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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스 브랜딩

최근 성수동에 새롭게 문을 연 어느 브랜드 팝업 스토어가 화제가 되었어요. 감각적인 팝업 스토어의 인테리어도 한 몫을 했지만, 저와 같은 브랜딩에 종사하는 사람은 브랜드 자체에 더 관심이 가게 되더라고요. 바로 패션그룹 SJ가 런칭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팬암 Pan Am'입니다.




Pan Am은 1991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미국을 대표하는 항공사 브랜드인데요, Pan Am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가져와 패션 브랜드로 재런칭 한 것입니다. 제가 옛날 사람이어서일까요? 사실 '항공사'와 '패션'의 연결고리가 잘 와닿지 않았어요. 처음 Pan Am브랜드를 봤을 때 바로 '우리나라로 치면 대한항공 로고가 박힌 티셔츠와 가방을 갖고 다니는 셈 아니야?' 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비행기 탑승통로 및 공항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팝업스토어의 인테리어 컨셉을 보면 '항공사'라기 보다는 항공사가 가진 '여행'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타겟인 Z세대는 Pan Am이 파산한 후에 태어났으니 Pan Am브랜드를 실제로 겪어보지 못했고, 실질적 이미지보다는 '판타지'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받는 것 같아요. 대체적으로 평이 좋더라고요.


아무튼, Pan Am을 통해 라이선스 브랜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관련 기사도 꽤 나왔는데요, 브랜드비만의 관점을 조금 더 담아서 정리했습니다.

저와 함께 라이선스 브랜드가 무엇이고, 어떤 사례가 있는지, 또 장단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아요.




1. 라이선스 브랜드(License Brand) 란?


브랜드 소유자란, 즉 브랜드의 상표권을 가진 주체를 말합니다. 브랜드의 탄생 자체가 자신의 제품을 구분하기 위해서였기에, 옛날에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브랜드를 갖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어요. 하지만 산업의 발전 및 진화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의 브랜드 소유 구조가 생겨났습니다.

라이선스 브랜드는 단순히 상표권만 갖고 있는 기업이 상표 사용권리를 타인에게 수수료를 받고 빌려주는 것을 뜻해요. 우리나라 대기업 다수가 지주회사 체계를 갖고 있는데요, 이 지주회사가 그룹 브랜드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고, 하위 계열사에 브랜드 로열티를 받고 있어요. 이것도 일종의 브랜드 라이선싱인 것이죠. 또 Pan Am처럼 기업 자체가 사라지고, 무형의 자산인 브랜드만 남았을 경우 라이선싱을 통해 수익을 얻어요. National Geographic 처럼 본연의 비즈니스는 영위하되, 진출 계획이 없는 분야에 라이선싱을 하는 경우도 있죠.




2. 그럼 누가 브랜드를 빌리는 것일까?


라이선스 브랜드를 사용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어요.


첫째, 제조 생산 기업이 제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직접 라이선스를 받아서 생산하는 경우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 라이센스가 이 형태를 취하고 있어요. 패션 분야가 워낙 브랜드가 많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예요. 제조를 꾸준히 해왔기에 제품력에 자신은 있지만 브랜드 기획이나 마케팅이 부족한 경우는 라이선싱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죠. 또 유행에 민감한 패션 분야는 브랜드 부침이 굉장히 심한데요, 그래서 하나의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보다 그때 그때 트렌드에 맞춰 라이선싱을 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어요.


둘째, 유통기업이나 기획마케팅 기업이 브랜드를 라이선싱하고, 제조는 생산기업에 OEM이나 ODM으로 맡기는 경우입니다. 업무가 좀 더 분업화되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뷰티 브랜드가 이런 형태를 많이 취하고 있어요. 뷰티 분야 역시 패션과 마찬가지로 브랜드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인지도를 쌓기가 무척 힘들어요. 우리나라 뷰티 산업이 OEM, ODM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 보니 중간에서 브랜드 매지니먼트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사실, 브랜드를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라이선스 브랜드는 밥그릇을 뺐는 탐탁지 않은 존재인데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합리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브랜드 개발 비용과 라이선싱 비용을 비교해 보면 개발 비용이 훨씬 저렴하지만, 인지도를 쌓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고려하면 라이선스 브랜딩이 효율적이예요. 하지만,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오랫동안 운영했을 경우, 누적된 라이선싱 비용이 초기 마케팅 비용을 초과하는 사례도 종종 있기에, 라이선스 브랜딩 전략을 채택하려면 이모저모 잘 따져봐야 하겠죠?




3. 어떤 브랜드가 라이선싱을 하고 있을까?

먼저 라이선스 브랜딩이 가장 대중화된 분야인 패션&뷰티 쪽의 유명 브랜드를 살펴 볼께요. 초기에는 NBA - 스포츠웨어, Discovery - 아웃도어, Elle - 여성패션 등 오리지널 브랜드의 비즈니스 분야와 연관성이 높은 컨셉을 지닌 브랜드를 라이선싱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제 라이선싱할 만할 브랜드가 적어져서일까요, 아니면 소비자가 브랜드를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일까요? CNN, BBC, Sesame Street 같은 브랜드가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아직 CNN 로고가 박힌 티셔츠는 입지 못할 것 같아요. 티셔츠가 CI 어플리케이션에 있는 항목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유명인을 라이선싱하는 경우는 대부분 이름만 빌리고, 디자인은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많은 브랜드가 창업자의 이름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아, 유명인 브랜드를 라이선싱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수용이 용이한 것 같아요. 다만 츄파춥스나 켈로그와 같은 브랜드는 역시 저에게 무척 허들이 높네요. 팬톤이나 폴라로이드, V&A는 매력적인 컨셉을 가진 브랜드이지만, 제품 실체와의 어울림과 시너지 효과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4.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기업은 파산 후 브랜드를 남긴다



추억의 브랜드들이 라이선스를 통해 다시 돌아왔어요. 특히 레트로 열풍과 맞물려 그 때 그 시절 브랜드들이 저와 같은 옛날 사람에게는 추억으로, Z세대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반가움과는 별개로 저는 절대 구매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묵은 옷장을 뒤져서 발견한 이제 몸에 맞지 않는 옛날 옷을 걸치는 느낌이랄까요?




5. 라이선스 브랜드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자


전에 다른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브랜드의 오랜 역사 속 축적된 인지도는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라이선스 브랜드는 이 인지도를 단번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획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다만 오리지널 브랜드가 갖고 있는 비즈니스 영역이나 부정적 역사와 관련된 이미지의 한계는 감안해야 해요. 확장성이 넓고 브랜드 이미지도 매우 긍정적인 좋은 브랜드는 라이선스 비용이 매우 높고, 또 제품에 사용하는 데 있어 엄청 까다롭게 관리해요. 약간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브랜드의 경우는 확보된 인지도를 기반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죠.


또, 라이선스 브랜드는 기존에 구축한 자체 브랜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컨셉 전달이 용이해요. V&A 브랜드의 경우 미술관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갖고 있기에 '예술'이나 '문화'와 같은 컨셉이 별도의 설명 없이 바로 인식될 수 있어요. 다만 출시된 V&A 제품은 기초 케어 라인을 중심으로 한 뷰티 브랜드인데요, 예술,문화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 것 같아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다만, 브랜드가 인지도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에, 제품 기획이라던가 이미지 구축, 브랜드 경험 등 추가 마케팅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요, 또 이러한 부가적인 노력을 통해 열심히 잘 키운 브랜드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성공한 미래의 큰 리스크가 되겠죠. 브랜드가 잘 될 경우, 로열티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거나, 브랜드 소유주가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겠다고 나서며 라이선스를 중단하기도 합니다. 또, 경영이 어려운 브랜드 소유주의 경우, 브랜드 라이선스를 여기 저기 남발해서 이미지를 추락시키기도 하죠. (추억의 브랜드, 피에르 가르뎅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6. 브랜드 인지도냐, 브랜드 이미지냐 그것이 문제로다


다시 Pan Am 사례로 돌아와 볼께요. Pan Am 브랜드는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 등장해서, 영화나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장점이 있어요. 또 최근에 미국 TV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더라고요. 항공사가 가진 글로벌한 이미지, 세계 곳곳을 누비는 자유로운 이미지 역시 큰 자산이죠.


그런데, 반면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어요. 일단 30년 전에 '파산'한 브랜드라는 것, 파산의 이유 중 하나인 잦은 항공사고로 인해 안전성과 신뢰성이 하락했다는 점, 그리고 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만, 70년대에 만들어진 로고의 완성도가 그다지 높지 않고 올드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예요. 그리고 Pan Am 브랜드 네임 자체가 Pan-America, 즉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인데요, 이렇게 국가의 색깔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정체성을 과연 우리나라 패션 브랜드가 소화해 낼 수 있을까요?


일단 Pan Am 브랜드의 런칭 자체는 성공적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으니까요.

다만 향후 패션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영위해 나갈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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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사 공유합니다.


> 팬암 코닥 빌보드 CNN... 공통점이 있다? | 아주경제

> 이게 패션이 돼? K-라이선싱, 패션 콘텐츠의 확장을 이끌다 | 어패럴 뉴스

> 팬데믹 블루, '코리아 라이선스'가 뜬다 | 어패럴 뉴스

2022 OCT