는 스토리텔링 플랫폼 서비스입니다. 전자책과 블로그(Medium과 같은)의 중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로고 디자인 자체는 크게 특별해보이지 않는데요, 제 호감을 단숨에 높인 것이 바로 마스코트 디자인입니다. 심볼을 응용하여 일러스트적인 터치가 가미된 마스코트가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디지털 시대의 앱 서비스지만 뭔가 종이책 특유의 감성을 표현했다고 할까요? 특히 같은 A를 모티브로 디자인되었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인 우리나라의 '에이닷'과 비교해 보시면 더 잘 느껴지실 꺼예요.


<SK텔레콤의 '에이닷'>


마스코트의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가 지향하는 정체성을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에이닷'의 디자인이 조금 아쉬웠는데요, 인공지능 브랜드로서 유사한 이미지의 로봇 형태를 채택한 것은 이해가 갑니다만,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는 일상의 친구'라는 컨셉과는 잘 맞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에이닷'은 심볼 캐릭터 외에도 다양한 인간형 캐릭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6. 딱딱한 관리 플랫폼도 친숙하게, Tenzo



Tenzo는 레스토랑 운영을 위한 관리 플랫폼 서비스입니다. 운영 관리 플랫폼은 다양한 사업 분야에 존재하고 있는데요, 공통 요소는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살펴볼 수 있는 대시보드를 제공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전 Tenzo의 대시보드 화면 이미지>


대기업의 관리자나 IT관계자는 이런 대시보드가 친숙할텐데요, 소규모 레스토랑 운영자들은 굉장히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것이예요. UIUX 디자인을 떠나, 이러한 테크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진입장벽이 있는 것이죠.

새롭게 개발된 Tenzo의 마스코트는 고객이 딱딱하고 어려운 서비스를 좀 더 친근하게 느끼고 시도하게끔 도와줍니다.



웹사이트에 사용된 이미지를 살펴보면 일반적인 플랫폼 서비스들이 그래프와 숫자가 가득한 대시보드 이미지를 나열하는 것 대비, 레스토랑 운영에서 Tenzo가 친구처럼 함께 도와준다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친근함을 불어넣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Tenzo의 마스코트입니다.




Tenzo의 마스코트는 브랜드 네임의 각 알파벳을 형상화했는데요, 각 역할의 구분은 없어 보입니다만 친근함과 귀여움을 담당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7. 어렵고 딱딱한 절차를 쉽고 재미있게, Thoropass



Thoropass는 Compliance Platform, 즉 기업의 준법관리 플랫폼 서비스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거니와 일반인은 접할 일이 없어 어떤 서비스인지 잘 이해가 안 갈 겁니다. 저도 열심히 찾아보고 난 후에 조금 이해했나? 싶은 서비스예요. '준법관리'라는 말만 봐도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Thoropass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브랜드 네임도 바꾸고 (이전에는 Laika라는 네임을 사용했습니다.), 브랜드 네임에서 파생한 Oro라는 마스코트를 만들었어요.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이 Oro가 도와주는 것이죠.



Oro는 다양한 표정이 가능한 이모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알파벳 글자에서 유래되었기엔 옛날 특수문자 이모티콘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광고 뿐 아니라 상담을 위한 채팅 창에서 이 Oro가 활약하고 있어요. 고객은 좀 더 친근하게 느낄 뿐 아니라 Thoropass라는 브랜드를 기억하게 될 것이예요.




이상으로 최근 해외에서 등장하는 마스코트를 활용한 브랜딩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문화가 달라서 해외의 마스코트 디자인은 우리나라의 캐릭터 디자인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요.

해외는 브랜드 네임 및 로고에서 기원한 마스코트 디자인이 많고, 동물 마스코트를 도입하더라도 브랜딩의 보조적인 역할로만 사용하고 있죠. (Glitter와 Vanta의 마스코트는 이름이 없어요!)

우리나라는 브랜딩의 일환으로 캐릭터를 개발하더라도, 별도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개별적으로 IP활용을 의도한 디자인이 많아요. 이름이 없는 캐릭터가 없거니와, 거의 대부분 인간형 캐릭터를 채택하고 있는데요, 인형 굿즈를 만들거나 이모티콘 제작, 나아가 애니메이션 영상 제작을 고려하면 다른 대안이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캐릭터가 유사한 스타일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마스코트나 캐릭터 개발의 목적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어요. 바로 브랜드를 접하는 고객에게 친근감을 부여하는 것이죠!

귀여운 것은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특히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 그 반동으로 마스코트와 캐릭터 디자인이 각광받는 것 같습니다. 상상해보세요. 만약 ChatGPT가 표정을 지닌 마스코트로서 답변을 준다면 어떠할까요? 잘못된 답변을 지적하면, 애처로운 표정과 함께 '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라고 반응하는 것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인공지능의 미래가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의 전달보다도 '감정 표현'을 얼마나 적절하게 하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게 가능할 경우 가장 큰 시너지를 발휘할 분야가 바로 마스코트, 또는 캐릭터 디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2023 A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